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한테 걸려버렸다
13. 비상계단에서


나를 발견하자마자 휴대폰을 뺏어버리는 악질 대표.

김여주
여기는 어떻게 오셨어요?

김여주
성호 대표님 뵈러 오신 거죠?


한태산
아니요.


한태산
그쪽 보러 온 건데.

김여주
저를 왜요?

김여주
저희 이제 마주칠 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태산
보고 싶었어요.


한태산
늘 보이던 사람이 안 보이니까 솔직히 미치는 줄 알았어요.

김여주
갑자기요?

김여주
...뭐를 잘못 드신 거 같은데.

김여주
저는 태산 대표님 안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한태산
미안해요.


한태산
일부러 더 차갑게 대했어요.


한태산
내가 너무 못난 대표였죠?

김여주
갑자기 이러시는 이유는요...?


한태산
좋아합니다.


한태산
눈에 안 보이면 아무렇지 않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한태산
그게 아니었습니다.

김여주
...

그러다 악질 대표는 나한테 갑작스러운 키스를 해버렸다.

김여주
지금 뭐...

순간 진한 향기가 스쳤는데,

되게 유혹을 당하는 듯한 향이었다.

나는 이 악질 대표가 모두가 잘생겼다고 인정하는 사람이어도,

한 번도 그렇게 느낀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잘생겼네.


한태산
많이 참았어요, 저.


한태산
미안해요. 더는 참는 법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입맞춤이 시작됐다.

비상계단에서 입 맞추는 소리밖에 나지를 않아 기분이 묘했다.

내가 아직 그 회사 다녔으면 싫었을 수도 있는데...

지금 이 감정은 뭘까...

김여주
(헛기침)

김여주
얼른 가보세요.


한태산
내가 꼭 다시 원래대로 되돌려 놓을게요.

김여주
...그런데 태산 대표님,

김여주
언제부터였어요?


한태산
아, 솔직히 처음에는 정장 때문에 화 엄청 났었는데.


한태산
면접날이 자꾸만 기다려지더라고요.


한태산
여주 사원님 이름이 있었을 때는 웃기도 했어요.


한태산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김여주
웃으셨다고요...?


한태산
좋아서 웃었죠.


한태산
도망을 안 가고 어쨌든 와줬으니까.


박성호
한태산 대표님?


한태산
네?


한태산
아, 안녕하십니까.


박성호
저희 회사에는 왜...


박성호
저와 어떤 약속도 없지 않았나요?


한태산
맞아요.


한태산
제가 대단한 프로젝트 하나 만드려고 하는데.


박성호
뭔데요?


한태산
완성이 되면 다시 찾아올게요.


한태산
오늘은 박 대표님이 목적이 아니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


박성호
한 대표님이 여주 사원님께 뭐라고 막 하신 건 아니죠?

김여주
네?

김여주
...안 그러셨습니다.


박성호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박성호
어서 들어가서 일 보세요.


박성호
그리고 혹시 주말에 시간 괜찮으시면...

김여주
대표님, 여기 회사인데요...


박성호
그러면 문자로 보내둘게요. (웃음)


박성호
뭐 필요하신 거 있으면 꼭 말해주세요.

김여주
알겠습니다. 감사해요.

...휴.

입술 너무 아프다...


팀장
한 대표님 마주치셨어요?

김여주
네?


팀장
아까 한 대표님이 찾으시던데.


팀장
무슨 이야기 하셨어요?

김여주
별 이야기 안 했습니다.


팀장
...근데 한 대표님, 그 얼굴로 살고 있으면 무슨 기분일까요?


팀장
아까 진짜 무슨 연예인 보는 것 같았는데.

김여주
...(웃음) 글쎄요.


팀장
주변에 이성 많으실 것 같죠?


팀장
아, 아니지. 약혼자가 있는데.

...

헉, 맞다... 약혼자!!

그럼 약혼자가 있는데 나랑...!!


팀장
표정이 왜 그래요? 역시 뭐 있었죠?

김여주
아, 아니요!


팀장
수상한데...


팀장
(속삭이며) 약혼자 있는 분 건드리시면 안 돼요.


팀장
약혼자이신 **회사 대표님도 한 성격 하시거든요. 한 대표님처럼.

망했다...

그럼 나 또 실수한 거잖아.

아니, 내 잘못이 맞나? 한 대표 자기가 먼저 한 건데!

그 순간, 한 대표에게 연락이 왔다.


한태산
: 주말에 시간 돼요?

...어쩌지.

그래, 주말에 정리해야겠다.

프로젝트 만들면 안 되니까.

김여주
: 네, 시간 됩니다.


한태산
: 그럼 그때 뵐게요.

그리고 이어서 온 성호 대표님의 문자에는 다음에 보자고 답했다.

이제 주말만 기다려야지.

김여주
오셨...

김여주
...?!

우와...


한태산
왜 그렇게 봐요?

김여주
...태산 대표님 사복을 보니 신기해서요.


한태산
좀 멋있나요?


한태산
늘 정장 입은 모습만 보셨을 테니,


한태산
신경을 써봤습니다.

완전 처음부터 이 모습으로 봤으면,

난 완전히 사랑에 빠졌을 거야.

...그러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