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 아가씨 {단편모음집}
01. 너라는 꽃 (김남준) {完}


너는 항상 꽃을 닮았었지.

장미도, 튤립도, 그 흔한 들꽃도 아닌,

불 속에 핀 예쁜 꽃.

딱 그 꽃을 닮았어.

아름다운 꽃들 말고,

차갑고 따뜻한 겨울날에 핀 꽃도 아닌,

뜨거운 여름날 갑자기 내게로 온,

작은 불꽃.

아무것도 닮지 않은 너를 사랑했어.

그게 내가 널 사랑하는 이유야.

처음 너를 봤을 때

너는 꽃보다 예뻤지.


화여주
안녕, 난 화여주야!


김남준
나는... 김남준..

네가 너무 예뻐서 내가 놓쳤는지도 몰라.

아쉽게도 우린 태양이 불같이 뜨거울 여름날 즈음에 끝을 봤지.


김남준
우리..


김남준
헤어...질까?

완벽하지 않은 의문문에


화여주
뭐? 갑자기 나타나 내 전부를 너로 만들어놓고,


화여주
이제 와 내 전부를 가져가겠다고?


화여주
...

답변을 받는 것 만큼 쉬웠던 건 없었어.


화여주
그래, 헤어져

완벽한 질문이 아니여서 그랬을까?


화여주
넌 평생 후회하게 될거야.


화여주
날 버리고 아파줘 제발.


화여주
평생을 뜨거운 지옥에서,


화여주
그 안에서 예쁜 꽃을 피워줘.


화여주
이게 내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이야.


화여주
평생을 행복하게 살다가,


화여주
가끔씩 마음이 저려오면 거긴 내 자리라고 생각해줘.


화여주
내 사랑이 머물렀던 상처니까.

알 수 없는 말만 남기고 떠나는 너를,

붙잡을 재주는 없어.

내 상황을 설명할 재주는 더더욱 없고.

그냥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너를 또 사랑하게 되었어.

어쩜 우리는 불 속에 핀 한 쌍의 꽃이 아닐까.

우리 서로 의지하다, 한 명이 바스라지면 한 명도 다 타 버릴,

그런 꽃같아.


또 다른 너를 만났을 때는

또 다를 여름날이었어.


화여주
...

달라진 게 없는 너였지.


김남준
안녕..?


화여주
응.. 안녕..


김남준
잘 지냈어?

완벽히 만들어낸 의문문에

대답을 쉽게 할 줄 알았나봐.


화여주
너는..


화여주
너는 내가 잘 지냈을 것 같아?


김남준
응?


화여주
제발... 제발.


화여주
그래서 넌.. 평생이 행복했니?


화여주
내 바람대로 말이야.

아니.

행복하지 않았어.

널 두고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어.

혼자 타국으로 떠나는 유학에,

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너에게 이별을 고했어.


화여주
변명이라도 해줄래, 내가 이해할 수 있게.

그때나 지금이나 내 처지를 설명할 재주는 안되지만,

적어도 너를 더는 잃고 싶지 않았어.



김남준
사랑해.


김남준
날 사랑해줘.


김남준
제발.

뜨거울 여름날 우리는 다시 만났어.

그리고 또 다른 여름날 다시 헤어지겠지.

그래도 결국 우린 만날거야.

너 없는 불 속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터득하지 못했거든.

{너라는 꽃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