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에도 예보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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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나··· 외국 가야 할 거 같아요.

윤여주

외국이요? 외국 어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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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미국이요. 전 제이쿡 작가님께서 만나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윤여주

정말요?!!! 그걸 왜 이제 말했어요! 당연히 가야죠. 전 제이쿡 작가님이면 미국 풍경 쪽에서는 말도 필요 없는 분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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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좀 오래 있을 거 같아서요.

윤여주

오래요? 얼마나 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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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짧으면 6개월···, 길면 1년까지요.

윤여주

네···?! 그렇게나 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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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만나보고 괜찮으면 같이 그림 그려보고 싶다고, 전시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그러시더라고요.

윤여주

어···.

작가님에게는 너무나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6개월이라도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어서 쉽게 말이 안 떨어졌다. 그래도 나 때문에 작가님의 좋은 기회를 막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윤여주

가야죠. 좋은 기회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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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윤여주

어떤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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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그··· 우리 사이 정리하는 게 맞는 거 같아서요. 연락도 잘 안될 거예요. 그런 나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잖아요.

윤여주

그냥 군대 기다린다고 생각하면 돼요. 나한테 정리한다는 말 하지 말아요. 싫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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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알겠어요.

윤여주

출국 날은 잡힌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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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내일모레요.

윤여주

뭐야···. 그렇게 빨리요? 내가 말 안 했으면 언제 말할 생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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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이제 들어가서 좀 자요. 내일 출근하잖아요.

윤여주

알겠어요···. 우리 저녁에 또 보고, 내일도, 모레도 계속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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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네···, 얼른 들어가요. 벌써 2시가 넘었어요. 잘 자요.

할 얘기를 다 했는데도 오묘하게 찝찝한 느낌이 계속 들었다. 그것보다 내일모레면 당장 작가님을 볼 수 없으니까 속상한 게 제일 컸다.

작가님은 이거 때문에 나랑 정리할 생각을 했다니 좀 분하기도 했다. 여러 감정이 충돌해 머리가 아파 그만 생각을 멈추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

그렇게 작가님을 보내는 날이 너무나도 빨리 다가왔다. 이제 작가님 마음을 좀 잡고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는 역시 매번 타이밍이 엇갈렸다.

윤여주

조심히 잘 다녀와요···.

말없이 작가님은 고개만 끄덕였다. 빨리 오겠다는 말조차 없었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말은 나를 또 우울에 잠기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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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나··· 기다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윤여주

내가 싫다고 했죠. 왜 계속 기다리지 말라고 해요? 썸타자고 한 거 진심 아니었어요? 왜 계속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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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생각 없이 내뱉는 말 아니에요. 썸타는 건 큐레이터님이 계속 그러시니까 어쩔 수 없었던 거죠.

진짜 나랑 끝을 맺고 싶은 건지, 정말 생각 없이 나에게 하면 안 될 말을 했다. 할말을 이렇게 잘하는 작가님의 처음 보는 모습에 나는 말문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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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이제는 나 잊고 좋은 사람 만나요. 진심이에요.

윤여주

나 안아줘야죠. 진심 아니잖아요. 그 말 진심 아니잖아요. 왜 계속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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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이제 나 때문에 우는 일도 없을 거예요. 잘 지내요. 공항까지 와줘서 고마워요.

윤여주

작가님···. 작가님!!

가려는 작가님의 손목을 잡았다. 정말 끝인 거 같아서, 그냥 이렇게 보내주면 정말 다시는 못 볼 거 같았다. 매달려서 펑펑 울며 못 가게 꽉 잡았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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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그만 해요, 이제.

윤여주

작가님··· 흐흑···. 작가님!!!

작가님이 먼저 손을 뿌리쳤다. 작가님이 정말 이해가 안 갔지만, 목 놓아 우느라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냥 그 공항 바닥에 쓰러지듯 앉아 울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몇 시간째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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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큐레이터

윤 큐레이터님!

윤여주

김 큐레이터···? 여기는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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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큐레이터

작가님이 부탁하셔서 왔어요.

윤여주

작가님···? 김석진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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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큐레이터

네, 울고 있을 거라고 데리고 가달라고···.

윤여주

하···. 내가 여기서 울든 말든 자기가 뭔 상관이야. 그렇게 내팽개치고 가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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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큐레이터

일어날 수 있겠어요?

윤여주

진짜 너무해···.

허전했다. 내 옆에 있어야 할 사람이 갑자기 사라져서 실감이 안 났다. 행복했던 것도 잠시 나에게는 불행이 또다시 찾아왔다. 결국 우리의 끝은 또 똑같은 레파토리인 헤어짐이었다.

[ 3개월 후 ]

윤여주

우떠 5주년 기념 특별전 기획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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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관장

전 제이쿡 작가님 개인전? 내가 아는 그 전 작가님?

윤여주

네, 맞습니다. 전 작가님이 한국에서 전시하신 이력이 없더라고요. 5주년을 맞아 우떠 최초로 국외 작가님을 모시면 어떨까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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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관장

전 작가님이 승인하실까. 다른 미술관도 다 거절했는데. 한국에서 전시 안 한다고 밝힌 바가 있잖아.

윤여주

확신해요. 우떠는 다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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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관장

윤 큐레이터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확신은 그렇게 막 뱉는 게 아니야.

윤여주

믿어주세요. 제가 확신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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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관장

그게 무슨 소리야.

윤여주

관장님은 그럼 승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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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관장

사고 치지 마라.

윤여주

안 쳐요~ 제가 한 건 또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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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준 관장

그래. 그럼 전 작가님 승인 나면 보고해. 모실 수 있으면 꼭 모셔.

윤여주

알겠습니다!

내가 이렇게까지 확신하는 데에는 정말 이유가 있긴 하다.

김석진 작가님은 전 작가님을 보러 갔고, 그럼 두 분이 어느 정도 친해졌을 테고, 나는 김석진 작가님하고 아는 사이고, 전 작가님을 못 데려올 방법이 없진 않다. 한국에서 전시하고 싶게끔 난 만들 수 있으니까.

그리고 또 한 가지. 전 작가님을 모시게 되면 김석진 작가님은 자동으로 한국에 오게 되어 있다. 그때 전시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했던 말, 그 전시를 5주년 특별전으로 같이 제안할 수도 있고.

김석진 작가님이 정말 밉고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보고 싶긴 하다. 전 작가님이 있어야 김석진 작가님도 다시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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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큐레이터

큐레이터님, 내일 주말인데 별다른 일정 없으시죠?

윤여주

음··· 아마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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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큐레이터

소개팅이요.

윤여주

소개팅?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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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큐레이터

왜긴요? 큐레이터님이 그러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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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큐레이터

그래, 알겠어. 소개팅한다고! 그러셨잖아요.

윤여주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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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큐레이터

그렇게 말하면 저 서운합니다. 이미 얘기 다 해놨는데.

윤여주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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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큐레이터

아무리 싫어도 한번 만나보기라도 해줘요. 그래도 큐레이터님 뵈려고 계속 기다린 사람인데. 이번에 파투 내면 저 그 선배 얼굴 이제 못 봐요.

윤여주

아니··· 알겠어. 하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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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큐레이터

그 선배 전화번호예요. 연락해 보세요.

윤여주

내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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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큐레이터

그럼 큐레이터님 전화번호 알려드려도 돼요? 먼저 하기 부담되시면.

윤여주

그냥···, 내가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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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큐레이터

그래요. 그 기획안은 어떻게 됐어요?

윤여주

아, 관장님은 승인하셨어. 전 작가님과 이제 컨택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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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큐레이터

정말요?!

윤여주

왜 그렇게 놀라. 안 될 줄 알았니? 내가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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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큐레이터

그런데 큐레이터님 저한테는 좀 솔직해져요.

윤여주

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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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큐레이터

전 작가님 모시려고 하는 거, 김석진 작가님 때문 아니에요?

김 큐레이터가 눈치가 좀 빠르긴 하다. 하긴 김 큐레이터는 전 작가님 때문에 김석진 작가님이 미국 간 것을 아니까 아마 회의했을 때부터 느끼고 있었을 거다.

윤여주

맞긴 한데, 꼭 김석진 작가님 때문에 전 작가님을 모시는 건 아니다. 전 작가님 내가 얼마나 모시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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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큐레이터

네네, 그런 거로 해요.

윤여주

김 큐레이터? 나 지금 무시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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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큐레이터

제가요? 퇴근하겠습니다~ 내일 소개팅 잘하고 오십쇼.

윤여주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야. 결과는 장담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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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큐레이터

일단 만나보세요. 괜찮을 테니까.

얼마나 괜찮은 사람이길래 김 큐레이터가 계속 괜찮을 거라는 말을 하는지, 솔직히 좀 궁금하긴 했다. 마음은 없었지만. 그래도 나 만나고 싶어서 계속 기다렸다는데 한 번 만나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집에 와서 나는 김 큐레이터가 알려준 번호를 핸드폰에 띄우고 계속 망설였다. 솔직히 마음에는 없었지만 떨리기는 했다. 떨리는 마음을 조금 가라앉히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윤여주

어떡해···. 왜 떨리냐. 괜히 내가 먼저 한다고 했나.

‘뚝’

윤여주

📞 엇, 안녕하세요. 그··· 김태형 큐레이터랑 같이 일하는 윤여주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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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Y메이

어제는 머리가 너무 아파서 못 왔어요ㅠㅠㅠ 앞으로 글을 못 올리는 말을 더불어 사담이 거의 ‘메이 사담방’에 올라갈 예정이니 이쪽에서 확인 부탁드려요!! 오늘도 보러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