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조선에서 살아가는 법
01


안녕하세요?

음, 뭐라고 해야하지

하하하...

큼, 큼...

안녕하세요, 저는 김석진이라고 합니다

한양에서 제일 가는 김씨집안 외동아들이자

과거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글공부하는 유생이랍니다


김석진
하아...


민윤기
왜 그리 한숨이야?


김석진
글공부는 어렵기만하고, 머리에 들어오질 않잖아


민윤기
왜 그런지 알려줄까?


김석진
내 머리가 안 좋아서 그런거라고 할 거면서


민윤기
아니, 무식하지는 않지


민윤기
따지자면 무식하기보단 단순하지


김석진
단순하다니..


민윤기
그리고 너가 하루가 멀다하고 저잣거리에 나가놀잖아


민윤기
그러니 공부가 잘 되겠어?


김석진
그런가..?


김석진
하지만 저잣거리에 나가는 것만큼 재미있는 게 없는 걸


민윤기
가서 잘생긴 사람 찾느라 바쁘니까 재밌겠지


김석진
야!


민윤기
아, 실수


김석진
입조심하라니깐...


민윤기
알았어, 알았어~


김석진
후...

다행히 들은 사람은 없는 것 같네

하여튼 민윤기...

나는...

그러니까, 김씨집안의 외동아들 김석진은

남자를 좋아한다

남자....

아이를 못 낳아 대를 끊기게 하는 것만큼 큰 죄가 없다

자식이라곤 나밖에 없는 우리 아버지..

아버지께 이 사실을 들킨다면

아마 쫓겨날 것이다

아니, 어쩌면 맞아 죽을지도

아니면 강제로 혼인시키려나

뭐가 됐든 어차피 내 인생이 망하는 길 뿐

죽어도 비밀로 할 것이다

아버지
석진아


김석진
깜짝이야...


김석진
아, 아버지 오셨어요?

아버지
그래..


김석진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김석진
표정이 안 좋으신데...

아버지
.......


김석진
무슨 일이신데 그러십니까?

아버지
방금 네 삼촌과 얘기를 하고 왔는데 말이다

아버지
과거시험 준비할 겸, 잠시 바람도 쐴 겸

아버지
집을 떠나 별채에서 지내보는 건 어떻겠느냐?


김석진
별채요?


김석진
저만 가는 건가요?

아버지
그래, 네 시종들 몇 명도 데리고 가서 지내다 오거라


김석진
네, 알겠습니다

아버지
혼자서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김석진
걱정 마세요, 글공부도 열심히 할게요

아버지
그래, 미리 짐 싸놓거라


김석진
지금 당장 싸러 가겠습니다!

이야..

이럴 수가

어쩜 이리 꿈만 같은 일이...

아버지껜 정말 죄송하지만, 저는 잘생긴 남정네들을 좀 찾고 싶거든요

아버지..

이 못난 아들을 용서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