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했었다
이별의 밤은 길었다 (윤기.ver)


결국 아무것도 보내지 못한채 소파에 몸을 맡겼다. 소파 옆을 보니 곰탱이가 있다.


윤기
"곰탱아...너 때문에 나도 곰탱이가 되버렸잖아..."

곰탱이는 내가 여주한테 줄 인형과 맞춘 곰탱이다. 곰돌이 인형이 맞는 말이지만 난 그냥 '곰탱이'라 부른다. 입에 달라붙고...좋은데 뭐...

-@~#/@@~~#~ (놀랍게도 벨소리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확인해보니 엄마 였다. 안 받아도 뻔한 내용, 여주랑 헤어져라... 뭔 짓을 해서 맘에 드는 여자를 만났는지 몰라도 제발 나에게는 더 이상 그 내용 말해주면 안되나...

한 달 동안, 하루 5번 전화를 했지만 내용은 같았다. 오늘 아침도 이 전화에 시달려 여주한테 이별을 말했지만, 후회만 남았고...이 전화때문에 한 달 동안 스트레스를 받아 여주에게 모질게 군 것이 너무나게도 미안했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받을 때 까지 전화를 할려 하는 엄마도 정말 대단했다...


윤기
"여보세요"

윤기 엄마
-윤기야, 너 그 여주라는 애 말고 훨씬 괜찮은 애 있는데 만나볼래? 여주, 걔 갖고는 너 팔자 못 핀다니까, 그러네......윤기야?

이 말을 해석하자면 '여주는 죽어도 싫으니 헤어지고 내가 소개 시켜주는 아이나 만나라' 였다.


윤기
"엄마, 전 대답 똑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얘기 할 거면 앞으로 전화하지 마세요."

전화를 끊었다.

엄마가 팔자를 못 핀다고 한 이유는... 여주는 나와 같은 작가이기 때문이다. 무명작가... 출판사도 그렇게 큰 곳이 아니기 때문에 이미 책을 한 권 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엄마가 여주를 반대하는 이유는 그것이다. 결국, 돈이라는 거지...

그리고 내가 여주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한 가지는 남들에게 보여줄 이쁜 추억들이 많다는 것도 있었다. 그 추억들을 책으로 낼려 늘 기록했기에, 내 기억은 그것을 잊지 못한다.아니, 잊을 수가 없다.

난 여주를 포기하지 않았다...잠시 이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것 뿐...어쩌면 이것도 하나의 핑계겠지만......


윤기
"하..."

소파에 누웠다. 잠을 자기로 했다. 감정소비를 많이 한 것 같다...차갑게 누군가를 대하는 것이 이렇게...어려울 줄이야...


윤기
"곰탱아...너도 자라...눈 계속 뜨고 있으면 눈 아프니까...근데 난 마음이 아프다..."

그렇게 잠 들어 버렸다.

추워서 눈을 떠보니 밤이되어 있었고, 배고팠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렇게 멍하니 밖을 바라보니 문득 떠오르는 여주의 말

이여주
"난 야행성 인가봐...어제도 밤에 하늘을 바라보니 가슴이 저릿한게 자고 싶지 않은 거야... 그래서 밤에 이것저것 했지... 가슴이 답답하거나 아플 때도 밤에 잠 안 자는데... 나도 좀 내가 신기하기도 해. 은근 밤에 공부가 더 잘 되는 것 같고"

넌...지금 자지 않고 있겠네...넌 나보디ㅡ 아플테니...그 흔들리는 눈동자가 니가 상처 받았단 걸 얘기해주더라... 사랑하면 닮는다더니...나도 오늘은 유독 잠자기가 싫다... 가슴이 아파서 이기도 하고, 밖을 보니 가슴이 저릿하기도 하고...

멍하니 생각없이 밖을 보고 있다. 추워서 몸을 떨었지만 애써 무시했다. 무언가를 하기는 싫고, 그렇다고 가만히 밖을 주시하기에는 지루했다. 지금 나의 상태는 그랬다.

어지러져 있는 것도 아니지만 깔끔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보통인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 어중간한 상태, 뭔가가 엉킨 것 같은 상태... 답은 알지만 엉킨 것을 풀고 싶지는 않은 딱 그 기분...

추웠지만 눈가에 고여있는 이 눈물은 따뜻했고,

이별의 밤은 생각보다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