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검]

EP 1. [맏형라인사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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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닥- 타닥- 



"잡아라!!!!!"

"절대로 놓치지 마라!!!!!!!!"




고요하던 숲속이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 누군가를 쫓는 듯 우르르 몰려든 포졸들의 뜀박질 소리가 잠시 머물더니 순식간에 저 산길 뒷 쪽으로 사라져갔고, 그들 때문에 놀라 모습을 감추었던 동물들이 다시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껏 흙먼지가 일어난 땅 위로 누군가가 사뿐히 안착하여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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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잡힐 뻔 했네."




놀랍게도 그녀가 나타난 곳은 다름아닌 나무 위. 누구보다 날랜 몸짓으로 가볍게 착지에 성공한 그녀는 포졸들이 지나간 방향을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지은 뒤 반대편으로 유유히 사라져갔다. 

제아무리 뛰어난 장수가 전국 팔도를 다 뒤져도 잡히지 않을 그들, 그리고 나.
















우린 자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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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3년 경, 평화롭던 조선을 들쑤셔 놓은 한 무리가 있었으니, 국왕은 특별령을 내려 그들을 잡는 즉시 고을 관아에서 사형에 처하라는 명을 전했다. 듣도보도 못한 검은 두건과 옷으로 모습을 감추고 신분조차 알 수 없는 자들이 조선인들을 죽이고 다닌다는 소문과 함께 사건이 여럿 터졌기 때문이다. 희생자들은 어린 아이, 여성, 농민, 양반 등 특정 인물이랄 거 없이 거의 모든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으며 조선은 공포에 휩싸이게 되었다. 

각 고을에서는 그들을 잡기 위한 소탕작전이 한창이었고, 낮밤 가릴 거 없이 포졸들은 우르르 몰려다니며 마을을 수색하였다. 그렇게 사람들은 곧 그들이 모두 사라질거라 하는 기대감을 품었지만, 안타깝게도 근 한 달간 잡힌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고을에서는 웬 경사가 터졌는데,














"축하합니다 마님, 딸입니다!!!"


"하아... 우리 아기..."
"한 번만 안아보자."

"너무 예쁘십니다. 마님을 닮아서 그런가 봅니다."

"유모, 주책은... 그나저나 참 예쁘네."
"이름을 뭐라고 지어야 할까?"







"그래, 김여주로 하자."




고을에서 유명한 자경단장의 딸, 김여주가 태어난 것이다. 이들 집안은 자객은 물론 흉악한 범죄를 소탕하기 위해 민간인들이 스스로 조직한 자경단장의 가문으로써, 그 기특함에 왕실과도 대대로 친분을 이어져오고 있는 양반가문이다.

그 사이에서 태어난 나도 역시 높은 취급을 받았으며, 부모님이 왕궁에 가실 때 마다 동행하여 꽤 보살핌을 받았다. 오죽했으면 세자까지 나에게 다가와 함께 유년시절을 보냈으리라. 




"여주야!"

"뭐야 세자, 검술 훈련하러 간다며."

"그래도, 지겨운 걸. 차라리 글 읽는게 더 좋아."

"장차 나라를 이을 사람이 되려면 뭐든 열심히 해야지."

"...여주 넌 항상 맞는 말만 해서 더 짜증나."

"세자님께서는 쉽게 화를 내시면 아니 되옵니다~"

"...쳇!!"




왕궁 뒷뜰에서 주고받던 유치하고도 시시콜콜한 대화는 늘 끊이지 않았다. 부모님의 뒤를 이을 자식들끼린 뭐가 통한달까? 

그렇게 남부럽지 않은 집안에서 태어난 나였지만, 부모님은 나를 늘 엄하게 키우셨다. 하긴 그도 그럴것이 허투른 벼슬도 아니고 국왕의 특애를 받고 있는 자경단장의 딸인데, 어디 하나라도 어긋났다간 순식간에 몰락할 것을 나도 잘 알고 있었다. 성격도 딱히 모나지 않았고 누구보다 부모님을 자랑스러워 했던 나였기에 군말없이 나름 자랑스러운 딸로 나는 커왔다.

그러던 어느날, 내가 15살이 되던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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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으로... 파견을요?"

"응. 그렇게 됐단다."
"제천 고을 관아에서 도움 요청이 왔거든."

"얼마나 걸리실 것 같은데요?"

"최소 한 달, 길면 두 달도 걸릴 것 같구나."
"혼자 적적할텐데 같이 가지 않겠니?"

"...네!"




제천 고을에서 벌어진 작은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파견이 나신 부모님을 따라 나도 귀경길에 오르게 되었다.




그때, 부모님을 말렸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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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경길에 오른 우리는 밤이 깊어가자 머물 곳을 찾기위해 숲 속을 거닐고 있었다. 호롱불에 의지한 채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이 어쩐지 으스스하면서도 시원한 밤 공기가 떨리는 마음을 잡아주었다.




"여기서 잠시 쉬었다 가자꾸나."

"네, 아버지. 길이 꽤 머네요?"

"제천은 가는 길이 꽤 복잡하단다. 
그래도 얼마 머지 않았구나."




바위에 걸터앉아 다리를 주무르며 아버지가 말하셨다. 처음으로 집을 멀리 떠나오자 싱숭생숭한 마음이었지만, 두 분에겐 워낙 익숙한 일이다 보니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 꽃을 피웠다. 새삼 부모님이 대단하게 느껴져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곤 했다.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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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닥- 

웬 발소리가 근처에서 들려왔다. 그것도 한 사람이 아닌, 아주 많이. 여러명의 소리가.




"...여보, 산짐승일까요?"

"짐승치고는 사람 같던데... 여주야, 어머니와 있어라."

"네, 아버지..."




아버지는 나와 어머니를 뒤로 물러서게 한 채 호롱을 들고 주변을 살폈다. 어느새 높이 떠오른 달에 낀 진득한 어둠이 순식간에 고요해진 숲 속을 옥죄어 왔다. 




"...헛 것인가?"




시간이 지나도 기척이 없자, 아버지는 조심스럽게 호롱을 내리며 마지막으로 주위를 살피셨다. 겁먹었던 순간이 무색하게도 주변은 개미소리 하나 나지 않았고, 이내 한숨을 휴- 내쉬며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설 채비를 했다.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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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 -

















순식간에 화살이 날아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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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헉 -
















"아... 아버지!!! 어머니!!!"

"끌고 가!!!!"

"네!!!"

"우읍!! 으으읍!!!! 읍!!!!"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날아든 화살이 부모님의 가슴을 관통했고, 부모님은 그대로 쓰러져 숨을 거두셨다. 영문을 몰라 내가 울부짖고만 있을 때, 누군가가 날 뒤에서 덮쳐 입을 막은 건 다음 일이었다.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어 비통헌 울음소리만 내뱉으며 힘겹게 바라본 그들의 얼굴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검은 두건과 옷, 화살과 검으로 무장한 대략 열댓명의 사람들. 

나라에서 그토록 잡으려고 애를 쓰던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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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객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