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13명의 보디가드가 있다면
31_오늘부로 당신들은 해고입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

나는 그 지긋지긋한 병실에서 퇴원하고

다들 이제 다시 원래대로 집에 돌아갔다.

정여주
흐음.. 뭔가 어색한 이 느낌은 뭐지.


최승철
꽤나 오래 있었으니깐 그럴지도.


부승관
그래도 오니깐 기분은 좋지?

정여주
그럼요, 당연하죠ㅋㅋㅋ


권순영
지금은 어디 아프다거나 그런 건 없지?

정여주
네, 그냥 원래 상태로 돌아온 거 같네요.


권순영
그럼 다행이고ㅎㅎ

그러면서 은근슬쩍 순영은 어깨에 손을 올린다.

허, 이제 아예 티내기로 결정했나.

정말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꽤 그런 순영이 귀여보였ㄷ...

정여주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정여주, 정신차리자.

이제 더 이상 정을 받을려고 하지마.

그래야 그 후에 보디가드들도 편하고

... 나도 편하게 죽을 수 있으니깐.


김민규
자자, 그럼 우리 슬슬 점심도 다가오고 그러니


김민규
제가 손 좀 걷어볼까요?


김민규
다들 뭐 먹고 싶어요?


문준휘
저는 갑자기 초밥 먹고 싶어요!


윤정한
와 그건 좀 에바.


이지훈
허, 에바. 지랄하고 자빠졌네.


전원우
에바야, 에바.


부승관
네, 삼진 에바로 기각입니다!


문준휘
......


이석민
아, 미쳤네ㅋㅋㅋㅋㅋ


문준휘
그래, 니네들 마음대로 해라..


이지훈
여주야, 밥 먹으러 부엌으로 가자.

정여주
아, 네!

이렇게나 다들 행복해보이는데

내가 준비한 이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한다해도 과연 내 말대로 해줄까.


31_오늘부로 당신들은 해고입니다




김민규
자, 밥 다 됐습니다~


서명호
오, 그냥 귀찮아서 볶음밥 했지?


김민규
야, 니가 14인분 해보든가.


전원우
왜, 그래도 이렇게 해주는 게 어디냐.


김민규
흐윽, 역시 형밖에 없ㅇ...


전원우
비록 쟤가 좀 어떨 땐 맛없게 할 때도 있지만-


김민규
.....


홍지수
그런데.. 여주 오늘 밥맛 없어?

정여주
.....


부승관
야야, 정여주!!

정여주
ㅇ, 어.. 네?


윤정한
왜 이렇게 멍 때리고 있어.


윤정한
무슨 일 있어?

정여주
아... 아니에요. 그냥 딴 생각..ㅎㅎ


권순영
그러지 말고 자, 아- 해봐!

순영은 한 숟가락 떠서 내 앞에 대었다.

정여주
... 죄송해요, 저 오늘 밥 안 먹을래요.

그 성의를 무시한 채 나는 의자에 나와

내 방으로 곧장 달려갔다.


권순영
... 흐윽ㅠㅠ


이지훈
으이그, 너 잘하는 짓이다.


최승철
.... 여주 아마 뭔가 있는 거 같아.


최승철
항상 밝던 애가 저럴리가 없잖아.


최한솔
아님 여주가 알고 있는 거 아닐까요?


이찬
에이 설마...


이지훈
.... 가서 좀 얘기를 해야할 거 같은데.

그렇게 다들 밥을 다 먹지 않은 채로

여주의 방으로 같이 올라갔다.

정여주
하아, 이렇게까지 해야지 될려나.

나는 머릴 부여잡고는 눈을 감았다.

그냥, 아무 생각하기 싫었다.

머리가 너무나도 복잡하다.

고작 이 병 때문에 이런 생각하기도 싫었지만

그걸 가지고 있는 내가 제일 싫어졌다.

그리고 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는 행동에도 싫었다.

.... 그냥 모든 것이 다 미워졌다.

똑똑-

정여주
......

- 여주야, 들어가도 돼?

정여주
아뇨, 나중에 다시 오면 안 될까요.

- 중요한 얘기여서 그래, 응?

정여주
.... 들어와요.

벌컥-


윤정한
여주야, 무슨 안 좋은 일 있어?

정여주
아, 그냥 속이 안 좋아서..

정한이 혼자 들어오더니 나에게 이유를 물었다.

정여주
그런데 왜 다 안 오고 오빠만 오셨어요?


윤정한
음, 내가 제일 그래도 상담은 잘하니깐?

정여주
하긴 저도 13명 다 들어오시면 부담스럽네요..


윤정한
그래서 진짜 속이 안 좋아서 그런 거야?

정여주
.... 네, 안 좋아요.


윤정한
속 말고 다른 데가 아니라?

정여주
네..?


윤정한
너 병원에서부터 지금까지 억지로 웃는 거 같아.


윤정한
마치 우리 때문에서라도 그러는 것처럼.

정여주
......


윤정한
혹시, 너도 알고 있는 거야?

정여주
.... 저는 모르는데요.


윤정한
나 아직 주어 안 말했는데.


윤정한
너 진짜 알고 있는 거 맞구나.

정여주
..... 그래요, 알고 있었어요.

정여주
6개월 뒤에 제가 죽을 거라는 걸요.

정여주
그래서 일부러 지금 이러는 거예요.

정여주
더 이상 당신들에게 정을 안 줄려고,

정여주
더 이상 당신들에게 마음을 안 줄려고,

정여주
더 이상 당신들에게 고통을 안 줄려고.

정여주
그래서 제가 혼자서 이 난리를 피우고 있어요.

정여주
그런데... 그런데 왜 계속 저한테 잘해주세요..?!

정여주
나는 이젠 마음 안 줄려고 바둥바둥하는데

정여주
왜 그걸 계속 막게 하시냐고요!!!!

순간 나도 모르게 분이 터졌고

그걸 죄 없는 정한에게 전했다.


윤정한
여주야, 잠시만 진정 좀 하ㄱ...

정여주
아니요, 저 진정 못 하겠어요.

정여주
그리고 이젠 당신들 꼴도 보기 싫어요!!!

나도 내 감정을 제어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의 이상한 감정이 겹치다 보니

결국 분노로 감정이 합해졌다.


윤정한
.......


이지훈
야, 정여주!!!

정여주
.....!!

언제 나타났는지 지훈은 소릴 지르곤

내 어깨를 탁- 하고 잡았다.


이지훈
너 도대체 왜 그래?!


이지훈
그리고 뭐라고? 꼴도 보기 싫어?


이지훈
야, 정여주. 우리가 그동안 그렇게 꼴도 보기 싫었어?


이지훈
왜, 그러면 그냥 우리보고 꺼지라고 하지 그랬어!!


윤정한
야, 지훈아!!

정여주
......


이지훈
너 지금 마음, 우리가 이해해.


이지훈
그래서 지금 그 아픈 거 너 혼자 다 가지겠다는 거잖아.


이지훈
우리한테 그래서 더이상 안 볼려고 하는 거고.


이지훈
.... 허, 정여주.


이지훈
너 고작 그런 생각밖에 못 하겠냐?


윤정한
이지훈!! 너 지금 흥분했어, 일단 내려가봐.


이지훈
정한이형, 그럼 지금 순한 말로 풀릴 거 같ㅇ...

정여주
그래요, 맞아요.

정여주
저 원래 그딴 생각밖에 못해요.

정여주
그리고 남들한테 괜히 짐을 주는 걸 싫어해서 그래요.


이지훈
그럼, 우리는 남이라는 거냐?

정여주
.....


이지훈
그래, 이제 우리는 너한텐 "당신들" 이지?


이지훈
그럼 그동안 너가 우리한테 준 정은 거짓말이구나.

정여주
아....


이지훈
우리한테 잘해준 너가 제일 잘못이 큰 거야.


이지훈
빡치게 그딴 지랄을 우리한테 했으면서-


윤정한
이지훈!! 너 작작하라고!!!


이지훈
.....!!

순간 정한이 지훈에게 소리쳤다.

이런 모습은 정말로 처음 보는 광경이다.


윤정한
일단 나가자, 너도 나도 같이.


윤정한
정여주, 일단 나중에 얘기해.


이지훈
아니. 나는 좀 더 얘기하고 싶은데.


윤정한
이지훈, 너 계속 그럴 거ㅇ...


이지훈
아니, 이제 화 안 낼게.


이지훈
그리고 따로 여주랑 얘기할 것도 있어.


윤정한
.... 그럼 일단 내가 나가줄게.


윤정한
너 한 번 더 소리치면 그땐 가만 안 둬.


이지훈
아, 알겠으니깐 가.

그렇게 정한이 문을 열고 나갔다.


_지훈 시점


정여주
.......

잠시 정적이 가득한 이 방.

그 안에서 나는 빤히 여주를 보았다.

.... 괜히 좀 심한 말을 했나.

할 거 다 말해놓고 후회가 들고 있다.


이지훈
저기, 여주야.

정여주
......


이지훈
내가 미안해, 조금 화가 났었어.


이지훈
그만큼 우리가 너 많이 아껴서 그런 거 알잖아.


이지훈
그런데 너가 그런 말을 하면 서운해지잖아.

정여주
.... 죄송해요..

정여주
저도... 이러면 안 되는 거 잘 알아요.

정여주
알지만... 하지만... 너무 무서워요..


이지훈
뭐가 그렇게 무서운데?

정여주
옛날에.. 저희 엄마가 갑자기 돌아갔을때,

정여주
그때 왜인지는 모르겠다만.. 미웠어요.

정여주
그렇게 날 두고 떠나버린 엄마가 미웠다고요..

정여주
우연한 사고였다만 그땐 그냥 엄마뿐만 아니라

정여주
그냥 그 상황이 다 밉고 싫었어요.

정여주
그리고 만약 6개월 뒤에... 제가 죽을때,

정여주
그때 저처럼 저를 미워하고 아파할까봐...

정여주
그래서... 이런 짓까지 하는 거예요...


이지훈
.....

잠시 여주의 얘기를 듣고는 말을 섣불리 할 수가 없었다.

여주가 한 말이 틀리다고 할 순 없었다.

.... 그렇다고 이런 짓까지 하게 냅둘 순 없다.


이지훈
여주야,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하지 마.


이지훈
비록 너 말이 틀리다고 할 순 없지만


이지훈
그렇다고 "우리"가 널 절대 미워하지 않아.


이지훈
(그렇다고 "내"가 널 절대 미워하지 않아.)


이지훈
왜냐하면 "우리"가 널 그만큼 아끼고,


이지훈
(왜냐하면 "내"가 널 그만큼 아끼고,)


이지훈
그만큼 "우리"가 너를 무척이나 좋아하니깐.


이지훈
(그만큼 "내"가 너를 무척이나 좋아하니깐.)

그래, 이렇게라도 얘기할 수 있어서 좋네.

비록 여주는 모르겠다만, 뭐 어때.

어차피 여주랑 나는 만날 운명이 아니니깐.

정여주
......


이지훈
일단 진정하고 쉬고 있어.


이지훈
무슨 일 있으면 우리 부르고.


그렇게 잠시 시간이 흘렀다.

세븐틴은 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여주가 진정하고 마음을 바꿀때까지.


최승철
그럼.. 일단 여주가 자신 상태를 알고 있는 거지?


윤정한
보니깐 순영이가 통화할 때 들었대.


권순영
아, 이런 입 진짜 죽여버려..


부승관
그런데 이미 알아야 할 사실이였잖아.


문준휘
그래서, 여주 상태는 어땠어?


이지훈
좀 심각했어, 우릴 이제 남으로 생각할 정도로.


전원우
그래도 나는 여주 마음 이해해.


전원우
얼마나 자기 죽는 거 슬퍼하는 기분 안 가지게 할려고


전원우
이렇게까지 하는 거 보면 참..


최한솔
그래도 이러는 건 답이 아니라고 봐.


최한솔
우리도 이제 같이 슬퍼해줄 사이 정도 됐다고.


홍지수
그리고 아직 여주가 확실히 죽는다는 보장도 없고.


홍지수
여주가 잘 버텨준다면 살 수 있대잖아.


서명호
그런데 그런 의지가 여주한테서 안 보이는 게 문제지만...

그렇게 방 안에 얘기로 가득 찰 때쯤.

벌컥-

정여주
저기...

나는 그 방 안으로 한 발짝 들어갔다.


김민규
어, 여주야..?


김민규
이제 좀 진정 됐어?

정여주
(끄덕끄덕)

정여주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이찬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데?

찬의 물음을 끝으로 나는 한 종이를 보여줬다.


윤정한
.... 뭐야, 저건.


권순영
.... 잠시만, 여주야. 내가 잘못 보는 거지?

정여주
아니요, 잘 보신 거 맞아요.

정여주
이 종이, 해고통지서에요.


이지훈
야, 정여주!! 아직도 내 말 못 알아들었어?

정여주
아니요, 잘 들었어요.

정여주
그런데 저는 그 말, 못 지킬 거 같아요.

정여주
제가 여러분들 해고하면 센터로 돌아가야 되는 거, 알고 계시죠?


늉비
여기서 잠깐!


늉비
만약 보디가드팀을 고용한 사람이 해고통지서를 보내면


늉비
그걸 받은 센터는 팀에게 이틀 내로 오라고 통지합니다!


늉비
만약 거부하고 가지 않을 시엔 보디가드 자격을 박탈당합니다.


늉비
결국 어쩔 수 없이 강제로 돌아가야 되는 거죠.



이석민
여주야, 갑자기 왜 그래..


이석민
우릴 이렇게 보낼 거야?


부승관
그러면 너 혼자서 뭘 어떻게 할려고?

정여주
저는 제가 알아서 잘 챙길게요.


이지훈
정여주, 진짜 우릴 보낼 생각이였어?


이지훈
이게 그동안 너가 생각한 최선의 방법이야?

정여주
네, 제가 그동안 생각한 방법이에요. 그러니깐,

정여주
오늘부로 당신들은 해고입니다.

결국 일을 저질러버렸다.

다들 처음으로 애처롭게, 그리고 실망한 듯 쳐다보았다.

다들 나를 그렇게 보지마.

오히려 내가 이렇게 하는 게 맞아.


권순영
여주야, 너 그거 진심 아니잖아.


권순영
이렇게 억지로 너를 막지 말라고.

아니야, 나는 진심이야.

이게 내 진심이고 그렇게 할 거야.

내가 오빠들 몫까지 다 짊어질게.

그러니깐, 나 때문에 슬퍼하지 않았으면.

그러니깐, 나 때문에 미워하지 않았으면.

나를 잊고 부디 행복하게 지내면 좋겠어.



늉비
음 어쩌다보니 이거 점점 새드로 가는 느끼..ㅁ..


늉비
원래 이렇게 새드로 가면 안 되는ㄷ


늉비
여주가 어릴때 엄마가 돌아가신 기억이 커서


늉비
결국 저런 선택을 하는 군요ㅠㅠㅠ


늉비
참 겉으론 티를 못 내지만 엄청 아끼고 있는 모습이 보이네요 (´•̥ω•̥``)


늉비
네 아무튼 오늘은 여기까지!


늉비
다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