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로 살아남기
# 14 피할 수 없는 완결


드륵



여우림
아무도 없네

아직 체육 시간이 끝나지 않았나 보다

교실은 방금 들어온 정국과 나 밖에 없었다.


스륵.-

바람결에 창가 커튼이 펄럭였다.

창문 넘어로 학생들의 소리와 이리저리 움직이는 검은 머리들이 보였다.



전정국
쟤네도 체육인가 보네


여우림
그러게

이렇게 더운 날에 운동장에서 체육이라니…

우리는 한 참을 창가 앞에 걸쳐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전정국
…


여우림
…괜찮아?

나는 조심스레 정국의 반응을 살폈다.


전정국
…


전정국
…“피식”


전정국
걱정 돼?

정국은 내가 처음보는 얼굴로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처음 마주하였던 정국에게서 날선 경계가 조금씩 허물어지는듯 했다.



여우림
걱정은 무슨 ,

걱정은 무슨 , 오히려 내가 걱정 되지

어떻게 해야 김여주의 계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에 대한 궁리만 해야하는 내 처지에

누가 누굴 걱정해..



전정국
… 계속 , 이 여우림이었으면 좋겠네 (중얼)


여우림
응?


전정국
다시, 그때 여우림인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여우림
…

그때, 여우림…

…

이들은 여우림이 그때에도, 그 후에도 줄곧 여우림이었단 걸 알긴 알까

오히려 지금의 내가 여우림이 아니란 건, 전혀 알지 못하겠지..

…

…아,

…아, 왠지 마음이 아프다.

이들에겐 여우림은 악녀였던 여우림이었을 상황이…

여우림이 아닌 내가 느끼기에도, 이렇게 가슴이 먹먹한데

정작 진짜 여우림은 얼마나 더 가슴이 찢어졌을까.

하루아침에 돌아선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서 얼마나 많은 감정들이 억눌렸을까.

라는 생각에 마음이 착찹했다.


여우림
…

여우림,

내가 꼭 다시 모든 것을 돌려놓을게.

전 처럼 행복했던 그 시절로

…

..

.





…

나는 다시 돌아와 석진에게서 받은 노트를 펼쳐보았다.

촤락..-



여우림
하.., 역시


여우림
상황을 피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구나

나는 저번에 새로 생긴 소설의 분량이 그대로인 것을 보고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채육관이라는 장소의 상황이란 상황은 모두 피했지만, 결국에 여기 적힌 본 내용은 그대로인 것을 보아 이 사건은 언젠간 진행된다.

그렇다면, 피하는 방법 말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에 빠졌을 때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그 남자가 나타났다.


김석진
왜, 뭐 안 풀리는 게 있어?

이 돌팔이 중개인..


여우림
뭐하다가 이제 오는 거예요


김석진
아이, 참…


김석진
나도 나 나름대로 바쁘다니깐..-


여우림
…어련하시겠어요


김석진
그래도 모든 상황은 모니터링 하고 있으니까 조급해 하지마ㅎㅎ


여우림
지켜보기만 한다는 게 문제라고요.


여우림
나 보고 어떻게 하라는 건지, 힌트라도 던져주고 가던가;;


여우림
내가 이 노트 하나로 뭘 할 수 있는데요.

답답한 마음에 노트를 들어보이면서 석진에게 따졌다.


김석진
아, 알겠어.. 알겠다고..ㅎㅎ


김석진
안 그래도 도와주러 온 거래도..,

석진은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나를 진정시켰다.



여우림
하…, 그래서 뭔데요


여우림
그 도움이란 거.

기대도 안되지만, 어디 들어나 보자..



김석진
내가 준 노트 가지고 있지?


여우림
네


여우림
도저히 활용방법을 모르겠던데요^^


여우림
책에 나온 미래를 피해다녔는데도 불구하고 책에 내용은 그대로더라구요


김석진
그 내용은 피해도 소용없어


여우림
네?


김석진
사건은 반드시 일어나거든


김석진
상황은 다를지라도 (중얼)


여우림
에?


여우림
그럼 피할 수도 없는 미래 알아서 뭐해요.


여우림
아무리 읽어도 바뀌는 게 없는데


김석진
ㅎㅎ


김석진
노트를 보기만 하나,


김석진
노트라는 점을 활용해봐


여우림
노트..?

노트를 펼치고, 글을 읽고, 글을…

쓰다..?


여우림
아, 설마


여우림
미래를 내가 적어도 되는 거예요?


김석진
ㅎㅎ


여우림
뭐야, 그럼 나 계속 헛 수고한거야?


여우림
새로 생기는 사건들을 당장 지워버리면 되는 거잖아


김석진
아차, 그건 안돼


여우림
네?


여우림
왜요


여우림
노트인데, 내 마음대로 쓰든 지우든 뭔 상관이에요


김석진
이미 작성된 미래는 지울 수 없어


김석진
그게 규칙이자, 이 노트의 룰이야


여우림
…참나


여우림
노트 설정 하나에 깐깐하게 구네..


김석진
ㅎㅎ


여우림
그럼, 내가 적는 건 다 이루어지는 거예요?


여우림
당장 이 소설 속을 나가게 해달라고 해도?


김석진
이 노트는 소설 내의 사건에만 관여할 수 있어


김석진
즉, 외부에서 온 백하영이 현재로 돌아간다는 입력값은 존재하지 않지


여우림
…


여우림
…짜증나네, 슬슬


김석진
하하;


김석진
이거, 또 하나 말해두기 전에 돌 맞겠네


여우림
…뭔데요, 말해봐요.


김석진
그 노트로 미래는 만들어 갈 수 있긴한데, 완결이 바뀌진 않을 거야


김석진
이미 정해져있는 완결은 그대로 발생할 거라는 거지


여우림
…


여우림
…나, 죽어야 되는구나?

…시발,

예전 여우림의 행복했던 시절로 되돌려놓겠다고 다짐했는데

하루아침에 그 다짐이 산산이 무너져내렸다.

죽는 것 보다, 여우림의 인생이 이렇게 마무리 된다는 사실이 억울하기만 하다.



김석진
…난 말했다?


김석진
결국엔 완결에서 일어나는 건 사건이라고


여우림
…그니까, 난 죽어야 된다는 거 잖아..—


김석진
그렇지


여우림
망할놈의 소설


여우림
지멋대로야.


여우림
정말, 내가 완결까지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는거야?


여우림
비록 완결 이후 나는 내가 있던 세계로 돌아가겠지만, 이렇게 죽는 여우림은 너무 불쌍하잖아


김석진
…


김석진
받아드려, 완결은 바꿀 수 없어.

석진은 나를 똑바로 쳐다보더니 꽤나 단호하게 말했다.


여우림
…


김석진
그리고 만약 완결에 손을 댔다간 너도 위험해질거야.


여우림
그게 무슨 소리야?


김석진
누군가 완결을 건들이면, 이 세계 또한 붕괴 될 거야


김석진
물론, 너도 포함해서


여우림
…

이게 무슨…

협박 아닌 협박이냐고….

하…

…

..

.




_


_


…

다음화에 계속>>>>


떡밥 많이 뿌려드렸어요, 주워 먹으세요

이번 떡밥은 결말에 꽤 영향이 많은 부분이라 숨겨놓았어요

대사 하나하나 집중하시면 좋을듯 싶

아, 이제 안 알려줄래요


알면 재미없으니까-✨


암튼,


손팅해주면 빨리 오겠슴 (5개 이상 목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