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기념 특별편
*그냥 내가 널 거짓 사랑하게 해줘 下



태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민과 (도)여주의 눈이 마주쳤다.

차여주
회… 그거 양 얼마나 된다고-.


차여주
참, 도여주는 회 좋아하는 거 알고 있고….

차여주
박지민 너는?


박지민
…뭐가?

차여주
회 괜찮아? 시장 둘러보다가 싱싱해 보여서 사 왔거든.


박지민
상관 없어.

차여주
오케이, 그럼 됐어.


카트보다 앞서 걸어가던 여주 둘. 여전히 메모를 보고 있던 (차)여주는 갑자기 태형을 불렀다. 태형아, 이거 어떻게 해.

지민과 같이 있던 태형은 자연스레 (차)여주에게로 향했고… 두 사람은 다정하게 붙어서 걸어가느라 뒤는 보지도 않았다.

그러면 이때를 틈타 카트를 밀며 (도)여주의 옆으로 향하는 지민이었음을.


도여주
…….

아무 말도 못하고 지민이 눈치만 보고 있는 여주에, 지민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가 사 왔으면 오늘 배 터졌겠네.

도여주
…그러니까ㅎ

자연스레 분위기 푸는 지민이에, 여주가 웃었다. 그런 여주 보고 있던 지민이도 입가에 미소 띠고.



박지민
여보.

도여주
응?


박지민
……아까 큰 소리 내서 미안해.


도여주
……아니야. 너는 나 걱정해서 한 말인데, 뭘.


박지민
그래도 너 서운해하는 것 같아서.

나란히 서서 카트 손잡이를 잡게 된 두 사람은, 서로의 목소리가 서로에게 닿게끔만 작게 속삭였다.

도여주
…솔직히 말해서 처음엔 조오-금 서운했긴 했는데,

도여주
계속 곱씹어 보니까 넌 나 위해서 말한 거였더라고….

서운할 이유가 전혀 없었어…. 쑥스러운 표정의 여주가 말하자, 그런 여주만 바라보던 지민이 입을 열었다.


박지민
…그래서,



박지민
이따가 회 먹을 거야?


들려올 여주의 대답이 제법 기대된다는 듯이 얼굴을 가까이하는 지민이었다. 조금 망설이는가 싶더니 곧 여주가 전하는 대답은…


도여주
…….

도여주
……딱, 한 점만 먹는 건 괜찮지 않을까…?

피식, 여주의 대답에 지민이 귀엽다는 듯이 고개까지 젖혀 웃었다. 왜 이렇게 귀엽냐, 너.

제발 그것만은 허락해달라는 간절한 눈빛을 보내오는 여주에, 마지못해 지민이 허락했다. 딱, 한 점만이야.

도여주
그러면 자기야….

도여주
나는 회 못 먹으니까, 저녁은 뭘 먹어야 하지…?

걱정스러운 말투의 여주에, 지민이 여주의 머리를 쓸어주며 말했다. 내가 따로 차려줄게.

도여주
헙. 뭐 해줄 건데?


박지민
…여주 좋아하는 게, 뭐 있더라.



박지민
김치찌개, 어때.

도여주
헐, 완전 좋아.

급기야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는데, 그 모습이 너무 예뻤는지 주체 못 한 지민이가 그대로 입술을 맞대어 버렸지 뭐람.

도여주
아, 야…!



박지민
그만 좀 예뻐라 너 진짜.


하필이면 그걸 본 목격자가 둘 더 있다는 게 문제.


더 앞서서 꽁냥대며 걸어가고 있던 태형과 (차)여주. 허전한 느낌에 뒤를 돌아봤는데 하필이면 입술을 맞대고 있던 두 사람에, 동시에 표정 구겨졌다.

차여주
저것들이 진짜… 마트에서까지 난리네, 난리.



김태형
…그냥 우리끼리만 올 걸 그랬나.

차여주
그러니까…. 아무래도 선택을 잘 못한 것 같아.

여주 고개 다시 돌려주며 여주 어깨 감싼 태형은 애써 못 본 체하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


마침내 장을 다 보고 예약했던 펜션으로 들어선 네 사람.

차여주
시설 되게 좋다….

차여주
태형아, 뷰 봐. 바다가 다 보여…!



김태형
그러네-. 되게 예쁘다.

짐을 옮기다 말고 그대로 바닥에 내려놓은 태형은, 여주의 말에 창밖을 보다가도 이내 여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오로지 태형의 눈에는 여주뿐.


도여주
차여주-! 이것 좀!

그렇게 둘만의 평화로운 시간도 잠시, (도)여주와 지민의 부름으로 인해 흩어지게 된 두 사람이었다.

들고 올라와야 할 식재료, 각자의 짐… 등등. 지하 주차장에서 지상 10층까지 엘리베이터로 오르락내리락한 네 사람은 체력 방전.


차여주
…아, 배고프다.


김태형
슬슬 저녁 준비할까?

차여주
응, 그러자.

부엌으로 향하는 두 사람인 반면에, 거실에 앉아있는 지민과 (도)여주는 장 본 것들을 다 꺼낸다.

그 와중에 손씻고 있던 (차)여주가 둘에게 질문했지.

차여주
근데 왜 리희는 안 데리고 왔어-.

차여주
리희 보고 싶었는데.

도여주
리희- 데리고 오고 싶었는데,

도여주
리희는 집 아니면 잠을 못 자-.

차여주
리희는 그럼 누가 돌봐주셔?

도여주
지민이 어머님이-.



···


그렇게 시간이 좀 흘렀을까. 지민이가 해주기로 하던 김치찌개, 태형이네가 사 온 회, 식사와 곁들일 약간의 술까지.

모든 게 차려진 식탁 주위로 앉은 네 사람은, 잘 먹겠습니다- 하며 수저를 들었다.

도여주
찌개 잘 끓였네, 여보.


박지민
괜찮아? 입맛에 맞아?

도여주
응, 완전.

몇 번가량 서로 술잔을 맞부딪히기도 하고, 그간 못했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내던 네 사람.


도여주
둘은 아직 결혼 생각 없고?

여주의 질문에, 태형과 (차)여주가 서로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박지민
…뭐야, 둘이 뭔가 있는 모양인데.

차여주
뭔가 있기는-. 그런 거 없어.

애써 시선을 돌린 (차)여주는 벌컥벌컥, 제 잔에 담긴 술을 마셔대기 바빴다.

그런 여주 보던 태형이는 조금만 마시라며 제지하고선 하는 말이,



김태형
나는 하고 싶어 하죠. 하는데…


누나가 지금은 하고 싶은 거 다 했으면 좋겠어서. 혼자일 때 누릴 행복 다 누리고, 나랑 결혼했으면 싶어서요. 제 옆에 있는 여주를 가만 보던 태형이 나긋하게 말했다.


김태형
형은 어때요, 결혼하니까?


박지민
…결혼….


박지민
이 사람 아니면 안 되겠다… 싶어서 했어.


박지민
여전히 너무 좋고.

사랑꾼이네요. 나지막이 말한 태형은, 여전히 (차)여주에게 시선 고정 중.

도여주
지금 누가 누굴 보고-.

도여주
너도 충분히 사랑꾼이네요-


박지민
맞아, 차여주만 꼬박 7년을 기다렸잖아. 나보다 더한 일편단심이네.


김태형
아…ㅎ

쑥스러운 듯이 태형의 볼이 발그레해지면, 옆에서 지켜보던 (차)여주는 귀엽다는 듯이 웃고.

차여주
그러니까-. 내가 매번 말하는 거지만,

차여주
너한테 진짜 고마워-.

너 아니었으면 난 평생 연애 못 했어. 태형이 머리 쓰다듬어주던 여주. 태형은 그런 여주 한참을 보다 말했다.


김태형
…나한테 고마워?

차여주
응-. 완전.


김태형
얼마만큼.

태형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대로 태형에게 짧게나마 입술을 포개는 여주였음을.



김태형
…겨우 이 정도?

차여주
……지금은 우리 둘만 있는 게 아니잖아_ㅎ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맞은편에 앉아있는 지민이네를 본 두 사람. 말 그대로 둘은 표정이 한껏 일그러진 상태.


박지민
…그래, 한창 좋을 때지.


박지민
우리가 이해할게, 뭐… 방에 들어가서 마저 할래?

도여주
그래, 우리가 치우고 잘 테니까… 먼저 들어가라.

차여주
아, 뭐래- 이 많은 걸 너희 혼자 어떻게 치워.


차여주
그나저나, 너네 어디서 잘래?

펜션에 있는 방은 두 개. 하나는 온돌방, 하나는 침대가 있는 방.

도여주
…뭐야, 나 지민이랑 같이 자?


박지민
…?

그러면. 누구랑 자게. (도)여주에게로 시선을 돌린 지민이가 한껏 신경을 곤두세운 채 물었다.

도여주
…아니, 나는… 당연히 얘랑 자는 줄...

여주가 가리킨 건 (차)여주. 그런 (도)여주의 대답에, 태형이도 (차)여주도 웃는다.

차여주
ㅋㅋㅋ 나도 그러고 싶은데,

내 옆 사람이 그렇게 안 둘걸. (차)여주 말 듣고 있던 태형이 픽, 웃었다. 여주의 말에 부정하지는 않는다는 듯이.

한 편, (도)여주의 말을 듣고 있던 지민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띠고 있다.




박지민
나랑 같이 자기 싫었어, 여주야…?

도여주
…아니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차여주
맞는 것 같던데~?

앞에서 거드는 (차)여주에게 매서운 눈빛 한 번 쏘아준 (도)여주. 변명하려 해보지만… 이미 늦은 상태.



박지민
…알았어, 난 혼자 자야겠네.

도여주
아…ㅎ 야-.

자리에서 일어나는 지민이에, 덩달아 일어나서 지민이 쫓아가는 여주. 시선을 주지도 않길래 그냥 뒤에서 안아 매달렸다.

그런 상태로 거실 빙빙 도는 중.

도여주
나는 당연히 너랑 자고 싶지-.

도여주
…약간 어감이 이상하긴 한데…!


박지민
진심이야?

도여주
응, 당근 완전 진심!



한편, 그 모습을 직관하던 태형이네.

아무 말 없이 술잔을 부딪혔다.


차여주
쟤네는… 우리 보고 뭐라 할 처지가 안돼.


김태형
ㅋㅋㅋ 맞아.

차여주
자기네들이 애정 행각하는 건 모르지, 아주.


김태형
…우리도 보란 듯이 방에 들어가 버릴까?

차여주
…….

차여주
…김태형 슬슬 본색 드러내네…?






네 사람 다 똑같구먼, 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