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지 못하는 시간들 속 우리
여덟번째 페이지 | 아직도 잊지 못한 건 사실이야.



내가 생각해도 난 되게 나쁜사람이야.

아무도 상상을 못 했겠지, 너도 그렇고.

차라리 우리가 만나지 않았고, 나에게 니가 다가오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아픈 기억은 애초에 생기지 않고, 우리가 아프지도 않았지 않을까.

니가 그렇게 매일밤 상처를 받고, 매일밤 나를 기억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안 볼 수 있었지 않을까.


다들 그렇듯 처음엔 늘 행복하고, 기쁘게 시작하지.

물론 우리도 그랬었잖아.

근데, 가면 갈수록 우리가 꿈꿔왔던 연애와는 멀어져만 갔고,

그 결과, 말도 안되게 이별해야만 했어.

난 니가 날 증오하면서 그 증오로 인해 나를 잊고 더 좋은 사람 만나길 바랬는데,

넌 진짜 끝까지 사람 마음 아프게 하더라.





정여주
저 버스 아니야?


전정국
아, 맞네_ 들어가요.


전정국
마음 같아선 진짜 데려다주고 싶은데, 오늘은 안되겠다ㅎ


정여주
알아, 얼른 타_ 약속 장소가면 연락하고, 집 들어가면 전화하고,


정여주
집에 꼭 두 발로 가고...


전정국
아, 알겠어요ㅎ


전정국
나 진짜 가요, 춥다, 얼른 가요.


정여주
너 가는 거 보고 갈게ㅎ

그렇게 니가 버스를 타고, 그 버스가 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바라보다 집으로 들어갔어.





정여주
언니 왔다 -



정여주
…나 왔다고.


정여주
뭐야, 아무도 없나?



정선우
어, 왔냐.


정여주
뭐야, 어디서 튀어나와.


정선우
화장실_


정선우
알바 끝내고 온 거야?


정여주
어_ 정호석은?


정호석
여깄지.


정여주
…왜 다 있으면서 인사를 안해주냐.


정호석
왔니.


정선우
난 아까 했다.


정여주
…진짜 집 나가고 싶은 거 알지.


정선우
그래서, 언제 나가는데.


정호석
야_ 너 가출할 거면 나도 좀 데리고 나가.


정호석
나 진짜 정선우랑 더이상 같이 못 살아.


정선우
우리 호석이, 동생한테 못하는 말이 없네?


정호석
네, 누나.


정여주
진짜 너네도 참 불쌍한 남매야.


정여주
한명은 오빠인데도 서열이 낮고, 한명은 동생인데도 서열이 높아.



정선우
불만있어?


정선우
있으면 나가도 돼_ 어차피 여긴 내 집이니까ㅎ


정여주
뭐해 오빠, 당장 선우님께 복종하고 않고.


정호석
아이구, 선우님 물이 다 떨어지셨네 -


정선우
웃긴 자식들.



정선우
그건 그렇고.


정선우
자, 지금부터 정호석, 정여주 다 내 방으로 따라와.


정호석
…갑자기?


정여주
뭐 그렇게 말이 많아_ 그냥 따라오라면 따라가면 되지.


정호석
…진짜 가출욕구 너무 높다.





정선우
내가 할 말이 있는데.



정선우
…사실 내 얘긴 아니고,


정선우
정여주.


정여주
…나?


정선우
너, 그, 잘생긴 알바생이랑 어떻게 됐어.


정호석
난 좀 애매하다고 어제 말했다_



정여주
어_


정여주
선우 너는 합격이라고 했나?


정선우
당연하지.


정선우
그런 사람 어디 구하기 쉬운 줄 알아?


정호석
왜 이래_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야.


정선우
넌 좀 조용히 해봐.


정호석
…진짜 내일 가출한다.



정여주
…그 남자랑,


정여주
만나.


정선우
내가 그럴 줄 알았어 -


정선우
아주 정여주를 꼬시는데 성공하셨구만?


정호석
아_ 난 좀 애매했는데...


정선우
됐어, 내가 보기엔 그런 남자 어디 없었어.


정여주
그치? 맞지? 그래_


정여주
정국이 같은 남자가 어딨어.


정선우
너 나가.


정선우
내 집에선 연인 자랑 금지야.


정선우
나가.


정여주
선우님 사랑합니다, 행복합시다, 즐거워요_



정호석
축하하긴 하는데, 그래도 조심해.



정호석
…처음엔 강서준도 좋은 남자였잖아.


정선우
그런 얘기를 여기서 왜 하냐, 눈치가 없냐.


정여주
야, 괜찮아_ 우리 호석이 진짜로 가출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정여주
오빠 나가면 우리집에 짐꾼은 누가 하라고_



정호석
난 그냥 개지? 어? 강아지지, 이 집에?


정선우
우리 오빠, 사료 먹을까?


정호석
…됐어_ 넌 얼른 자기나 해.


정선우
10시인데 누가 자니.


정여주
벌써 10시야? 정국이 도착했으려나.


정여주
야, 나 이제 나가도 되지?


정선우
다 나가자_





정여주
잘 갔나보네ㅎ


정선우
…뭐야, 벌써 저장을 그렇게 해놓은 거야?


정여주
제발 정우야, 내 폰은 보지 말자ㅎ


정여주
아무리 7년지기라고 해도, 이건 좀 아니지 않겠니.


정선우
어쭈, 연애한다고 선 긋네.



정호석
…야, 조용히 하고, 정선우.


정호석
이거 살까...?


정호석
우리 청소기도 이제 보내줄 때가 됐던데.


정선우
…너는 홈쇼핑 보는 게 니 낙이냐?


정선우
청소기는 그냥 엄마 집에서 가져오면 돼_ 엄마도 너랑 똑같이 홈쇼핑만 봐서


정선우
이미 새 청소기는 쟁여두셨을 걸_


정호석
넌 확실히 우리집 사람이 아니야.


정호석
돌연변이야, 돌연변이.


정선우
그래, 좋겠네_ 돌연변이가 니 동생이라서ㅎ


정호석
너 진짜 내 몸에 손 대지 마.


정호석
자꾸 꼬집으면 나 진짜 집 나간다.


정선우
나가. 아, 안돼.


정선우
관리비 더 내야되잖아.


정호석
진짜 너무 짜증난다, 선우야.


정선우
고마워.



정여주
야, 조용히 해, 나 전화 왔다.


정호석
남자친구야?


정여주
응, 그니까 입 다물고 있어 봐.


정선우
응, 얼른 받아.



정여주
* 여보세요_


전정국
* 뭐야, 뭐하는데 이렇게 늦게 받아요.


정여주
* 아, 나 지금 친구랑 같이 있어.


전정국
* …집 아니에요?


정여주
* 친구들이랑 같이 살아ㅎ


전정국
* 혹시, 그 중에 남자도 있나.


정여주
* 아니, 남자는 없는데_ 개는 있어.


전정국
* …개요? 강아지?


정여주
* 그 개가 진짜 개가 아니고, 개같은 애가 하나 있어.


전정국
* 그니까 지금 누나 말은_ 집에 남자가 있다는거죠?


정여주
* …있지, 있는데_


정여주
* 얘는 남자가 아니고, 같이 사는 친구 친오빠ㅎ


전정국
* 아_ 괜히 신경쓰이네.



정호석
…쟤네 내 얘기하냐?


정선우
응, 너 뒷담화하는 것 같은데.


정호석
나 좀 위로해줄래.


정선우
어허, 남매끼리 그러는 거 아니야ㅎ


정호석
알아, 근데 쟤 지금 웃고있는 거 맞지.


정선우
좋단다 아주.



정여주
* 아, 오늘 술 마셔?


전정국
* 응, 조금 마실 것 같아요.


정여주
* 마시고 나서 안 까먹고 집 가서 나한테 전화할 수 있겠어?


전정국
* 나 술 잘 마시는데.


정여주
* 그건 내가 확인해보면 되는 거고_


정여주
* 알겠어_ 일단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고ㅎ


정여주
* 이따가 또 전화하자_


전정국
* 네 -

탁 -



정여주
…흫.


정선우
그렇게 징그럽게 웃지 마, 무서워.


정선우
내가 너 7년동안 본 바로는, 너는 평소에는 엄청 차가운 척 다 하더니,


정선우
연애하면 애가 확 바뀌더라.



정호석
인정, 지금도 봐봐_


정호석
평소에는 잘 웃지도 않는 애가


정호석
지금은 꺼진 폰 화면 보면서 웃을 정도면….


정호석
징그럽다, 여주야.


정여주
어쩌라고 호석아.


정여주
너는 잠이나 자.


정호석
10시30분인데 누가 자니.


정선우
그래야 키가 크지...


정호석
진짜 내가 언젠가는 너네 한번 친다.


정여주
그래, 언젠가 한번은 맞아줄게.


정선우
난 안 맞아.


정호석
넌 두대 친다, 박정우.


정선우
웅앵웅...


정호석
아_ 진짜 치고싶다.





김석진
진짜 행복해보인다, 쟤.


김석진
나 진짜 쟤가 지금까지 사귄 여자친구 다 아는데, 저렇게 자기가 더 좋아하는 여자친구 만나는 건 처음 봐.



민윤기
정국이가 저정도로 웃으면서 통화하는 여자면 말 다 했지 뭐.


민윤기
석진아, 많이 외롭다.


김석진
…그치, 너도 그럴 만하다.


김석진
너 아마 박정우가 마지막 연애였지?


민윤기
박정우 얘기는 왜 해_ 엄청 오래됐다.


김석진
나한테 막 나오라고 전화하면서_ 못 잊었다고~ 나 정우 없으면 어떡하냐고~


김석진
이랬잖아.



전정국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해.



민윤기
행복하냐, 전정국.


전정국
아, 행복하죠ㅎ


김석진
그치_ 얼마나 행복하면 형들이 얘기하는데 우린 보지도 않고 폰만 보겠냐ㅎ



전정국
아, 먼저 마시고 있어봐ㅎ



민윤기
…그래, 김석진 너는 연락할 사람 없냐.


김석진
있으면 애초에 널 안만났지.



김석진
아닌가, 찾아볼게.


민윤기
아아_ 됐어, 너까지 폰만 보면 나 외로워서 집에 간다.


김석진
그래 윤기야, 우리 그냥 마시자_


김석진
정국이는 집에나 가라.


전정국
…나 진짜 가도 돼?


민윤기
그래, 오냐오냐해주면 뭐해.


민윤기
아주 형들은 안중에도 없지.


김석진
섭섭하다, 정국아.


전정국
진짜 당황스럽다, 여러분.


전정국
술 마시고 그런 말하지 말랬지.


민윤기
키워줘봤자, 소용이 없네 석진아.


김석진
내가 쟤를 진짜 열심히 업어키웠는데...


전정국
뭘 업어키워, 나는 우리 엄마한테 자랐는데.


김석진
다 부질 없다.


전정국
황당하다 진짜.









정여주
* 여보세요.


정선우
* …너 울어?


정여주
* 아니, 안 울어.


정선우
* 너 또 그 일기장 보면서 울었지.


정선우
* 너도 이제 그만해_ 걔는 좀 잊어버려.


정선우
* …물론 걔가 너를 잊는 게 더 빠르겠지만.


정선우
* 그러게, 왜 그렇게 말도 없이 떠나버려.


정선우
* 너 내가 후회할 거라고 했지.


정여주
* …잔소리 할 거면 끊는다.


정선우
* 야, 내가 잔소리가 아니라, 니가 걱정돼ㅅ….

탁 -



정여주
…언제적 전정국이야.


만약 아직도 니가 나처럼 힘들어하고 있다면

그냥 영원히 나쁜 사람으로 두고, 잊어버려.

물론 그것도 힘들겠지만, 그냥 좀 잊어줘.

아직도 후회하긴 해, 내가 한 선택.

근데 그냥 잊어버리자, 만약 우리가 다시 만난다고 해도, 서로 모른 척 지나갈 수 있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