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마침표
02



김태형
허, 우리 담임 잘생긴 거 모르겠던데.

김여주
잘생겼던데. 키도 크고.

김여주
담임 잘 만난듯.

김여주
아 근데 나 우리 담임 왜 이렇게 익숙하지.

김여주
너무 친근해. 동네 오빠 같달까.


김태형
잘생긴 남자면 다 친근하지, 아주?

김여주
아니, 이번엔 진짜라니까.

김여주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김태형
그냥 저 얼굴이 흔하게 생겼나보지.

김여주
미쳤냐, 돌았냐, 눈이 삐었냐?

김여주
저 얼굴이 어떻게 흔한 얼굴이냐?


김태형
아 왜 화 내고 지랄이야.

김여주
아까부터 네가 말도 안 되는 소리만 하니까 그러지.

김여주
밖에 애들 안 보여?

김여주
어휴, 담임도 피곤하겠네.


김태형
...담임보다는 내가 낫지.

김여주
근거 없는 자신감이네.


김태형
근거가 왜 없냐?


김태형
내 얼굴이 근거지.

우리 담임의 첫 등장에 학교가 술렁거렸다.

그럴만도 한게, 연예인 뺨치는 외모.

큰 키, 작은 얼굴.

수트핏이 확 사는 몸.

게다가 스물 네살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저렇게 어린 나이에 바로 선생되는 일이 쉬운게 아니라는 걸 잘 아는 우리들은, 우리 담임을 찬양했다.

나도 사실 잘생긴 거 엄청 좋아하긴 하는데, 우리 담임은 너무 익숙하단 말이지.

당장 담임이랑 둘이 있어도 하나도 안 어색할 것 같아.



전정국
보건선생님이 이번 교시만 나보고 봐달라고 하셨거든.


전정국
어디가 아파서 왔는데?

말이 씨가 된다고 하더니.

김여주
점심 먹고 체한 것 같아서요.



전정국
......그러게 천천히 좀 먹지.


전정국
약 먹고, 좀 누워있다 가.


전정국
이번 시간 체육시간이잖아.

김여주
어떻게 아셨어요?


전정국
우리반 시간표를 담임이 모르면 안돼지.

말투는 엄청 딱딱한데, 따뜻함이 느껴졌다.

김여주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까까지는 분명 단 둘이 있어도 하나도 안 어색할 줄 알았는데,

막상 단 둘이 있으니 되게 어색하다.


전정국
학교는 잘 나오니?

김여주
......?

김여주
그럼요, 고 3인데.


전정국
......초딩 땐 그렇게 학교가기 싫어했는데.

김여주
네??

담임이 약봉지를 만지작 거리며 뭐라고 중얼거렸다.


전정국
공부는 잘 되어 가고?

김여주
지금부터 죽어라 해야죠.

김여주
근데 선생님 엄청 젊으시죠.

김여주
애들 말로는 스물 넷이라던데, 진짜에요?


전정국
......궁금해? ㅋㅋ

순간 내 눈이 잘못된 줄 알았다.

웃음기 하나 없어보이는 얼굴에서 피식, 하고 웃는다니.

와... 애들이 담임 좋다고 졸졸 따라다닌 이유를 알겠네.

김여주
네. 궁금해요.


전정국
응, 나 스물 넷이야.

김여주
......헐.

김여주
저랑 다섯 살 차이 밖에 안나ㄴ...

김여주
아, 그러고보니까 저 어렸을 때 다섯 살 차이 나는 친한 오빠가 있었는데.

누굴 닮았는지 드디어 생각이 떠올랐다.

김여주
와. 저 지금 생각났어요.


전정국
응? 뭐가.

김여주
저 선생님 처음 보고 너무 친근했거든요.

김여주
누굴 닮았나 생각했더니, 그때 그 오빠 닮았어요.

김여주
저 초딩 때 우리 엄마 가게 단골 오빠가 중딩이었거든요.

김여주
학교 가기 싫다고 엄청 찡찡 댔을 때, 머리 쓰다듬으면서 학교 가라고 웃어줬는데.

김여주
그 오빠랑 선생님이랑 진짜 닮았어요 ㅋㅋㅋㅋㅋ


전정국
그 오빠랑 아직도 연락해?

김여주
아니요. 그 오빠 고딩 되고 이사가면서 연락 끊겼죠, 뭐.

김여주
꿈이 선생님이라고 했는데...

김여주
지금쯤 뭐하고 살고 있을지 궁금하네요.


전정국
요즘 다들 SNS 하잖아.


전정국
이름이 뭐였는데?

김여주
아, 이름...!

김여주
이름이... 뭐였더라....

김여주
ㅈ.... 정... 정국...

김여주
전정국.

김여주
?

김여주
잠만. 쌤 성함도 전정국 아니에요?

김여주
와, 얼굴도 닮았는데 이름까지!

김여주
완전 신기하ㄷ...



전정국
그거 난데.

김여주
...네...?


전정국
맨날 샌드위치 사먹던 그 오빠.


전정국
그거 나라고.



전정국
오랜만이네, 여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