近在咫尺卻又遠在天邊的你(緣)
第二集 | 我曾聽過一個可疑的男人。



참 신기했다.

병원이라는 곳에서 일하겠다는 꿈을 키우고, 그 꿈을 이루고, 처음으로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그 사람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게.


나도 그렇게 누군가를 치료하며 그 누군가가 다시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아니면 돈을 벌고 싶어서.

늘 이렇게 사람들한테는 얘기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다시는 그런 일은 만들지 않기 위해,

나같은 사람을 만들지 않기 위해.



한 4년 전쯤인 것 같다.

정말 다를 바 없는 날이었고, 날씨도 좋았다.

지금의 나와는 달리 나는 의대 본과생이었다.


신교수
오_ 본과생?


서여주
아, 네

신교수
그래. 앞으로 잘 부탁하고,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고.


서여주
네, 알겠습니다ㅎ


김석진
…신교수님이신가.


서여주
응. 나 흉부 갈 거야.


김석진
…흉부를 왜 가...?


서여주
너는 몰라도 돼_ 이 누나는 흉부한테 반했다.


김석진
너 애기 좋아하잖아. 소아외과로 가자_


정호석
아, 싫어 -


정호석
나랑 서여주는 흉부외과 갈 거야.


서여주
으휴, 석진아, 형님들은 갈게_ 우리 석진이는 애기들 보러 가.



김석진
…지도 애기 좋아하면서 나한테만 그래.


김석진
야, 너는?


박지민
음…신경외과ㅎ


김석진
정호석이랑 서여주랑 같이 갔으면 너랑 나랑도 붙어야지...


박지민
됐어. 징그럽게 왜 내가 너랑 붙어.


박지민
차라리 정호석이랑 서여주는 남녀니까 그림이라도 예쁘지_ 너랑 나는….


박지민
우리 서로 기분 상할 행동은 하지 말자.


김석진
…나 왕따 시키지 마.


박지민
응. 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나 간다_ 교수님께 가봐야 돼.




서여주
안녕하세요_ 의대 본과생 서여주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 간호사
아, 반가워요_ 저도 여기서 일한지 1년 됐어요ㅎ

신교수
자, 서여주_ 왜 흉부외과로 왔어?


서여주
…아, 솔직히 말씀드려도 될까요?

신교수
그럼 -


서여주
돈 벌려고요.


서여주
공부는 어느정도 하는데 이 머리를 어디에다가 쓸 수 있을까, 뭘 해야 돈을 제일 잘 벌까_ 하다가 의대 왔어요.

박교수
우리 흉부외과는 매년 이렇게 또라이들이 오더라.


서여주
원래 좀 그런 애들이 공부 잘하잖아요_

박교수
그래. 흉부외과로 온 걸 환영한다. 자, 다음_


김유정
아, 안녕하세요.


김유정
저는 김유정이고요. 흉부외과는 삼촌 따라서 왔어요ㅎ

신교수
이름이 김씨니까... 흉부 김교수?


김유정
네_ 제 삼촌이에요. 아, 그렇다고 해서 절대 막 삼촌이 교수라서 쉽게 오고 그런 거 아닙니다...!


김유정
저 진짜 힘들게 들어왔어요 -

김교수
야야, 조용히 해_ 그게 다 너 잘되라고 그런 거야.


김유정
아, 삼촌은 진짜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김교수
야, 밖에서는 교수님.


김유정
네 교수님ㅎ


정호석
안녕하세요. 저는 정호석이라고 하고 공부는 어느정도 쳤습니다ㅎ

박교수
오_

신교수
이번 흉부는 하나같이 다 밝아서 좋네.

신교수
자, 가자

신교수
너네 교수가 밥 산다.

박교수
야, 박수.




김유정
와 - 여기는 진짜 병원이 아니라 성이네 성.


서여주
…저기.


서여주
줄 거기 아니라 여기야.


김유정
…아, 고마워ㅎ



김유정
넌 이름이 뭐야?


서여주
아까 소개했잖아, 서여주라고.


김유정
아ㅎ 맞네.


김유정
반가워, 난 김유정이야.


서여주
알아, 너 김유정인 거.


김유정
…나 알아?


서여주
아까 얘기했잖아_ 소개했었다고.


김유정
아, 그러네_ 미안.


서여주
아, 뭐, 미안할 거까지는 없고.




박지민
야 서여주 -


서여주
뭐야, 너 빨리 끝났네?


박지민
응. 신경외과 교수님들 진짜 좋아.


서여주
음_ 아, 나도 그냥 신경외과 갈까


박지민
이제 와서 어떻게 바꿔_ 그냥 흉부로 가.


서여주
…그치? 흉부가 좋겠지?


정호석
응.


서여주
뭐야, 너도 있었어?


정호석
장난해? 나 아까 너랑 같이 있었어_


서여주
아, 그러네. 그럼 너도 흉부로 찍는 거야?


김석진
얘 흉부, 쟤 신경, 나 소아, 너 흉부.


서여주
오... 나는 친구 있네?


서여주
너네는 없구나ㅎ


박지민
…얘 지금 우리 놀리는 거 맞지.


김석진
응. 한 대씩 때리는 거 어때?


정호석
야야, 너네는 치료해주는 입장에서 상처를 입히고 싶냐_


김석진
내가 치료해주냐? 지가 해야지.


서여주
…니가 미쳤구나?



김유정
저기


김유정
여주야, 나랑 밥 같이 먹을래?


김석진
안 돼. 서여주 우리랑 같이 먹을 거야_


서여주
뭐래, 내가 너네랑 밥을 왜 먹어.


서여주
가자.


김유정
아, 그래ㅎ



정호석
오늘도 너는 서여주한테 졌다.


박지민
하루이틀이냐ㅎ


김석진
…언젠가는 이긴다.




김유정
…아, 너는 집도 해 봤어?


서여주
아니? 우리 오늘 온 본과생이야_ 이제 구경이나 할까 말까인데 벌써 집도를 어떻게 해.


김유정
아, 왜_ 난 집도 빨리 하고 싶은데ㅎ


서여주
그럼 내가 어시스트 할게, 니가 집도 할래?


김유정
오, 좋다. 언젠가는 한 번 해보자ㅎ



서여주
여기 밥 맛있다.


김유정
그니까, 나쁘지 않네.


서여주
나랑 같이 계속 먹으러 올래?


김유정
…고백이야?


서여주
…질문이야.


김유정
음, 좋아.


서여주
그래. 앞으로 맨날 나랑 먹자.




김유정
아_ 미친 거 아니야? 나 지금 너무 많이 먹었어.


서여주
난 지금 토 할 수 있어.


김유정
토하면 ER가서 좀 쉬어_

* ER: 응급실


서여주
…넌 참, 의사 맞아?


서여주
의사가 응급실을 막 다녀도 돼? 그것도 쉬는 게 목적으로?


김유정
그치, 안되지.

외과 레지던트
박교수님…! 흉부외과 ER입니다.

신교수
박교수님 지금 식사하시러 가셨어. 내가 갈 테니까 박교수한테는 콜 해.



서여주
…무슨 일이에요?

신교수
흉부외과 ER이 한명 생겼나봐. 일단 가서 보고, 안좋으면 입원했다가 수술.


김유정
수술 언제 하는데요?

신교수
심각하면 몇시간 후, 상태를 더 봐야되면 다음 날.


김유정
아, 같이 가도 될까요...?

신교수
…아, 뭐, 그래, 따라와.


서여주
감사합니다 -



신교수
환자 어디에 있어요?

오 간호사
여기요.


신교수
환자분, 숨쉬기 힘드세요?

외과 레지던트
제가 확인하려고 몇가지 질문했었는데 인상을 계속 찡그리시고 대답을 잘 못하셨어요.

외과 레지던트
아마도, 폐가 부은 것 같습니다.

신교수
응. 그런 것 같다.

신교수
이 상태로 이 환자 놔두면 이 환자 숨 못쉬어서 죽을 수도 있어.

신교수
외과 선생님, 수술방 좀 열어주시고 세팅하신 후에 저한테 콜해주세요.

신교수
마취과 선생님한테는 제가 연락할게요.


신교수
야, 뭐해, 안 가?


서여주
아, 네.




서여주
그럼 이 환자는 살 수 있는 거예요...?

흉부외과 치프
음_ 약간 위험하긴 해. 잘하면 외과 교수님이랑 이식 수술 참관해야될 수도 있어.

흉부외과 치프
그래도 신교수님이시니까 괜찮겠지ㅎ


김유정
혹시 얼마나 걸릴까요?

흉부외과 치프
그래도 신교수님이시니까... 4시간?


김유정
오오...

신교수
피곤하면 집에 가도 돼.


김유정
아, 아니에요_ 저 끝까지 있을 거예요.

신교수
그럼 얘네 덮을 것 좀 가져다 주세요.

신교수
소아외과 수술은 가보면 알겠자만 온도가 굉장히 높아. 반면, 흉부외과나 외과같은 경우에는 온도가 낮아서 좀 추울 수도 있어.

흉부외과 치프
옷 제가 가져올게요.



서여주
아, 감사합니다ㅎ


김유정
너 나중에 소아외과랑 신경외과도 가볼 거야?


서여주
응. 흉부로 정하긴 했어도 아직 배울 수 있는 건 많으니까.


김유정
오, 그럼 같이 볼래?


서여주
그래ㅎ




신교수
…자, 잘된 거 같죠?

흉부외과 치프
깔끔하십니다ㅎ

신교수
좋습니다_ 그럼, 우리 치프님께서 조금만 더 고생해 주세요. 저는 가보겠습니다.

흉부외과 치프
아이고, 예 - 들어가세요ㅎ


서여주
…저희도 가도 돼요?

흉부외과 치프
응. 이거 그냥 꼬매기만 하면 되는 거라. 수고했어_ 너네도 오래 버텼다.

흉부외과 치프
잘 쉬고_


김유정
가보겠습니다 -




김유정
어우, 야, 허리 부러지겠다.


서여주
하긴, 우리가 오래 앉아있기는 했지.


김유정
너 혹시 내일 출근이야?


서여주
응. 그렇긴 한데 점심 전까지만 가면 돼_


서여주
…왜?


김유정
…술 마시러 갈래?


서여주
정신차려, 지금 4시야.


김유정
뭐 어때, 낮술도 나쁘지 않아_ 그리고 지금 마시면 낮술도 아니거든.


김유정
시간이 좀 애매하긴 한데, 저녁이랑 같이 먹으면서 마시면 나름 괜찮지.


서여주
아, 됐어_ 내일 마시자.


김유정
내일_ 음, 그래ㅎ


김유정
넌 바로 퇴근이야?


서여주
에이, 아니지, 당연히 남았지.


김유정
…수술도 봤는데 뭐가 남아?


서여주
애들이랑 같이 밥 먹는 거.


김유정
애들?


김유정
아, 아까 걔네?


서여주
응_ 먼저 가ㅎ


김유정
그래, 내일 보자_




서여주
에휴, 여기 있을 줄 알았다.


서여주
야, 너는 박교수님 교수실이 니 방이야?


김석진
박교수님이랑 나랑 오늘부터 베프야, 베프.


정호석
얘 아까 교수님한테 형이라고 불러도 되냐고 여쭤본 거 알아?


정호석
…얘는 정신이 있는 걸까?


김석진
아주 똑바로 박혀있다_ 잔소리 할 거면 나가.


박지민
여기가 니 방도 아닌데 우리가 왜 나가.


박지민
니가 무슨 권리로 이래라 저래라야_


김석진
우리 박교수님 베프로서의 권한이야. 자, 꺼져줄래?


서여주
이거 이거, 우리 없으면 뭐 하려고_ 뭐, 박교수님 방에 도청장치라도 설치할 거냐?


김석진
아, 미쳤어_ 아무리 내가 그런 짓을 할 것처럼 보여도 그러지는 않아요.


정호석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거야.


박지민
응.


김석진
다 나가.

박교수
이것들은 나랑 본지 하루도 안됐는데 아주 3년 이상은 본 것 같네.

박교수
야, 다 안 나가?


김석진
왜요_ 귀여우니까 좀 봐주십쇼.


서여주
아, 왜 저래 진짜_ 교수님, 제가 친구를 잘못 사귄 거 같습니다.


박지민
근데 박교수님 흉부외과 교수님이신데 왜 김석진이랑 친해?


김석진
내가 어디 한두번이니_ 이제 이 병원에서 나 모르는 사람 없을 걸?


김석진
나랑 다 친해.

박교수
응. 아주 징그러워, 아주.

박교수
야, 적당히 하고 나가. 나 오늘 회의 있어_


서여주
오, 회의 몇시에 끝나세요?

박교수
…한 7시?


서여주
45세 TA환자 수술 회의하시는 거예요?

박교수
응_ 이번에 좀 위험할 수도 있고, 집도의로 들어가시는 교수님이 그 수술 몇번 안해보신 분이라 설명해드릴 것도 좀 있어.

박교수
왜, 너도 올래?


서여주
네? 아니요_ 3시간 동안 회의를 어떻게 해요.


김석진
얘 좀 데리고 가주세요. 안 그러면 얘 하루종일 저희한테 잔소리 할 것 같아요.


박지민
진짜 한 번만요...


서여주
…저 안 갈 거예요.

박교수
미안하지만 서여주는 나도 못 건드리겠다.

박교수
오늘 처음 봤는데_ 딱 느낌이, 함부로 못해.

박교수
나 간다_ 적당히 잘 쉬다가 퇴근들 해라.


정호석
예 - 들어가십쇼_


박지민
가세요_


서여주
내일 봬요_


김석진
저주할 거예요 -

박교수
고맙다_





서여주
아이고, 야, 저녁 뭐 먹을래?


박지민
음_ 뜨끈한 거 먹고 싶다.


정호석
…짬뽕?


김석진
안 돼. 오늘 매운 거 별로.


서여주
야, 칼국수로 가자_


김석진
오_ 좋다.


정호석
어디로 갈 건데?


박지민
내가 운전할게_ 다들 뒤에 타서 길 알려줘.



서여주
…우리 나중에 꼭 교수 돼서 후배들한테 밥 사주고 다니자.


김석진
난 지금도 돈 없고, 앞으로도 없을 예정이라ㅎ


박지민
그럼 난 서여주 후배로 살게.


정호석
난 영원히 본과생_


서여주
…언제까지 그렇게 살래.






서여주
… 김태형?


서여주
- 저기, 혹시 직업이 어떻게 되세요?


김태형
- 요새는 이렇게 해서 신상 터는 게 유행입니까?


김태형
- 제가 좀 바쁜 사람이라 이만 끊도록 하겠습니다.


서여주
- 아, 저기, 그게 아니라ㅇ.


서여주
…뭐야, 끊었어?


서여주
와_ 나 진짜 어이가 없네.


정호석
…뭐가 그렇게 어이가 없어?


서여주
아니_ 이상한 사람이 갑자기 먼저 전화했으면서 나한ㅌ….


서여주
뭐야, 내가 이걸 너한테 왜 말해줘.


서여주
빨리 가.


정호석
니가 뭐라고 안해도 나는 바쁜 사람이라 갈 거야_


정호석
하여튼 지만 바쁜 줄 알아요.


정호석
간다 -



서여주
…누구지.

띠리리리링 -


서여주
- 흉부외과 서여주입니다.


김석진
- 야, 너 소아외과로 빨리 와.


김석진
- 4세 남아, TA환자고, 바이탈도 불안해.


서여주
- 지금 갈게, 일단 김지수 콜해.


김석진
- 얼른 와야될 것 같아.


늘 쉴틈은 없고, 자유조차 없다.

이런 변화 없는 지긋지긋하던 생활 속 큰 변화가 생겼다.


아니 솔직히 나한테 그런 일이 생길 줄은 누가 알았겠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