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와 자취하면 생기는 일

ep1. 서울 남자는 다 이래?

서울 상경하기엔 아주 완벽하고도 퍼펰트한 날씨!

제기랄, 비가 온다.

그것도 장대비가 주륵주륵.

차라리 소나기면 좋겠다 싶을 정도의 장대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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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 ㅡㅡ 진짜 하필 비가 올건 또 뭐야 ;;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옛말 틀린거 하나 없더라.

머리 끝까지 혈압이 상승해서 그런지, 누가 건드리면 바로 폭팔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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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와! 아침만 해도 해가 쨍쨍이였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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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지금 누구 농락하냐!?

지금 나는 과연 듣고 있을지가 의문인 하늘의 신에게 바락바락 대드는 중이다

그러자 반항이라도 하듯 빗소리는 더 거칠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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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와ㅋㅋㅋㅋ 우산도 없는데 왘ㅋㅋㅎㅎㅎ핳ㅎㅎ핰ㅋㅋㅋㅋㅋ

실성했다.

말 그대로 이상황이 우스워 웃음만 나왔다.

지금 내 두손에는 인천에서 들고 온 나만의 짐꾸러기로 가득했다.

지하철 역에서 하염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이 손에 차갑게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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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하... 진짜 어떡하냐.

참 애속하구만.

내 옆의 사람들은 벌써 장대 우산을 하나씩 펴들고는 보란듯이 앞으로 지나갔다.

참 빡치는 일이 아닐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누구 아는 사람한테라도 전화해서 데리러 오라보 하면 되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지금 내가 서울에 온 이유는 오빠의 자취방에 침입하기 위해서다.

그럼으로 서울에 아는 인간은 오빠 하나 뿐.

근데 오빠한테 전화를 건다는 건, 내가 서울에 왔다는걸 알리는 꼴이 된다.

어떡할까...

짐 다 들고 편의점까지 뛰어가지 뭐!

크, 멋지다 나란여자.

다시 호기롭게 짐들을 짊어지고 나서려는데ㅡ

엥? 몸이 앞으로 나가질 않는다.

뒤를 돌아보니,

생긋 웃으면서도 내 옷자락을 놔주지 않는 훈훈한 남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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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 저기요?

의문의 남자

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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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좀 놔주실래요? 갈 길이 멀어서요, 하핫

의문의 남자

안돼요~ 이 비 맞으면 감기걸려서 죽어요

' 뭐가 그렇게 극단적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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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니 근데, 저 그래도 가야 돼거든요.

내 말에 그는 약간 고민하는듯 싶더니, 옷자락을 꼭 붙잡은 채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의문의 남자

ㅋㅋㅋㅋ 그럼 어디까지 가요?

' 모르는 사람 '

' 처음보는 얼굴 '

' 그런데 그걸 알려줘? '

나는 잠시 이 남자에게 주소를 보여줘도 될까 하고 생각했다.

' 괜찮겠지. 그래봤자 동네만 알려주는건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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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미공이요.

의문의 남자

어? 우리 동네잖아? 데려다 줄게요.

의문의 남자

형이 정류장으로 마중나온다고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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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럼 부탁드립니다.

역시 사양은 컴퓨터 살때나 고민하는거지.

' 아.. 노곤노곤하네 '

서울 상경이 쉽진 않구나.

어쨌든 덕분에 아주 쾌적하고 편안하게 도착할 것을 예상한 나는,

뒷자석에 기대어 앉은 뒤, 기분이 좋아져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옆좌석에 앉은 그 남자는 안전밸트를 채워주며 물었다.

의문의 남자

근데 왜 이렇게 짐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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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 오빠 자취방에 눌러앉을 생각이라 이건저것 챙겨왔더니 짐이 좀.. ㅎㅎ

의문의 남자

오오 자취할정도면 대학생? 그렇게는 안보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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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뇨 아뇨 저는 고1에요. 오빠는 고2

의문의 남자

어, 동생이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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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럼 말 놓으세요. 그 편이 저도 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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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난 박지민이야.

그는 기분좋은 웃음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 싱그러운 웃음에 비오던 날씨도 잊고 기분좋게 오빠의 자취방으로 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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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나저나 같은 동네라니..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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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뭐, 가보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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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으음...?

우린 그렇게 20분간 달려, 오빠의 자취방이 있는 동네로 입성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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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와! 덕분에 빨리 왔어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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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다행이다. 벌써 어두워졌는데, 더 늦어지면 곤랴하잖아.

지민오빠는 들어주었던 내 짐들을 내게 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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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여기선 혼자 갈게요. 민폐끼쳐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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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냐 ㅋㅋㅋ 덕분에 나도 완전 재밌게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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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이 동네면 언젠가 마주칠지도 모르겠네.

지민오빠는 처음 만났을때와 똑같은 싱그러운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나 역시 손을 흔들어주고 싶지만, 두손 가득 넘쳐나는 짐 때문에 PASS.

하지만 나도 뒤돌아 씨익 웃어주었다.

- 오빠의 자취방 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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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에.. 비번이 061... 3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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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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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뭐야, 어두워. 이시간까지 안들어 온거야? 참나, 이러니까 성적이 떨어지지.

나는 서둘러 불을 키고 방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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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헤에, 생각보다 괜찮은데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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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내가 하나 끼어난다구 불편할 것 같지도 않고.

이제 보니까 엄청 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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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방도 두개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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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무래도 최종보스는 우리 엄만가봐 ㅋㅋㅋ 미리 예상한듯.. 오, 소름;;

혼잣말로 이것저것 지껄이며 구경하던 중,

다시 도어락이 울리며 오빠가 들어왔다.

그리고는 겁나 당황스럽다는 표정으로 나를 경멸스럽게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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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어! 융기왔네, 서프라이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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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 뭐냐,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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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아주 작정하고 짐까지 싸들고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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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왜 왔냐? 엄마랑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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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하.. 적당히 하고 이번주 안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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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이고, 이번주 안은 무리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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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아 쓰읍... 걍 꺼져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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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촛불이 아니라 못꺼짐 ㅈ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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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님 성적 떨어져서 어무님께서 직접 보내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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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아...ㅁ친, 그럼 너 여기서 얼마나 지내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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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글쎄용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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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마 엄마가 올라오라고 할때까진 무리무리?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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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이번 시험도 아주 박! 살! 내셨던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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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이번주는 역시 무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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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응,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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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하... 야, 근데 진짜 에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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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여기 내 친구들도 막 그냥 들어와서 놀고 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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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러니까 너가 돼지인거임 ... 아니 소인가?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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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제발 인간 좀 돼라. 청소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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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아니.. 남자애들도 그냥 들락들락한다고 새꺄.

오빠가 내게 꿀밤을 먹였지만 나는 아랑곳하지않고 이마를 문질렀다.

익숙하단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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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눼눼, 도어락을 바꾸시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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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아무튼 나 여기서 지내야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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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이미 전학절차도 밟음. 응, 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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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야!! 저 돼지가 진짜!!!

나와 오빠의 말싸움에서 승리함을 직감적으로 느끼고는,

내 짐들을 모두 끌고 비어있던 방에 들어감으로서 눌러앉기가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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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음.. 그나저나 지민오빠, 전번이라도 물어볼 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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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여기서 아는 사람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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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주

그렇다고 융기 저 놈한테 도움 받을 일도 아니고...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난 그렇게 그 오빠를 자주 만날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