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빌레라

1. 여주의 이야기

내 이름은 강여주. 한창 뭣 다운 나이 싶팔 세다. 18… 내 인생은 정말 18 같다. 세상 모든 고2들을 다 데려다 놔도 내가 제일 가관일 거라 굳게 믿는다. 난 정말 지옥에서 살아왔으니까. (지옥 같은 곳정도가 아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게 한두 번이 아니니까. 꿈에서라도 죽어보면 좋겠으니까.



왜 남들에게 힘들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한숨일 것이다. 나도 한때는 죽어라고 우리 학교 상담쌤이랑 면담하러 다니고 초록창에 검색해서 나오는 상담 센터에 전화하고 문자하고, 같잖은 애들만 모여있는 익명게시판에 글도 써봤으니까. 지금이야 다 포기했다. 대신 내 팔자가 상 팔자려니… 하고 있지.




“반장! 우리 국사 수행 언제까지 내는거야?”


“반장? 애들 폰 걷어서 교무실로 좀 부탁할게ㅎ”


“그거? 반장한테 물어봐.”




반장’ 내 제 2의 이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더 웃긴 건 집에서조차 난 내 이름으로 불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진짜 18 같은 인생이다.




“야, 이 쌍노무 년아! 내가 설거지 해놓으라고 했잖아!”


“이제 애미 와도 인사도 안 해, 쌍노무 년…”


“쌍노무 년이 키워준 은혜는 모르고 확 씨…!”




쌍노무 ’ 이건 내 제 3의 이름. 가끔은 생각한다. ‘쌍노무 년’ 이 진짜 내 이름이고 그 다음이 ‘반장’, 마지막이 ‘강여주’ 인 건 아닐까 하고.



여기서 끝이면 다행이게? 여고생 다리에 멍자국이 뭐냐고,  멍자국이… 가뜩이나 외모에 신경 쓸 시기인데 난 멍자국 가리랴 치마도 못 꺼내입는다. 누가 물으면 난 그저 웃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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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시발. 집 들어가기 싫다.”




그 날도 어김없이 술 취한 여자가 (물론 이 여자는 내 엄마지만 차마 그렇게 부르기 아까워서 여자라는 대명사를 사용하겠다.) 오타가 잔뜩 난 문자를 보냈다. 내용은 더 뭣같다.




— 소주렁 맥주 사어ㅏ 상누므년ㅇ아




이 와중에 소주랑 맥주만 오타 없이 쓰는 여자도 대단하다고 느낀다. (새삼스럽네) 이미 마실대로 마셔놓고 미자한테 술이나 사오란다. 이 정도면 내가 얼마나 18 같은 인생을 사는지 이해했으리라 믿는다.



드라마 속 비련의 여주인공에게는 남주인공이 있고 동화 속 불쌍한 공주들 곁에는 왕자가 있다. 다 죽어가는 내 옆에는… 시이발 술병밖에 없다. 아, 담배꽁초는 덤.




“왜 태어났냐, 강여주… 진짜 뒤져라, 뒤져.”




아파트 앞 평상에 드러누워 중얼거렸다. 내 맘을 아는건지 모르는 건지 천장 틈으로는 별이 잔뜩 뿌려져 있었다.



 어릴 때, 아주 어릴 때, 그 여자도(누군지는 알거라 믿는다) 정상이었을 때 할머니가 해준 말이 생각났다.




“똥강아지야ㅎ 사람에게는 모두 저마다의 별이 있단다.”


“할무니, 그러엄 나두 별이 이써?”


“그럼! 우리 똥강아지는 가장 빛나는 별일테다. 저기 저 별처럼.”




가장 빛나는 . 그 별이 곧 내 별이겠거니 하고 살아온 어리석은 지난 날은 잊고 싶다. 가장 빛나는 별? 웃기지 말라 그래. 어쩌면, 정말 어쩌면 내 별은 저기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확 가출해버릴까…”




그리고 나서는 뭐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씽씽 불어대는 바람 탓에, 집에 들어가기 싫다는 생각 탓에 평상에서 그대로 잠에 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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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야! 얘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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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어디? 헐, 진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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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죽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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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긴 뭘 죽어, 사람 쉽게 안 죽는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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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추웠겠다… 나 같았으면 못 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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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인정. 어제 10℃보다 밑이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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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조용히 좀 해. 정신 사납게 진짜…”




이것들은 뭐야? 대충 보아하니 내 또래 같은데. 뭔 놈의 애새끼들이 7명씩이니나 몰려다닌다냐. 꼴 사납네. 가오 부리는 것도 아니고.




“다 꺼져… 일어나자마자 이게 뭔 소란인데.”




처음 보는 사인데 서슴없이 뭐라하는 내가 신기한걸까 아님 내가 귀라도 먹은 줄 알았는데 아니라서 놀란걸까. 뭔지는 몰라도 동물원 원숭이 보는 것 같은 저 표정, 진짜 한 대 갈기고 싶었다.



그리고 그 더러운 만남이 우리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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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빌레라는 심심할 때 끄적끄적할게요. 주기적으로 연재는 못하겠고 일단 첫사랑 어게인에 영혼을 갈아보려고 합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