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진 마음의 상처를
52.반항


[은비시점]

은비의 아빠)은비야


정은비
응?

은비의 아빠)엄마한테 전화해 봤어?


정은비
아니

또 시작이다

저 얘기......

진짜 싫어.....

내가 왜 해야 돼?

그저 엄마니까?

엄마라는 이유로?

은비의 아빠)엄마한테 전화해 봐


정은비
싫어

진짜 싫어

내가 왜?

내가 딸이니까?

아니, 난 싫어

그럴거면 아빠가 해

나한테 시키지 말고

은비의 아빠)해보라고


정은비
아, 싫다고


정은비
싫다는데 자꾸 왜 그래?

은비의 아빠)그래도 니 엄마잖아

엄마?

허...

웃기는 소리 하지 마

그래 뭐...

엄마는 맞지

근데 난 지금 다 싫어

엄마를 보는 것도, 목소리를 듣는 것도,

아빠랑 같이 있는 것도, 아빠가 나한테 엄마 얘기를 하는 것도

다 싫어

은비의 아빠)야, 정은비


정은비
내가 엄마 딸이니까


정은비
아빠 딸이니까


정은비
다 연락하고 살아야 돼?

은비의 아빠).....


정은비
그럴거면 이혼하지 말았어야지


정은비
상처를 줘놓고, 연락하라고?


정은비
나는 생각 안 해?


정은비
나는 사람도 아니야?


정은비
짐승이야?

터졌다

내 마음이...


정은비
이 일, 나한테는 평생 상처야


정은비
지울 수가 없다고


정은비
나는 뭐 노력 안 한 줄 알아?


정은비
괜찮은 척 하려고 했어


정은비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고


정은비
근데 그게 쉽게 안 되는 걸 어떡해?


정은비
내가 쉽게 적응 못하는 걸 어떡해?


정은비
이건 쉽게 적응할 수 없는 걸 어떡해?

이혼이라는 거,

시간이 지나도

받아드릴 수가 없었다

거의 2달 정도 지났지만

사건은 생각하면

생생히 기억난다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게 내 안에 남아있는 가장 큰 상처가 아닐까?


정은비
엄마, 아빠가 다퉈서, 싸워서


정은비
내가 얼마나 힘들어 했는지 알아?


정은비
딱 한 번이지만,


정은비
그 장면이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것 같다고

아빠가 엄마한테 화내는 소리

아직도 생생하다


정은비
다 들었다고

은비의 아빠).....


정은비
그래, 그니까 엄마랑 아빠는 아무렇지 않게 상처를 준 거야


정은비
그리고 그 상처가 아주, 매우 깊어


정은비
아빠가 생각하는 것보다 훤씬 많이 깊어


정은비
오빠가 받은 상처도 깊을거야


정은비
말만, 표현만 안 했을 뿐이지....

은비의 아빠)......


정은비
엄마랑 아빠는 이혼해서 남남 되니 끝이라고 해도


정은비
우리는?


정은비
이미 상처받고 힘이 들고 지칠대로 지쳐버린 우리는?

은비의 아빠).....


정은비
이 속에서!


정은비
내 마음이!


정은비
내 마음 속에서!


정은비
뭐라는 줄 알아?

은비의 아빠).......


정은비
살기 싫대


정은비
그냥 죽고 싶다잖아

은비의 아빠)....


정은비
제발 날 놔두란 말이야


정은비
엄마 얼굴도 보기 싫고,


정은비
목소리도 듣기 싫어


정은비
또 아빠도 밉고 싫어


정은비
난 그냥 다 싫다고


정은비
지금 아빠가 얘기하는 건,


정은비
엄마랑 아빠가 남남이 되었지만 너희한테는 엄마이니 전화라도 걸어라


정은비
이거 아니야?


정은비
그게 더 상처라고


정은비
아빠가 그런 얘길 할 때마다


정은비
내 마음의 상처는 깊어져서


정은비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할 수도 있어


정은비
나조차도 제어가 불가능해질만큼 상처가 깊어지면


정은비
나도 내가 어떻게 할 지 모르니까


정은비
그냥 놔둬


정은비
부탁이야

은비의 아빠).....


정호석
....


정은비
.....

그 누구도 말이 없었다

나한테는 정말 첫 반항이었다

난 아빠가 보기 싫어 자리를 피해버렸다

52.반항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