사계절 속 특별함
#50


여주는 3시간 뒤 민규의 회사 앞에 왔다

민규는 여주의 차를 보더니 빠르게 달려나와

여주를 반갑게 맞이하며 여주의 옆좌석에 탔다

김여주
오늘 연습 힘들었어요?


김민규
조금?

민규는 손가락으로 조금이라는 표현을 하며 말했다

김여주
저녁은 뭐 먹을래요?


김민규
먹고 들어가요?

김여주
그래도 되고, 집에서 먹어도 되고…


김민규
그럼 집에서 같이 만들어서 먹을까요, 여보?

김여주
…놀릴래요?


김민규
한번 더 듣고싶어서 그러죠..

김여주
아직은 어색해요


김민규
처음엔 원래 다 어색한 법이라고요 -

김여주
아 그나저나 민규씨, 우리 신혼집 알아봐야 하지 않아요?

여주는 다른 말로 주제를 돌렸다

민규는 여주가 말을 돌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김민규
집을 따로 구할까요?

김여주
그럼요?


김민규
우리집 전체 리모델링 해서 신혼집으로 쓰면 어때요?

김여주
민규씨 이사 온지도 얼마 안 되긴 했죠,

김여주
근데 옆집에 오빠가 있는데 안 불편해요?


김민규
형이랑도 많이 친해서 괜찮아요

김여주
그럼 그냥 그렇게 할까요?


김민규
같이 살다가 나중에 아기 생기면 이사 가요

여주는 아기라는 말에 차를 멈춰세웠다

김여주
진짜 미쳤나봐..

여주의 얼굴이 붉다 못해 곧 타들어 갈 정도로 뜨거워졌다

아무런 생각 없이 말한 민규도

그제서야 인식하고 얼굴이 뜨거워졌다

차 안은 갑자기 정적이 흘렀다

김여주
ㅇ..우리… 리모델링.. 어디서 해요?

여주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말을 더듬고, “ 어떻게 할까요 ”를 “ 어디서 해요 ”라고 해버렸다

신기하게도 말을 알아들은 민규가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김민규
우리 그럼 지금 시간도 많은데 벽지랑 가구 보러갈까요?

김여주
그래요.. 가요..

다시 엑셀을 밟은 여주가 가구점으로 향했다

김여주
민규씨 이런 건 어때요?

여주는 화이트톤의 쇼파를 골랐다


김민규
좋죠 -


김민규
깔끔해 보이는데요?

김여주
민규씨는 어떤 톤으로 집 꾸미고 싶어요?


김민규
아무래도 흰색이 집이 넓어보이고 깔끔해보여서


김민규
흰색으로 꾸미고 싶어요

김여주
나랑 같은 생각이네요 -

사람/들
가구 보러 오셨어요?

김여주
아 네, 신혼집 인테리어 할 가구 보려고요

사람/들
보통 이렇게 화이트 계열 많이 찾으시더라고요

김여주
그럼.. 죄송하지만, 추천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사람/들
네, 물론이죠 -

여주와 민규는 가구점 직원을 따라

여러가지의 가구를 보고 골랐다

사람/들
혹시 집에 뭐 쓰시던 가구 중에 안 쓰시는 가구 있나요?


김민규
저희 집을 신혼집으로 꾸며서 지내기로 했거든요,


김민규
그래서 이번에 제 아내랑 고른걸로


김민규
전부 리모델링 하려고 해요

사람/들
그러시면 저희가 가구 가져다 드릴 때

사람/들
처리도 도와드릴까요?


김민규
네 그렇게 해주세요

사람/들
가구 처리 같은 경우에는

사람/들
가격이 다 다른데, 전부 처리를 하는거니까

사람/들
추가 비용 30만원정도가 드세요 -


김민규
괜찮아요, 그렇게 해주세요

사람/들
네 그럼 계산 도와드릴게요

사람/들
지금까지 보신 거 다 해서 7,000,000원 결제 도와드릴게요

김여주
제 카드로 해주세요


김민규
아니에요 제 카드로 해주세요

김여주
민규씨 내가 결제할게요


김민규
아니에요 내가 할게요

김여주
그럼..

여주는 민규의 카드를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카드를 같이 내밀며 말했다

김여주
카드뽑기 할까요?


김민규
재밌고 좋네요 ㅋㅋㅋ

사람/들
제가 뽑으면 되는건가요?

김여주
네, 제가 섞을테니까 눈 감고 뽑아주세요

여주는 두 장의 카드를 순서만 바꾸어 내밀었다

직원도 여주의 말을 따라 눈을 감고 카드를 뽑았다

사람/들
그럼 이 카드로 결제 도와드릴까요?

김여주
네 -

여주의 카드가 뽑혔다

사람/들
할부는 어떻게..

김여주
일시불로 해주세요

사람/들
네, 감사합니다

사람/들
가구가 많아서 내일 모레쯤 배송 설치 다 도와드릴게요

김여주
감사합니다

결제가 끝나고 민규를 알아본 직원이 말했다

사람/들
근데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혹시..?

사람/들
세븐틴 맞아요?


김민규
아.. 네..ㅎㅎ

사람/들
두 분 정말 잘 어울리세요 -

사람/들
결혼 축하드려요


김민규
감사합니다

민규는 직원에게 사인을 해주고는

다시 여주의 차에 올라탔다

김여주
벽지까지 다 사길 잘 한 것 같죠?


김민규
여주씨 돈 갑자기 너무 많이 쓴 거 아니에요?

김여주
괜찮아요 -

김여주
과장이라고 해도, 나름 모아둔 돈도 많고

김여주
아직도 많이 남았어요 -

민규는 무언가를 깊이 깨달았다는 듯이 말했다


김민규
여주씨 우리 바보인가봐요

김여주
왜요?


김민규
3,500,000원씩 내면 됐는데..

김여주
아..! 우리 바보네요…


김민규
여주씨 통장으로 입금할게요

김여주
네 ~

이제는 정말로 집으로 방향을 틀어 달렸다

김여주
오빠하고 잠깐 얘기 좀 해야할 것 같아서

김여주
민규씨 먼저 집에 들어가 있을래요?


김민규
그럴게요 -


김민규
천천히 와요

김여주
배고프면 밥 먼저 먹고요


김민규
기다렸다가 같이 먹어야죠

김여주
그럼 최대한 빨리 갈게요


김민규
천천히 와도 돼요 ㅋㅋ

김여주
알겠어요 -


김민규
이따 봐요

김여주
네 -

집에 들어오자마자

배를 벅벅 긁으며 핸드폰을 보는 오빠를 본 여주가 말했다

김여주
진짜 누가 데려갈까


김민규
들어오자마자 시비네


김민규
나도 널 누가 데려가나 했는데


김민규
매제가 취향이 독특하더라고 -


김민규
나도 독특한 취향 가진 사람이 데리고 가지 않겠어?

김여주
아무튼, 할 말 있어


김민규
진지해?

김여주
응, 좀 진지해

민규가 자세를 고쳐 앉았다

민규의 옆자리로 가서 앉은 여주가 말을 꺼냈다

김여주
나 이제 신혼집에서 살아야 할 때가 온 것 같아


김민규
집은 구했고?

김여주
옆집


김민규
그게 나가는거냐

김여주
나가는거지, 오늘 가구도 벽지도 다 보고 왔다고


김민규
오빠한테 말 한마디 없이?

김여주
갑자기 보러가게 되서 그랬지..


김민규
그럼 매제 집 싹 다 갈아엎고 신혼집으로 사는거라고?

김여주
응, 그럴 거 같아

김여주
오빠는 괜찮아?


김민규
나야, 매제랑 친하니까 괜찮지

김여주
아니.. 하나뿐인 여동생이 곧 간다는데 괜찮냐고


김민규
짐 다 가져갈거지?

김여주
오빠는 찬성하는거야?


김민규
어차피 결혼하면 가게 될텐데


김민규
그냥 먼저 간다고 생각하지 뭐

김여주
의외네 혼날 줄 알았는데

민규는 여주의 이마에 딱밤을 때리며 말했다


김민규
이미 다 결정해 온 걸 어떡하라고


김민규
그리고 혼날 줄 알았으면 안 하는게 정상이지


김민규
또, 벽지 가구 전부 다 보고 와서 통보하는 건 뭐야


김민규
오빠가 그냥 투명인간도 아니고

김여주
그래.. 이번 건 내가 잘못했어


김민규
알면 됐어, 앞으로 큰 문제는 오빠하고 상의 해


김민규
그리고 이런 건 매제도 데려와서 말해야지

김여주
부를까?


김민규
됐고, 짐은 다 가져갈거야?

김여주
가져가야지


김민규
언제 가는데

김여주
아마 내일 모레까지 다 옮기지 않을까…?

여주는 오빠에게 한 대 더 맞았다


김민규
통보한 것도 모자라서 일주일도 아니고 한달도 아니고


김민규
내일 모레?

김여주
오빠아..


김민규
됐다 됐어, 이미 다 결정한 거 아니야?

김여주
맞아..


김민규
그럼 어떡해, 둘이 결정한 걸 내가 막을 수도 없는거고


김민규
근데 상의 한 마디도 없이 이렇게 말하는 건 좀 서운해

김여주
미안..


김민규
짐 옮기는 거 도와줘?

김여주
그러면 좋겠는데..


김민규
진짜 못말린다니까


김민규
알았어, 저녁은?

김여주
민규씨랑 먹기로 했어..

김여주
오빠 아직 안 먹었어..?


김민규
아니, 먹었지


김민규
저건 밥 먹고 후식

민규가 과자봉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김민규
그래도 매제 얼굴 보고 걔도 좀 혼내야겠어

김여주
밥 먹고 데리고 올게


김민규
그래, 갔다 와

김여주
응!

평소 잔잔하게 화를 내는 민규가 이렇게 큰 소리로 화낸 건

정말로 서운했다는 뜻이다

그걸 알고있었던 여주도 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같이 요리를 하고 밥을 먹는 도중 여주가 말을 꺼냈다

김여주
민규씨, 오빠한테 우리 신혼집 얘기 했는데..

김여주
오빠가 밥 다 먹고 민규씨 데려오라고 해서요..


김민규
신혼집 얘기하러 간 거예요?

김여주
네..


김민규
나랑 같이 가지..

김여주
오빠가 화 낼까봐..


김민규
그래도 이건 같이 가서 말하는게 맞아요

김여주
미안해요..


김민규
그래서 아까부터 주눅 들어 있었구나, 혼났어요?

김여주
조금…?


김민규
빨리 먹고 가요


김민규
앞으로 우리 결혼에 대해서나 우리 일에 대해서는


김민규
같이 가서 말해요, 알겠죠?

김여주
네..

둘은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한 뒤

같이 여주의 집으로 들어갔다




김여주
오빠, 민규씨 데려왔어


김민규
김여주가 혼자 말하던데


김민규
이걸 매제 성격으로 김여주 혼자 말하라고 하진 않았을거고


김민규
여주 단독 행동 맞지?

김여주
응…


김민규
아무리 그래도 남편 될 사람한테도 말을 안 하냐


김민규
제가 물어봤어야 하는데, 죄송해요


김민규
내일 모레 나갈거였으면 적어도 한달 전에는 말했어야지


김민규
죄송해요 형..


김민규
너무 충동적으로 계획도 없이 행동한 거 같아요


김민규
됐어, 너희 둘 신혼집이고 결혼 할 사이도 맞으니까


김민규
그리고 김여주도 얼마 안 있다가 나갈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어


김민규
이번엔 처음이니까 그냥 넘어가는데


김민규
다음부터 이런 문제는 꼭 상의 해줬으면 좋겠다


김민규
네, 형 죄송해요


김민규
집 문 열어

김여주
쫓아내려고..?


김민규
뭘 쫓아내 짐 옮기는 거 도와줘야 할 거 아니야

민규는 빠르게 두 개의 집 문을 열었다


김민규
화장대 샀어?

김여주
응, 샀어


김민규
침대도 있을거고, 책상도 있지?

김여주
응, 다 샀어


김민규
그럼 됐네, 필요한 건 다 샀을거고


김민규
더 필요한 거 있으면 오빠 카드로 사

민규는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어

여주에게 카드를 쥐어주었다

김여주
오빠…


김민규
여주 방 그대로 놔둘테니까


김민규
제일 필요한 것부터 옮기자


김민규
옷 같은 건 세 벌정도만 남겨놓고 다 옮기면 되겠네

셋은 여주의 짐을 민규의 집으로 옮겼다


김민규
원래 있던 가구 안에 있는 짐 정리도 오늘 전부 해놓고


김민규
여주씨 짐 얼추 정리 해놓을게요

김여주
아니에요, 같이 정리해요


김민규
이거 다 옮기면 시간 늦어요


김민규
나 내일 출근 안 하니까 정리 얼추 해놓을게요

김여주
힘들지 않겠어요?


김민규
괜찮아요 -

김여주
그럼 부탁할게요


김민규
네 ~

2시간정도에 걸쳐 여주의 짐을 모두 옮기는 데 성공했다


김민규
김여주 내일까지 출근해

김여주
나 잘리는거야?


김민규
뭔 소리야, 휴가 쓰라고


김민규
결혼 준비 한다고 월차만 깔짝거리면서 내지말고


김민규
모아놓은 휴가 쓰면서 결혼 준비 해

김여주
그래도 돼?


김민규
얼마나 모았지?

김여주
정확한 건, 회사 근무 기록지 봐야하긴 하는데..

김여주
아마.. 열흘정도는 있을 걸..?


김민규
그럼 그거 써


김민규
너 너무 바빠

김여주
결혼휴가 쓰려고 했는데..


김민규
그거 5일밖에 안 되잖아,


김민규
이번에 휴가 몰아서 쓰고 남은 결혼 준비 하고


김민규
결혼휴가는 신혼여행 갈 때 써

김여주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내 일 할게 너무 많아질텐데..


김민규
결혼 준비 안 해? 신혼여행 안 갈거야?


김민규
보통 결혼 할 때 휴가 모아둔 거 다 쓰니까


김민규
괜한 죄책감 가지지 말고 써

김여주
응..


김민규
내일 서류 제출하고

김여주
응..!


김민규
매제는 이제 가도 괜찮아


김민규
네 형, 안녕히 주무세요


김민규
여주씨도 잘 자요

김여주
민규씨도요..

민규가 나가자 여주가 오빠에게 말을 걸었다

김여주
오빠.. 많이 화났어..?


김민규
화가 난게 아니라 서운한거야

김여주
….미안해


김민규
다음부터 그러지마, 이번만 봐주는거야


김민규
넌 진짜 처음이니까

김여주
응…


김민규
아까 딱밤 맞은 건 안 아파?

김여주
이제 안 아파

김여주
그리고 내가 맞을 짓 했는 걸..


김민규
알면 됐어, 잘 자 여주야

김여주
오빠도..

여주와 오빠는 각자 방에 들어갔다

뒤에

민규는 방에 들어와서 문을 등지고 서서 중얼거렸다


김민규
결혼한다니까.. 서운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고 그러네..

민규는 사실 여주가 결혼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여주가 결혼 준비로 바빠지는 걸 볼 때마다

여주의 업무를 몰래 대신 해주고 그러면서

여주의 수고를 덜어주면서도 섭섭했었다

그러다 점점 받아들이게 되고

내일 모레면 집에 여주가 없다는 걸 듣고나서

서운한 감정이 밀려 들어왔다


김민규
그래도 다행인가.. 매제같은 사람이랑 결혼해서..

그나마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결혼한다고 해서인지 그래도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