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지 못하는 시간들 속 우리
일곱번째 페이지 | 우리의 추억을 떠올리면.



우리가 함께한 다시 추억을 떠올려보면, 마냥 쓸쓸한 추억만 있진 않더라고.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름 예쁜추억이 하나라도 있으니 된 거지.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지금 내가 이렇게 아파하는 걸 보면

예쁜추억은 없어도 되니까 차라리 우리가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적어도 이렇게 아프진 않을 텐데,

서로를 몰랐다면 사랑하지도 않았고, 아픈 이별을 맞이할 일도 없었을 텐데.

그냥 그게 아쉬워.




우리가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읽으니까 웃음이 나긴 해.

그때 그 장소가 기억이 나고, 그때 내 감정이 기억이 나.

행복했었네.








정여주
…웃기지 마, 내가 니 걱정을 왜 해.


전정국
그런 것 치고는 너무 걱정하는 얼굴과 말투 아닌가?



정여주
난 우리 아빠 빼곤 남자 걱정 안 해.


전정국
에이_ 나도 남자고, 딱 봐도 걱정했잖아요ㅎ


전정국
그리고, 누나 얼굴 지금 빠알개요_



정여주
ㄱ, 그걸 굳이 귓속말로 해야 돼?


전정국
누가 얼굴 터지라고 한 번 해봤어요_


정여주
시끄러워, 일단 그거 붙여.



전정국
뭐야ㅎ - 뽀로로 밴드?


전정국
이런 취향이에요?


정여주
…그거 내가 산 건 아니고, 우리 집에 사는 나보다 나이는 많은데 정신연령은 어린 애 있어.


정여주
걔가 산 거야.


전정국
남자예요?


정여주
남자면 뭐 어쩔 건데.


전정국
단둘이 산다고?

점장님
남자친구세요?


전정국
네.


전정국
네? 아_ 깜짝이야.

점장님
일 안하시고 여기서 둘이 노닥거리는 소리 주방까지 다 들립니다_

점장님
일은 여기서, 연애는 밖에서.

점장님
그, 다쳤으면 얼른 치료하시고 일 합시다_



정여주
나 먼저 간다.


탁 -


전정국
에이, 어디 가요.


전정국
붙여줘야죠.


정여주
초딩이야?


정여주
뭐 이런 것도 하나 혼자 못 붙여.


전정국
초딩은 아니고...귀여운 어른...?


정여주
어쩌라고.


전정국
어쩌라고라뇨_ 3초면 붙여줄 수 있잖아요.


정여주
너 진짜 귀찮은 거 알지.




전정국
그럼 나랑 사귀면 맨날 귀찮겠다ㅎ


전정국
근데 누난 내 고백 받아줄 거 아니까, 그냥 연습이라고 생각해요ㅎ



정여주
…넌 뭘 믿고 그렇게 당당해?


전정국
누나가 오늘 날 보는 눈빛이 좀 달라요.


전정국
뭔가...좀 날 의식하는 것 같아요.


정여주
ㅇ,의식을 내가 왜 해...


정여주
다 붙였어, 이제 일해_


전정국
열심히 해요_

의자에서 일어나 여주의 머리를 쓰다듬고 주방으로 가는 정국.



정여주
…미쳤나봐.

또다시 얼굴이 빨개진 여주이다.



점장님
여러분, 제가 갑자기 집에 일이 생겨서 급하게 가봐야 될 것 같은데_

점장님
혹시 마감담당 누가 해줄 수 있을까요?


점장님
어차피 마감까지 2시간 남았으니까 두 사람 정도만 남고, 나머지 한 분은 퇴근하셔도 될 것 같아요.


김매니저
당연히 제가_

김매니저
퇴근이지 않겠습니까ㅎ

점장님
그럴래요?

점장님
그럼 정국씨랑 여주씨가 오늘만 수고 좀 해주세요_


정여주
…네.


전정국
뭐예요?


정여주
그러게, 우리 지금 약간 좀 말린 것 같은데.


김매니저
눈치껏 빠져준 거야_

김매니저
둘이 오늘 같이 퇴근해 -


전정국
매니저님 고마워요_


전정국
복 받으세요 -



정여주
니가 시켰지.


전정국
저요? 에이_ 네.


전정국
시켰어요.


정여주
너 진짜_


전정국
싫어요?


전정국
싫은 건 아니잖아요_ 그럼 됐지.



정여주
…같이 가던지.


전정국
꼭 할 거면서 안한다고 처음엔 그러더라ㅎ


정여주
니가 뭘 알아.


전정국
정여주를 알죠.


정여주
반말한 거야?


전정국
왜요_ 별론가 여주야.


전정국
난 괜찮은데 여주야.


전정국
일할까 여주야.



정여주
말 끝마다 반말로 이름 부른다고 다 설레는 게 아니야...


정여주
다시 배워와.


전정국
배워서 다시 누나한테 쓸까요?



정여주
…너 그냥 니가 퇴근해.


전정국
에이ㅎ


전정국
일합시다_



정여주
하여튼 쓸데없이 이런 말은 잘해요.





정여주
마감 대충 됐지?


전정국
네_ 이것만 꺼놓고 가면 다 끝나요.


정여주
그거 끄고 나와_ 나 쓰레기 좀 버리고 올게.


전정국
어, 지금 저녁이라 깜깜한데 -


전정국
그냥 좀 기다렸다가 저랑 같이 가요ㅎ


정여주
…싫어.


전정국
아, 왜요_


정여주
너 또 막 이상한 말 할 거잖아...


전정국
아, 안할게요, 안할게.


정여주
씁, 또 반말.


정여주
적당히 해라_ 너 그러다가 혼난다.



전정국
어떤걸로 혼낼건가?


전정국
나는 되도록이면 입술이면 좋겠네 -


정여주
그런 거 크게 말하지 마라.


정여주
뭘로 혼내긴 뭘로 혼내, 당연히 주먹이지.


정여주
아니면 손으로?


정여주
나 손 되게 매워_


전정국
아니야, 그래도 기다렸다가 같이 가요.


전정국
누나가 너무 예뻐서 나쁜사람들이 잡아가면 어떡해.


정여주
그런 걱정 안해도 돼,


정여주
내가 예뻤으면 진작에 잡혀갔지.


정여주
밤에 내가 얼마나 돌아다니는데.



전정국
밤에 뭐해요, 잠도 안 자고.


전정국
밤에 약속이 있을리는 없잖아_


전정국
뭐예요, 남자입니까?



정여주
남자 아니고, 그냥 편의점 가거나, 뭐 사러 가거나, 밤 산책하거나.


정여주
나 진짜 솔직히 말하면 남자 너 하나야_



전정국
…방금 남자로 인정해준건가?


전정국
좀 감동 받아도 돼요?


정여주
…니가 남자지 여자는 아니잖아.

띡 -



정여주
커피머신 꺼졌지?


정여주
자 이제 쓰레기 버리고 퇴근하자ㅎ


전정국
퇴근이 즐거워요?


정여주
어어_ 너어무 즐거워.


전정국
뭐 날 벗어날 수 있어서 좋다_ 이건가?



정여주
…정답.


전정국
진짜 너무하네.



전정국
근데 난 그래도 누나가 좋아요ㅎ



정여주
…그렇게 해맑게 웃으면서 그런 말하지 말아줄래.


정여주
굉장히 부담스럽고 잘생겼어.



전정국
치, 나 잘생겼어요?


정여주
어_ 잘생겼는데 그 말하기 전에 치 - 는 왜 붙이지?


전정국
애교죠. 귀여워요?


정여주
원래 그런 걸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는 성격인가?


정여주
굉장히 부담스러워ㅎ


전정국
나가요, 이제.




전정국
저는 오늘 약속이 있어서 오늘은 버스ㅎ


정여주
그래, 그럼 안녕.


전정국
아이, 진짜 정 없이 그렇게 인사하는 거 아니에요.


전정국
적어도 인사는_

쪽 -


전정국
이렇게 하는 거예요.

라며 여주의 이마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추고 의자에 앉는 정국.



정여주
화장 지워졌겠는데...?


전정국
똑같이 예쁜데.



정여주
너 진짜 솔직히 말해, 너 여자 많이 사겨봤지.


전정국
뭐야_ 뭐 설렜는데 이 자식이 하는 게 나한테만 해본 것 같지는 않은 뭐 그런 거다_


전정국
이런 건가?



정여주
ㅇ, 어_ 저기 버스 온다ㅎ


정여주
얼른 일어나서 타, 너 늦겠다.



전정국
저 버스 아니고요_


전정국
뭐 질투, 뭐 그런 거예요?



전정국
누나도 나 좋아하죠.

솔직히 저렇게 쳐다보는데 누가 안설레겠어.


정여주
미쳤네, 정여주.


정여주
미쳤네, 미쳤어.


정여주
정신차려_



전정국
…뭐해요...?


정여주
아, 아니야.


정여주
뭐라고 했지?


정여주
너 좋아하냐고?



정여주
…현실을 생각하면서 솔직히 말할까, 아님 내 감정이 시키는대로 얘기할까.


전정국
감정이 시키는대로 해요, 그게 더 편할 거예요.


전정국
아님,


전정국
두개 다 말해줘요.



전정국
…나랑, 만날래요?


정여주
두개 다 말할게.



정여주
나 사실 아직 좀 무서워, 이별도 무섭고, 이별하고나서 그 공허함이 너무 무서워.


정여주
내가 지금까지 만났던 남자들 다 처음엔 너 같았어.


정여주
물론, 강서준도.



정여주
솔직히 말하면 너도 처음엔 아무 믿음 없었는데,


정여주
어제 니가 나 구해주고 집에 들어가서 생각을 해보니까


정여주
너 괜찮은 아이더라고.



정여주
…나 울리지 않을 자신 있어?


전정국
울리지도, 고생시키지도, 속상한 일 절대 없게 할게요ㅎ


전정국
나 받아줄래요?



정여주
…나도 너 좋아해.


전정국
그럴 줄 알았어ㅎ


전정국
사랑해요, 누나는 이제 완전 내 거예요.


전정국
아무도 못 가져가는 내 여자친구니까_

여주의 고백을 듣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여주를 안는 정국.



정여주
앞으로 나한테 잘 해라_


전정국
당연하죠, 내가 얼마나 노력해서 얻은 소중한 사람인데.


정여주
말은 진짜 엄청 예쁘게 하네ㅎ


전정국
이런 남자친구 둬서 좋겠네요_



전정국
…아, 버스가 와버렸네.


전정국
그냥 이거 보내고 10분만 더 있다가 다른 버스 탈까요.


정여주
…그러던지.



전정국
아, 누나 번호 줘야죠.


전정국
나 어제 얘기했는데, 누나가 대답해줄 때 번호 딴다고.



정여주
폰 줘봐_

톡톡 -



전정국
뭐야, 이거 저장 누나가 한 거예요ㅎ?


정여주
맞잖아_ 여자친구를 여자친구라고 하지.


정여주
전화 걸어봐.



전정국
번호 갔어요?


정여주
응_ 남자친구라고 해놓을게.


전정국
나는 여자친구 뒤에 하트도 붙여놓고, 나는 그냥 남자친구. 이거 하나?


전정국
줘봐_ 나도 하트 붙일래.



정여주
이제 됐지?


전정국
만족 -


정여주
만족했으면 됐다, 이따 약속장소 도착하면 연락해.


정여주
집에 들어가도 연락해.


정여주
아니야, 집에 들어가면 전화해.



전정국
자기 전에도 내 목소리 들을려고요?


정여주
당연하지.



전정국
사랑을 안할 수가 없네, 진짜.



전정국
너무 예쁘네ㅎ







니가 궁금해할지는 모르겠지만 얘기는 해볼게.

내 오늘 하루는 그냥 그런 하루였어.

그냥 그런 하루를 마치고 아무 생각 없이 우리 집 우편함을 열었는데,


우리가 가장 서로를 사랑했을 때 니가 나한테 써준 편지가 있더라.

그때 아마 느린 우체통인가, 그랬을 텐데.

넌 아무것도 모르고 나한테 그랬었어.


나중에 우리가 결혼해서 이 편지를 받으면, 우리 아이한테, 그리고 우리한테 보여주자고.

미안, 그거 못지킬 것 같아.


차라리 우리가 가장 사랑했을 때 이 편지가 왔으면 우리가 이렇게까지는 마음 아프지 않았을 텐데.


_그냥, 그게 아쉽다.

어쩌면 연장됐을지도 모르는 우리의 예쁘고 떼 묻지 않은 시간들이 너무 쉽고 빨리 끝난 게 아쉬워.


그냥 그렇다고.


요새 생각을 비우고 있어, 쌓여있던 생각을 꽉 찬 쓰레기 통에서 쓰레기 버리듯 버리고 비우면,

또 쌓일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라도 니 생각을 조금씩 지워볼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