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의 추억
4


다음날 새벽

여주랑 정국이 한이불 덮고 곤히 잠들었을때 누군가 정국을 조심스레 건드리며 깨웠어. 정국은 처음에 무시하다가 짜증나서 그냥 일어났지.


전정국
(일본어로) 씨.. 누구야?

조직원들
(일본어로) 형님 저희입니다.

눈을 뜨자 양복쟁이들이 방을 꽉 채울정도로 몰려와있었어. 정국은 어리둥절해 하며 살피는데 조직원들의 굳은 표정을 보고 뭔가 낌새를 눈치채.


전정국
(일본어로) 설마..

조직원들
..(끄덕끄덕)

정국은 무슨일인지 알아챈듯 조직원들을 보며 말했고 양복쟁이들은 조용히 끄덕거렸지. 정국은 옆에있는 여주를 깨우지 않게 하기 위해 꾸물꾸물 굼벵이처럼 이불속에서 나와서 옷을 갈아입어.

정국이 다 준비를 마치고 출발하자는 말을 하려던 찰나, 쿨쿨대며 자고있는 여주를 보며 생각에 잠겼어.


전정국
(여주를 바라보며) ...


전정국
(인사라도 하고갈까..)


전정국
(어차피 다시 올건데 지금 꼭 안해도 되겠지?)

정국은 곤히 자고있는 여주를 깨우고 싶지 않았어. 또 저들한테 여주 얼굴 보여서 좋을게 없으니까. 정국은 그냥 이불을 목끝까지 덮어주고는 일어나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어.


전정국
(일본어로) 行こう. (가자)

정국이 앞장스자 방을 꽉 채웠던 검은무리들이 우르르 나가. 그와중에 여주는 세상모르고 자고있지. 어느새 해가 뜨고. 여주는 다다미방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햇살에 눈부셔하며 일어나.

김여주
으음...

여주가 정국이 품에서 다시 자려고 팔을 뻗는데 아무것도 잡히지 않아. 여주 일어나서 살펴보는데 정국이 옷들도 다 사라지고 아무것도 없었지.

김여주
(두리번 두리번) 뭐야 어디갔지?

김여주
옷도 없고.. 짐은 다 가져갔네..

여주는 그래도 자기가 정국이랑 평범한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아무말 없이 가버리니까 서운함이 물밀듯이 밀려와. 약간 눈물이 맺히긴 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으며 짐을 싸버리지.

김여주
여주야 너도 좀 쿨해지라고!

김여주
그냥 맛있는거 얻어먹은 사이잖아

김여주
그냥.. 그런 사이인거야!

김여주
후...

여주는 배낭여행이라 짐이 별로 없어서 자기짐만 조용히 챙기고 나왔어. 일본에서 첫 인연을 이렇게 보내서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이 넓은 일본에서 찾을 수 도 없었으니까 별 수 없었지.

그렇게 둘의 찐하고도 짧은 첫만남은 끝났어. 여주는 곧장 택시를 타고 온천으로 직행했고 정국은 아직 안나타났지. 여주도 여기서 둘의 인연은 끝인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둘은 훨씬 긴 연줄을 가지고 있었어. 조금 꼬이긴 했지만 아주 긴 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