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천사

[세븐틴]ANGEL Of Guard.005

 왠지 주변이 시끄러웠다. 몽롱한 정신을 억지로 붙잡아 몸을 일으키자 누군가 내 곁으로 달려왔다.

"팀장님! 일어나셨어요? 어디, 편찮으신 곳은 없고요?"

 우리 팀 막내였다. 그보다, 여긴 의무실인데, 대체 내가 여기에 왜…. 분명 테러리스트 자식들과 대치 중이었을 텐데?

"제가 왜… 여기에…."

"어떤 분이 쓰러져있는 팀장님을 발견해서 여기 데려다 주셨대요."

"…그랬나."

 그러고 보니, 그 녀석들을 쫒다가 골목에서 정신을 잃은 것같기도 하고…. 뭔가 잊은 것같은데, 꿈이라도 꾼 건가.

"…아, 제가 얼마나 누워있었죠?"

"하루 정도 누워있었어요. 알파팀 팀원들이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아…."

"원우 아니었으면 경찰서에서 일어났을지도 모르죠. 어제 한… 4시 반? 그 쯤에 왔었거든요. 지금이 4시 43분이니까 하루 꼬박이네요, 진짜."

"원우… 라면, 헙, 혹시 프로게이머였던 폭스테일 님, 전원우 씨 맞아요? 저 그분 팬인데!"

"맞아요. 팬이었으면 세 달 정도만 일찍 들어왔으면 한달 정도는 같이 일할 수 있었을텐데. 그 분 BLACK 2팀에서 일했었거든요. 원래 BLACK 부서에 지원했었다면서요?"

"헉, 진짜요? 으, 조금만 더 일찍부터 준비할 걸…."

 세 달 일찍 들어왔으면 분명 그 미친개랑 현장 투입되는 극한의 신입 환영회를 체험했을테지만. 음, 내가 이런 생각을 최근에 했던것 같기도 하고. 데자뷰인가?

"갑자기 생각난 건데, 미친개… 아니, 윤정한 씨는 왜 은퇴한 거죠? 현장에서 날아다니는 거 보면 아주 천직이던데."

"글쎄, 잘 모르겠네요. 청장님이 엄청 챙겨주시기도 했고, 두 분 엄청 친했으니까 청장님은 알고 계시지 않을까요?"

 그 미친개랑 청장님이? 대체 무슨 연관성이 있어서? …알다가도 모르겠네.

"이제 가봐도 되겠습니까?"

"뭐, 문제는 없는 것같으니 가도 괜찮아요."

 의무실에서 나와 내 자리로 돌아가며 생각해 보았지만 나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보고서 제출하려면 직접 올라가야 했으니까. 그보다 내가 왜 윤정한이라는 그 비글같은 사람의 은퇴 이유를 찾고있는지 모르겠네.

"하아…."

"팀장님, 머리 아프신 건가요? 다시 올라가 봐야 하는 건…!"

"아냐, 걱정 안해도 돼."

 머리를 부여잡으며 한숨을 내쉬자 옆에 있던 막내가 안절부절 못하며 내 걱정을 했다. 괜찮다는 말로 안심시키고 나서 다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은퇴한 이유를 찾기 전까지는 잠들지 못할듯한 오기가 생겼다. 보고서를 작성하면서도 윤정한 씨의 은퇴에 대한 의문이 계속 고개를 내밀었다.

 최 팀장님이 한 시간 만에 한달치 보고서를 몰아쓰는 모습 볼 때마다 저게 어떻게 되는 걸까 생각했던 내가 다른 생각을 하면서도 그와 비슷한 속도로 보고서를 쓰고 있다는 사실에 헛웃음이 나왔다. 두 달도 안됐는데, 벌써 몸에 익은건가. 짧은 머리를 쓸어넘기고는 다 쓴 보고서를 출력해 모아 들고 청장실 앞으로 올라가 문을 두드렸다.

"청장님, 알파팀 현장보고서입니다."

"들어와요."

 청장님을 마주하자 마자 튀어나오려는 질문을 애써 밀어 넣고는 보고서를 건냈다. 청장님은 침착하게 보고서를 살펴보고는 나와 눈을 마주치며 고생했다고 격려하셨다.

"고생이 많았어요. 의무팀 백 팀장님께 듣기로는 하루 꼬박 쓰러져있었다고 들었는데, 괜찮나요?"

"네, 지금은 괜찮습니다. …혹시 질문 하나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청장님은 나를 바라보다가 살짝 웃으며 말하셨다.

"초 팀장님, 오래 참으셨네요. 평소였으면 들어오면서 질문하셨을텐데 말이죠. 해봐요, 얼마나 하기 어려운 질문이었길래 그렇게 참았는지 궁금하군요."

"윤정한 씨가 왜 은퇴한 건지 궁금합니다."

 청장님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뜨셨다. 그러다 이내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일어서셨다.

"그 질문을 누군가는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초 팀장님일 줄은 몰랐네요. 이야기가 길어질 것같은데, 일어난지 얼마 안되었으니 쉬었다가 내일 얘기하도록 할까요? "

"…네."

"아는 선에서는 전부 대답해줄테니 도망칠 거란 걱정은 접어둬요."

"네, 그럼 내려가보겠습니다."

"잠깐."

"네?"

"내일 몇 시쯤 보는 게 좋을까요? 6시 이전은 어려울테니 오후 9시 이후가 괜찮은가요?"

"네. 내일 9시에 올라오겠습니다."

 청창님께 인사를 드리고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오늘은 이상할 정도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깨어나기 전에 들어온 신고도 작은 몸싸움이 끝이었다고 했다. 분명 좋아해야할 일인데 왜이리 불안한 건지. 퇴근까지 네 시간이나 남았지만 도통 서류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하아, 이대로라면 집에서 일해야 하는데.

"팀장님, 뮤팀 신 팀장님이 부르시는데요?"

"신수한 팀장님이? 무슨 일… 인지 알겠다. 그래, 알겠어."

 자리로 돌아온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신 팀장님의 호출이었다. 보나 마나 걱정했다고 울고 불고 난리 나겠지. 날도 풀렸는데 사무실까지 가는 그 길이 왜 이리 서늘한지, 왠지 불길한데.

"신 팀장님, 저 왔습니다."

"초 팀장님! 걱정했잖습니까…. 내가 몇 번을 말해야 들을 겁니까? 그 지나친 의욕 죽이고 본인 몸부터 챙기라고요."

"그렇지만… 이번에는 잡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끝까지 따라가다 쓰러지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좀 진정 하세요. 너무 우시잖아요. 울지 마세요. 뚝."

"그 망할 의욕 좀 죽이라고요! 어흐…."

 내… 내 이럴 줄 알았다…. 아니, 울면서도 할 말은 다 하고, 그치라고 그러면 더 울고. 나보고 뭘 어쩌라는 거야?

"알겠어요. 알겠다고요. 자제할테니까 그쳐봐요."

"…진짜 자제할 거죠?"

"네, 최대한 자제할테니까. 불러놓고 울지만 말고 왜 불렀는지 얘기를 해봐요."

"그러니까…."

 왜 이제와서 할 얘기를 찾는 것처럼 고민하고 있는건가요, 신수한 씨. 결국 2분 정도 망설이더니 가보라는 말을 꺼냈다. …잔소리 하려고 불렀던 겁니까. 부모님도 잔소리 하고 바로 방으로 보내시지는 않았는데.

 내 자리로 돌아오자 수많은 고뇌의 증거 -결국 낙서라는 소리였다- 가 나를 반겨주었다. 그 중에는 자칭 'ANGEL'이라는 테러리스트 조직의 목적은 무엇인지, 내 기억의 공백에 대한 의문도, 윤정한 씨와 청장님이 가까워진 경위를 묻는 내용도 있었다. …내가 일에 저엉말 집중 안했구나. 최한솔 씨 이름은 왜 또 적어놨대? 낙서에는 내가 해놓고도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어들이 적혀있었다. 낙서의 질문 하나 하나에 대해 한참 생각하다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눈을 돌렸다.

"팀장님, 퇴근 안하세요?"

"…아,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유나 씨, 고마워요. 그럼 다들 내일 뵙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요."

 벌써 9시라고? 야자시간에 아무 것도 안하고 시간만 보낸 고등학생의 모습과 지금이 겹쳐보였다. 내게 신나게 손 흔드는 자괴감을 무시하고 가방에 낙서들을 쓸어넣은 후, 이능범죄관리청 본사 근처에 있는 내 집으로 발을 옮겼다. 매번 생각 하는 거지만, '이능범죄관리'라는 단어의 어디에서 '가드'라는 말이 나온 건지 전혀 모르겠다니까.

 실없는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순식간에 집에 도착했다. 원래 가까운 거리이긴 했지만 중간 과정이 사라진 기분이랄까. 여튼 집에 들어와 옷을 갈아입고, 가방에서 낙서들을 꺼내 살피며 생각에 잠겼다.

 첫번째, 지금 당장 ANGEL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얼마 없었다. 인원 수도 명확치 않고, 테러의 목표가 된 건물도 오래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마저도 언제, 어떤 목적으로 사용된 것이 마지막인지 알 수 없도록 무너져, ANGEL의 목적을 예상하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대체 뭘 하려는 건지, 뭘 하고싶은 건지, 이상할 정도로 단서가 없다. 누군가가 이 사건을 은폐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과연 이 사건에 그럴만한 이유가, 가치가 있었을까? 이유가 있다면, ANGEL이 저지른 테러가 '알려지지 않게 덮어야만 하는 무언가'를 건드렸기 때문인가?

 아는 것이 얼마 없는 만큼 결론을 내리기가 조심스러웠다. 결국 큰 성과 없이 다음 질문으로 시선을 옮겼다.

 두번째 질문은 내 기억의 공백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재수 없는 자식이 내 목덜미에 얼음을 대고 농락한 후부터 내가 쓰러지기 전까지의 기억이 없다는 소리다. 겨우 그 정도의 농락을 당했다고 해서 내 성격에 이성을 놓았을 리도 없고, 쓰러진 골목이 어디던 간에 전원우 씨가 길 가다 발견할 정도면 그렇게 외진 곳은 아니었으리라.

 그런데, 쓰러졌다면 아무리 늦어도 3시 반 이전이었을 텐데 백찬훈 씨는 내가 의무실에 도착한 시간이 4시 반이라고 했다. 그 시간이면 한 사람정도는 그 골목 근처를 지나갔을 것이다. 그런데도 내가 4시 전까지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로 보아 '3시 반부터 4시 사이에 어떤 일이 더 있었기 때문에 내가 그 자리에 없었다' 라는 가정을 할 수 있다.

 물론 골목이 외진 곳이라 해도 이상한 점은 많다. 과연 그 전원우 씨가 이유없이 외진 골목으로 들어 왔을까? 그 사람이 갈만한 곳은 PC방이나 게임센터일텐데, 보통의 PC방이나 게임센터는 번화가에 있으니 특수한 이유가 아니고서야 들어올 일이 없었을 것이다. 특수한 이유라면… 그 골목을 지나야만 번화가로 나갈 수 있다던가, 집이 그 근처라거나. 이 정도 뿐이지 않을까?

 다시, 위의 가정대로라면, 지금 내 상황은 '발견되지 않은 시간 동안 내가 그 자리에 없었고,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다. 그 동안의 기억은 없다' 는 것이 된다. 내 기억이 없는 이유가 될 수 있는 것은 누군가가 '내 기억을 지웠'거나 '내가 정신을 잃고 있었다' 정도이다. 기억을 지운 거라면 ANGEL의 짓일 확률이 높았고, 정신을 잃었던 거라면 …마찬가지로 ANGEL일 확률이 높았다. ANGEL은, 내가 30분 내지 1시간동안의 시간을 기억하지 못하게 해야만 한 이유가 있었을까? 그 녀석들의 목적과 연관이 있는 걸, 까…. 결국 처음의 질문이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메모가 무의미하게 질문의 끝이 첫 질문의 시작이라니. 허무함과 함께 오기가 생겼다. 결국 중요한 건 그 부분이라는 거지. 내가 뭣하러 이런 걸 하고있었나 싶어 기가 죽었던 일은 없었던 것마냥 의지를 불태우던 그 때, 메신저 알림이 울렸다.

 '최 팀장님'. 아직 바꾸지 못한 연락처의 이름이 메신저 알림에 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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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나이)-전원우(27) 前 프로게이머 폭스테일
코드네임(가면)-???[?] (여우가면)
고유 능력-???(??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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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가 불규칙해질 것같습니다…. 격주 연재에서 자유 연재로 변환합니다. 기다려주신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