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5.
원치 않는 이사 이후, 나는 빠르게 어른스러워졌다. 한때 나를 가득 채웠던 허세는 사라졌고, 매 문장 끝에 욕설을 넣던 습관도 없어졌다. 그런 것들은 전혀 멋있어 보이지 않았다. 주먹질을 하면 강해 보일 거라는 착각도 버렸다. 이제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부모님이 나를 전학시킨 새 학교에서, 나는 고개를 숙이고 마치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누군가 말을 걸면, 그저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만 대답했다. 고등학교도 그렇게 살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지루하지만 견딜 만할 테니까. 다시는 손가락질당하며 괴물이라고 불리고 싶지 않았다.
나는 더 이상 슈퍼히어로 영화를 보지 않았다. 벽에 붙어 있던 포스터들을 모두 떼어내고, 한때 소중히 여겼던 액션 피규어들도 내다 버렸다. 더 이상 그런 것들을 보고 싶지 않았다. 영웅은 더 이상 내가 동경하는 대상이 아니었다.
그렇게 내 중학교 시절은 끝났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나는 키도 크고 감정적으로도 많이 성장해서 예전 친구들은 나를 알아보지도 못할 정도였다. 상처와 분노로 가득했던 나날들을 지나 이제는 평온해졌다. 더 이상 화내는 일도 거의 없었다. 감정은 더 이상 크게 요동치지 않았다. "원래 그런가 봐." "사람들은 다 그래." "그렇잖아." 이런 생각들이 내 삶의 원동력이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중학교 때보다 반 친구들과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농담도 하고, 같이 밥도 먹고, 집까지 걸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내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았다. 과거를 공유하는 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 뿐이었다. 왜 전학을 갔는지, 왜 혼자 사는지, 왜 예전 학교에 친구가 없는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생각만 해도 지쳤다. 차라리 평범한 삶이 나았다. 나쁜 삶은 아니었다. 조금 외롭긴 했지만.
방과 후, 나는 종종 교내 근처 낡은 건물의 옥상에 올라갔다. 거의 무너져 내릴 지경이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이었다. 혼자 있기 딱 좋은 곳이었다. 나는 거의 집으로 바로 가지 않았다. 집에 있으면 기분이 더 나빠졌다. 공허함이 너무 쉽게 스며들어왔기에, 나는 집을 피했다. 그날도 늘 그랬듯이, 수업이 끝나고 옥상에 올라가 가방을 던져놓고 누웠다. 하늘은 흐렸다. 장마철이었으니까. 비가 오든 안 오든 나에겐 상관없는 일이었다. 비가 온다고 해도 나는 젖지 않을 테니까. 마치 보이지 않는 장벽에 둘러싸인 것처럼 물방울이 내 몸에 닿지 않았다. 예전에는 그런 느낌이 끔찍했지만, 이제는 받아들였다. 흠뻑 젖지 않는다는 건 좋은 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툭. 빗방울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에 낮잠에서 깼다. 짜증 나네... 그냥 멈추게 할까?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눈을 감았다. 소원을 빌기엔 너무 귀찮았다. 내 능력을 쓰고 싶지도 않았다. 어차피 곧 그칠 테니까. 하지만 비는 점점 더 세차게 내리더니 마치 폭우처럼 쏟아졌다. 주변 세상이 흠뻑 젖었다. 참 이상한 기분이었다. 모두가 우산을 휘두르는데 나만 젖지 않는다는 게. 나만 비를 멈출 수 있다는 것도. 마치 내가... 특별한 존재인 것처럼. 씁쓸하게 웃었다. 그 모든 일을 겪고 나서도, 난 여전히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세상 사람들에게 난 그저 괴물일 뿐이었다.
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주변의 비 내리는 세상을 바라보았다. 비를 피하려고 뛰어다니는 사람들, 빗물을 흠뻑 머금은 땅, 물방울로 반짝이는 나뭇잎들, 흐린 회색 하늘. 세상을 보는 것은 즐거웠다. 마치 내가 평범한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 일이 벌어졌다. 한 번도 열린 적 없는 옥상 문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활짝 열렸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이게 무슨 일이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그때 그녀가 보였다. 둥근 갈색 머리를 한 소녀였다. 내가 제일 먼저 알아챈 부분이었다. 그녀는 마치 고통에 몸부림치는 듯 옥상 바닥에 주저앉아 두 손으로 귀를 막고 몸을 떨었다.
“…제발 멈춰줘…”
그녀는 그렇게 말했어요. 아니, 애원했죠. 빗소리에 목소리가 묻혔지만, 알아듣기 위해 집중했어요. 그녀는 흐느껴 울며 몸을 웅크렸어요. 그 모습을 보니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흔들렸어요. 그녀는 너무나 연약해 보여서 언제라도 부서질 것 같았어요.
제발… 멈춰줘…
“…”
“비 좀 그쳐줘…”
나는 순식간에 이해했다. 그것은 비였다. 그녀는 간절히 비가 그치기를 바라고 있었다. 떨리는 그녀의 손은 기도하듯 모아졌다. 나는 말없이 지켜보았고, 나도 모르게 내 손도 모였다. 그녀가 멈추길 바란다면… 멈춰야지. 왜 그런지는 나도 몰랐다. 나는 전에는 다른 사람을 위해 내 능력을 써본 적이 없었다. 아예 능력을 쓴 지도 아주 오래되었다. 만약 효과가 없다면? 하늘이 내 목소리를 잊어버린다면?
그래도 시도해 봐야 했어요. 그녀를 돕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늘 하던 대로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아 중얼거렸죠.
“비를 그치게 해줘.”
하늘은 여전히 나를 기억하고 있었나 봐. 비는 순식간에 그치고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쳐 들어왔다. 아직 실력이 녹슬지 않았나 보네. 나는 나지막이 웃었다.
비가 그치자 소녀의 떨림이 잦아들었다. 숨을 고르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와. 정말 아름다웠다. 내 머릿속에 처음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나도 모르게 한참을 바라보았다. 햇빛 아래 소녀의 얼굴은 빛나고 있었다. 소녀는 눈을 몇 번 깜빡이고는 비틀거리며 힘겹게 일어섰다. 젖은 배낭을 어깨에 메고 옥상을 내려갔다. 너무 연약해 보여서 괜찮냐고 물어볼 힘조차 없어 보였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바보 같은 생각처럼 들리겠지만, 나도 모르게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랐다.
나는 그녀가 앉아 있던 자리로 걸어갔다. 바닥에는 이름표가 떨어져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 학교 이름표였다. 디자인만 봐도 바로 알 수 있었다. 어린 학생이었을 것이다. 얼굴은 낯익지 않았다. 나는 축축한 비닐을 셔츠로 닦고 새겨진 이름을 손가락으로 따라 그렸다.
윤아름.
그녀의 이름은 아름이로구나. 윤아름… 나는 그 이름을 몇 번이고 속삭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어쩌면 내가 그녀에게 필요한 사람일지도 몰라. 내 비밀을 알아도 나를 괴물로 보지 않을 사람. 내 힘이 필요한 사람.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 내가 곁에 있을 수 있는 사람.
어쩌면… 어쩌면 난 더 이상 외롭지 않아도 될지도 몰라.
어쩌면 빈집에서도 다시 편안하게 잠들 수 있을지도 몰라.
그녀의 고통을 내 만족을 위해 이용하는 것 같아 죄책감을 느꼈지만, 우리 둘 다 이득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나는 동반자를 얻게 될 것이고, 그녀는 비를 피할 수 있을 테니까.
나는 이름표를 주머니에 넣고 가방을 집어 들고 옥상을 내려왔다.
오랜만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새로운 시작. 새 출발. 나는 바로 그 순간 결심했다.
나는 그녀의 운명이 될 것이다.
06.
늘 가기 싫어했던 학교가 갑자기 너무 가고 싶어 안달이 났다. 밤새도록 뒤척이며 설렜다. 내일 그녀를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안녕하세요?" 너무 평범해. "아름 씨 맞죠?" 스토커 같아. "얘기 많이 들었어요." 누가 그랬냐고 물으면 어떡하지? "정말 예쁘세요." 맙소사, 너무 이상해. 완전 소름 끼쳐.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포기하고 내일 그냥 되는 대로 하기로 했다. 그런데… 늦잠을 자버렸다. 너무 늦게 자서 간신히 교복을 입고 학교까지 전력 질주했다. 너무 뛰어서 입에서 피 맛이 났지만, 그래도 지각이었다. 벌점까지 받았다. 시작부터 엉망이었다.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책상에 털썩 주저앉았다. 뛰어서 심장이 쿵쾅거렸다.
“최범규, 무슨 일이야?”
늦잠을 자서 늦었어요.
"여기까지 뛰어왔구나?"
“그래… 난 죽었어.”
옆자리 친구가 킥킥 웃으며 물을 건넸다. 고맙다고 인사하고는 단숨에 마셨다. 멍했던 머리가 조금 맑아졌다. 좋아, 오늘은 집중해야지. 쉬는 시간에 2학년 교실에 가봐야겠다. 혹시 윤아름을 만날 수 있을까? 생각만 해도 손발이 떨릴 정도로 설렜다. 하지만 그 기대는 산산조각 났다. 윤아름은 어디에도 없었다. 1학년 교실 앞을 수십 번이나 왔다 갔다 했지만, 그녀와 닮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갈색의 동그란 머리. 분명 바로 알아볼 텐데. 내가 이름표를 잘못 본 건가? 아니, 분명 우리 학교 이름표였다. 어제 받아둔 이름표를 꺼내 세 글자를 손가락으로 문질러 보았다. 그러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감상적인 기분이 들었다.
점심시간에도 내려가 봤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없었다. 정신 차려보니 수업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좋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야. 만약 그녀가 거기 없다면… 어떡하지? 내일 다시 와야지. 한 층 내려가는 동안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운명이 대체 뭐 그리 대단한 거지? 계단에서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삐끗했던 발목이 다시 욱신거렸다. 정말이지, 최악이야. 2층 복도는 시끄러웠다. 아마 다들 하교 준비를 하고 있어서 그런가 보다. 동그란 머리를 찾으려고 사람들 사이를 훑어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는 거야? 오늘은 비도 안 오는데. 나는 혼잣말로 투덜거렸다. 그때 종이 울렸다. 내일 다시 와 봐야겠다. 위층으로 다시 올라가려는 순간,…
“아…”
“아.”
누군가와 부딪혔다. 우리 둘 다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이미 아팠던 발목이 다시 욱신거렸다.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 오늘은 정말 재수 없는 날이다. 뭐, 어쩔 수 없지. 그 사람 잘못만은 아니었다. 바닥에는 교과서, 공책, 펜들이 흩어져 있었다. 넘어지면서 떨어뜨린 물건들이었다. 나는 재빨리 일어나서 그것들을 줍기 시작했다. 넘어진 사람도 말없이 따라 했다. 내 더러운 교과서와는 달리, 그 사람의 교과서는 흠집 하나 없이 깨끗했다. 와, 정말 깔끔하다. 구겨진 페이지 하나 없었다. 펜도 깨끗했다. 어떤 사람인지 벌써 짐작할 수 있었다. 공책 하나를 집어 들었는데, 맨 위에 깔끔하게 쓰인 이름이 눈에 띄었다. 그 이름은 바로—
“…윤아름?”
그녀였다.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소리에 놀란 그녀는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우리 눈이 마주쳤다. 크고 아름다운 눈.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정말 당신이군요."
"...혹시 저를 아시나요?"
아, 안 돼. 내 생각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어. 첫 만남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뭐라도 말해야 했는데, 머릿속이 텅 비어버렸어. 어색하게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름은 무심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다시 짐을 챙기기 시작했어.
“…제가 가져올게요. 부딪쳐서 죄송해요.”
"아니요, 괜찮아요."
“그래도 내 잘못이었어—”
“걱정하지 마세요.”
그녀는 내 손에서 내가 들고 있던 물건들을 가져갔다. 우리 손가락이 잠깐 스쳤는데, 그 순간 내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왜 그런지는 나도 몰랐다.
저도 유감입니다.
"아니요, 사과하실 필요 없어요."
"더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뭐?"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문제가 생겼다. 윤아름은 경계심을 드러냈다. 눈이 마주친 이후로 그녀는 다시는 나를 제대로 쳐다보지 않았다. 시선은 멍했고, 표정은 무관심했다. 어제의 그녀와 같은 사람인지조차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짧게 작별 인사를 하고는 나를 지나쳐 걸어갔다. 멈춰 세워야 할까? 하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나는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그녀의 따스함에 놀랐다. 그녀의 커다란 눈이 놀란 듯 커졌다. 마치 깜짝 놀란 다람쥐 같았다. 어제처럼, 이 순간에도 여전히 아름다웠다.
"하나."
“…”
“저는 최범규입니다.”
그녀를 붙잡고 나서 나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 바로 그거였다. 내 이름. 그냥… 내 이름. 혀를 깨물고 사라지고 싶었다. 바보. 범규, 이 바보야. 그게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이야? 그녀는 "그래서 뭐?"라는 표정으로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래도 나는 그녀의 손목을 놓지 않았다.
"음, 그러니까…"
“…”
“…제 이름을 기억해 주세요.”
"…무엇?"
“최범규. 꼭 기억해 주세요.”
"…왜?"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이제 어떡하지? 그녀의 크고 맑은 눈이 나를 바라보는 방식에 식은땀이 났다. 만약 내가 잘못된 말을 한다면 모든 걸 망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냥 해내야만 했다.
“당신을 더 알고 싶어요.”
“…”
"당신에 대해서는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
"난 그냥... 친구가 되고 싶었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진심이야. 그러니까 날 기억해 줘."
정말 어처구니없는 첫 만남이었을 거야.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이렇게 누군가와 대화하는 게 힘들었던 적은 처음이었거든. 이렇게 긴장했던 적도 없었고. 지금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 같았어.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한참 후, 그녀는 손목을 빼냈다.
“난 당신을 알고 싶지 않아요.”
"…뭐?"
“저는 친구가 될 생각은 없다고 말했어요.”
“…”
“시간 낭비하지 마세요.”
그녀는 나에게 부딪힌 것에 대해 사과하고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한 후 걸어갔다. 이번에는 그녀를 막을 수 없었다. 정중한 거절이었다. 종이 울린 지 꽤 됐지만, 나는 교실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저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서 있었다. 거절당한 기분이었다. 아무것도 시작하기도 전에. 정신이 서서히 돌아왔다. 눈물 대신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배를 움켜쥐고 크게 웃었다. 마치 슈퍼맨처럼 날려고 하다가 팔이 부러졌던 그때처럼.
"이건 말도 안 돼."
그 후에도 난 그녀가 더 좋아졌다. 긴장감은 사라지고 가벼운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정말 사랑스러웠다. 왜냐고 묻는다면,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냥 그랬다. 커다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하는 모습. 그녀는 관심 없다고 했지만, 난 그녀가 날 기억할 거라고 확신했다. 갑자기 이름을 물어본 사람을 누가 잊겠어? 어쩌면 이게 더 나을지도 몰랐다. 내가 쉽게 포기하는 타입이었다면 하루 종일 그녀를 찾아 헤매지 않았겠지.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방금 거절당했는데도 이상하게 낙관적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운명은 언제나 갑자기 찾아온다. 예상치 못한 시간,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나타나 세상을 뒤집어 놓는다. 나는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운명이 인생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교실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결심했다. 윤아름의 예상치 못한 운명이 되어주겠다고. 그녀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는 그런 운명, 웃음을 선사하는 그런 운명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주머니 속 이름표가 짤랑거렸다.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하늘은 맑았고, 구름 한 점 없었다. 새로운 시작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