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튼 사이로 나른하게 비치는 따뜻한 햇살에 기분좋게 일어났다. 간밤에 단잠을 잔건지, 온몸은 개운하고도 남았다. 침대에서 일어나 나갈 준비를 마치고있으면, 여주의 방문을 두드리는 연이였다.
"일찍 일어났네, 잠은 잘 잤고?"
"어제 도와준 덕분에. 고마워, 연아."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며 모든 준비를 마친 후, 방문 밖으로 나갔다. 지난밤 이곳에서 잘 지내겠다고,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을 한 덕분에 앞으로 내게 다가올 일들이 무척이나 기다려져왔다. 숨을 크게 들이마신 후, 연이와 함께 궁 밖으로 나가면 역시나 연이의 무리가 우리쪽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활짝 웃으며 반기고있었다. 물론, 내가 아닌 연이를 반기는거겠지.

"연아, 잘 잤어?"
"응- 다른애들은?"
"더 잘껀가봐, 승마수업은 우리끼리 듣지 뭐."
그러고보니 어제 있던 무리보다 3명이 부족했다. 승마수업은 선택수업이라 듣고자 하는 사람들만 들어도 되는 수업이라고 했다. 전에 여러번 승마수업을 들어본 이들과는 달리 여주는 이 세계에 오고나서 처음받는 승마수업이니, 마냥 신기하고 또 두려울 따름이었다. 현생에서도 가보지 않은 승마장을 여기서 접하게 되다니, 넋이 나간 채 승마장 주변을 이리저리 살피는 여주였다.
"우리가 좀 늦게와서 탈 수 있는 말이 없나봐.. 어떡하지?"

"연아, 너 먼저 타고 있어. 금방 뒤따라갈게."
승마장에 준비되어 있는 말은 오직 한 마리 뿐이었다. 사람은 6명, 탈 수 있는 말은 1마리.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을 하고있으면, 그들은 한치의 고민도 없이 연이를 먼저 말에 태웠다. 그런 연이는 말이 익숙하다는 듯 누구의 도움도 없이 잘 올라타 자연스럽게 말을 타며 그들에게서 점점 멀어져갔다.
"우와…멋있어…"
드넓은 승마장을 활보하며 달리는 연이가 아주 멋있어보이는 여주였다. 연이가 가는 곳마다 시선을 따라가며 넋이 나간 표정인 여주의 행동이 웃겼는지, 옆에서 옅은 웃음을 터뜨리는 호석이다.

"푸흡, 어제는 그렇게 울상이더니. 오늘은 아닌가보네."
"어? 호석아 안녕!"
언제온건지, 뒤늦게 승마수업에 합류한 호석이었다. 맑고 까랑한 여주의 인사에 말을 기다리고 있던 정국, 지민, 남준, 석진의 시선이 호석이와 여주 쪽으로 쏠렸다. 여주는 호석이에게 활짝 웃어보이며 어제는 고마웠다고, 덕분에 편하게 잠잘 수 있었다며 감사인사를 건네었다. 그런 여주의 밝은 미소에 호석은 당황을 하며 시선을 급히 돌렸다.
"그, 말, 말은 안 타?"
"아- 지금 남는 말이 없어서. 기다리고 있었어!"
"……"
타이밍 좋게, 마침 승마를 마친 한 아이가 교수님께 말을 반납하고 있었다. 살면서 한번도 말을 타보지 않은 여주는 빨리 타보고 싶다는 마음에, 급히 교수님께 한달음 달려갔다.
"교수님 !! 그 말 제가 탈게요!!!!"
우렁찬 목소리로 교수님께 소리치며 달려가는 여주의 모습을 보고 또 한번 실소를 터뜨리는 호석이었다. 곧 정신을 바로 차리며 자신의 뺨을 약하게 치는 호석이다. 내가 왜 웃고있는거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다시 원래의 무표정으로 돌아온 호석의 얼굴이었다. 드디어 말을 차지하게 된 여주는 말을 타기 위해 출발지점까지 조심히 끌고 갔다. 문제는 어떻게 타냐는건데...
말의 손잡이만 잡은 채 어떻게 올라타야하나, 올라탄 뒤에는 어떻게해야하나. 백지장같이 새하얀 여주의 머릿속이었다. 그때, 언제 온건지 여주 옆에 말을 끌고와 출발지점에 선 정국이었다. 드디어 물어볼 사람이 생긴 것 같아 신이 난 여주는 바로 그에게 물었다.
"저, 혹시.. 나 말 타는 법 좀 알려줄 수 있어?"

"뭐?"
이미 말에 올라탄 그를 올려다보며 저에게 말 타는 법을 가르쳐달라는 여주였다. 정국은 그런 여주가 어이없었다. 분명 입궁시험 때 승마시험도 있었을텐데, 말을 타는 법을 모른다니. 말을 타지도 못하면서 궁에는 어떻게 들어왔는지 이해가가지 않았다.
"너, 말 탈 줄 몰라?"
"응.. 처음 타 보는거라.."
"허…"
그런 여주가 신기한 듯 여주에게 시선을 두는 정국이었다. 그때, 수업을 마친건지 말을 반납하고 여주에게로 발걸음을 옮기는 연이였다.
"여주야, 너 말 타본 적 없어?"
"응…"
"그럼 정국이가 가르쳐주면 되겠네. 궁에서 승마학점이 제일 높은 사람이 정국이거든. 제일 잘 타-"
"주연, 그런거 아니.."
"그럼, 부탁해-"
이내 정국이의 등을 두어번 툭툭 치고는 자리를 뜨는 연이였다. 정국이와 여주사이에 어색한 기류만이 흐르고, 그 정적을 깨는건 다름아닌 정국이의 옅은 한숨이었다.
"이 발판이름이 등자인데, 일단 그거 밟고 올라가."
"이거?"
"아니, 그 앞에 있는거."
등자를 찾지 못한 여주가 답답했는지, 타고 있던 말에서 내려와 직접 등자를 찾아주는 정국이다. 이내 등자를 찾고 환하게 웃으며 바로 발판을 밟고 올라타려는 여주였다. 하지만 그 발판이 너무 높이 있는지라, 혼자 올라타기엔 힘이 부족했다. 등자를 밟고 말의 안장을 잡은채로 낑낑대면, 보다못한 정국이 힘껏 여주를 들어올려주었다.
"후… 고마워 정국아!"
"일단 처음타보는거니까, 어떻게 타는지 알려줄게."
이내 여주가 타고있는 말에 올라타는 정국이었다. 말의 손잡이를 잡고있는 여주의 뒤에서 자신도 그 손잡이를 잡았다. 덕분에 정국이 여주를 감싸는 자세가 되어버린 탓에 정국은 당황하며 자신이 한 행동에 스스로 놀랐지만, 정작 여주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저 말을 탄다는 것에 신이 났을 뿐.
정국이 내는 신호와 함께 말은 달리기 시작했다. 급 출발한 반동에 이끌려 여주의 중심이 뒤로 쏠렸지만, 정국이 잡아주며 자연스럽게 말을 이끌었다. 이 드넓은 승마장을 가르며 달리면 무언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 마구 벅차올랐다. 시야에 보이는 연이에게 환한 웃음을 지으며 손을 붕붕 흔드는 여주에 정국은 그런 여주를 보며 무언가 뿌듯한 마음이 들어 입가에 미소가 옅게 지어졌다.
"정국아, 이제 나 혼자 타봐도 돼?"
뒤를 돌아 정국에게 묻는 여주에 짓고있던 미소를 급하게 숨기는 정국이다. 혼자 말을 타봐도 되냐는 여주의 물음에 안될 건 없을 것 같아 알겠다고 한 뒤 말을 서서히 멈추는 정국이였다. 오늘 말을 처음탄다고는 했으나, 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사고에 다른 말에 옮겨 타 여주의 옆을 따라가는 정국이다.
"이렇게 타면 되는 거지?"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 손잡이 꽉 잡고."
"응, 이거 진짜 재밌다-"
여주의 얼굴엔 웃음이 떠날 생각이 없었다. 그런 여주를 보니 다시 뿌듯해져오는 마음에 또 다시 저절로 정국의 입가에 미소가 번져갔다. 곧 여주에게 향했던 자신의 시선을 급하게 거두며 미소를 감추는 정국이였다. 자신이 왜 웃었는지, 왜 여주를 보고 입꼬리가 올라갔는지 자신은 무척이나 어이가 없었다.
"얘가 왜 이래…"
정국이 한참 깊은 생각에 빠져있을 동안, 여주의 말은 갑자기 멈추어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손잡이로 채찍질을 해도 움직이지 않는 말에 여주는 말에서 내리려 한 쪽 발을 들었다. 그 순간, 멈추었던 말이 급발진을 하여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는 말에 여주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구 달리는 말에 여주는 비명을 질렀고, 그 비명에 정국은 정신을 차리고보니 여주는 이미 저만치 달려가고있었다.
"김여주 !!!"
통제할 수 없었다. 여주가 어떻게 해보려해도 말은 멈추지 않았다. 정국은 급하게 말을 출발시켰고, 여주를 뒤따랐다. 연이를 비롯한 그들도 놀랐는지, 교수님께 먼저 이 사실을 알렸다. 점점 빨라지는 말의 속도에 여주는 겁이 났고, 결국 눈을 질끈 감아 고개를 푹 숙였다.
"정국아…도와줘…"
지금 생각나는 건 정국이 뿐. 손잡이를 잡고있는 여주의 손은 점점 힘이 풀려가고, 결국 손잡이를 놓치고 말았다. 그 순간, 뒤쫓아 온 정국이 여주의 말에 자신의 말을 바짝 붙이고, 말에서 떨어지려 한 여주를 번쩍 안아올려 자신의 말에 여주를 태웠다. 정국의 말은 서서히 멈추었고, 덕분에 여주의 정신은 점점 돌아왔다.
"김여주, 괜찮아?"
"……정국아…"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여주였다. 얼마나 놀랐을까, 정국은 여주의 어깨를 토닥여주면 심하게 떨고있음을 느꼈다. 교수님은 여주가 탔던 말을 쫓아갔고, 연이와 호석, 지민, 남준, 석진은 여주와 정국에게 달려갔다.
"여주야!! 괜찮아?!?!"
"전정국, 어떻게 된거야."
"모르겠어, 말이 왜 갑자기 급발진한건지.."
"여주야.. 난 정말 너가 말에서 떨어지는 줄 알고... 흑.. 끄읍.."
이내 울음을 터뜨리는 연이에 모두가 연이에게로 시선을 쏟았다. 자신도 말에서 떨어질뻔해 놀랐지만, 그걸 본 연이도 많이 놀랐었구나 생각하며 흐르던 눈물을 닦고 연이를 위로해주는 여주였다.
"연아, 난 괜찮아- 정국이 덕분에 살았어."
"다행이야 정말..."
"연아, 울지마. 김여주 괜찮데."
"눈물 닦고, 일단 가자 연아."
사실 괜찮지 않았다. 아직도 방금 전 상황만 생각하면 온몸이 떨렸다. 낙마가 그렇게 가벼운사고가 아니다. 말에서 떨어졌을 시,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하면 목숨까지 잃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국이가 구해주었고, 덕분에 다친 곳은 없었다. 정국은 말을 반납하러, 그들은 울고있는 연이를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 혼자 남은 여주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고 말았고, 그제서야 눈물을 다시 터뜨렸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쉼을 반복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낙마 할 뻔 했는데, 역시 괜찮을리가 없지."
"어…?"
연이를 데리고 가던 무리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여주에게 손을 내밀었고, 여주는 자신에게 내민 그 손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 손을 잡으니 안심이 되었고, 자연스레 그를 의지하였다. 그러고나서 곧 그는 여주를 일으키며 부축을 해주었다. 한편 정국은 말을 반납하고 다시 여주가 있던 자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김여ㅈ.."
하지만 여주는 이미 떠난 뒤였고, 그곳에는 두꺼운 책 한 권만이 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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