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에도 예보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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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어···, 윤여주다···.

난생 부르지도 않던 내 이름 석 자를 불렀다. 작가님은 너무나 취해있었고, 일단 작가님을 집 안으로 겨우겨우 데리고 침대에 눕혔다.

윤여주

하···. 진짜 밉다. 겨우 피했는데 왜 온 거야···.

결국 나는 소파에서 춥게 이불도 없이 담요만 덮고 겨우 잤다. 분명 그랬는데, 분명 소파에서 잤는데 눈 떠보니 아침이었고, 나는 침대에 홀로 누워있었다.

···

오전 12:04

윤여주

ㅁ, 뭐야. 나 왜 여기 누워있지? 작가님. 작가님!!

아무리 집을 찾아봐도 작가님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침실로 가보니 침대 옆에 쪽지 하나만 덜렁 놓여있었다.

‘미안해요. 정말 실례가 많았어요. 다음에 다 설명할게요.’

난 쪽지를 보고 바로 작가님한테 전화를 걸었다. 당연히 받지 않았고 메시지도 남겼지만, 볼 리가 없었다.

생각 정리도 안 한 채 작가님 집으로 곧장 달려갔다. 그냥 지금은 작가님을 꼭 만나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앞만 보고 그저 달릴 뿐이었다.

‘쾅쾅쾅’

윤여주

작가님!!!

‘쾅쾅쾅’

윤여주

문 열어요. 안에 있는 거 다 아니까 문 열라고요!!

아무리 소리쳐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때 작가님 집 비밀번호를 알았던 때가 생각났다. 설마, 바꿨겠지 생각하며 비밀번호를 눌렀는데 ‘띠리링’ 열렸다. 작가님은 그때 이후로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았던 것 같다.

윤여주

작가님.

집 안으로 들어갔고, 작가님은 보이지 않았다. 거실도 작업실도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굳게 닫혀있는 침실로 향했다. 역시 문은 열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작가님이 문을 잠그고 있는 것 같았다.

윤여주

작가님. 나와서 나랑 얘기 좀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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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

윤여주

술 먹고 우리 집 찾아온 거 뭐라 안 할 테니까 어떻게 된 건지 설명 좀 해봐요.

윤여주

나오기 싫으면 거기서 얘기해요.

그때 작가님이 문을 열고 나왔다. 작가님의 표정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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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내가 쪽지 주고 갔잖아요. 여긴 왜 왔어요.

생각보다 작가님은 당당했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때 우리가 헤어졌을 때처럼.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없었다.

윤여주

그러면 작가님이 비밀번호를 바꿨어야죠. 언제 한국 들어온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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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알 필요 없어요.

윤여주

아니, 우리가 아무리 그만 만난다고 해도 이건 알려줄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왜 아직도 나한테 단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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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그만 가요. 얘기하고 싶지 않으니까.

윤여주

도대체 나한테 왜 그래요? 그러면 내 앞에 아예 다시는 나타나지 말던가! 소파에서 내가 춥게 자든 말든 뭔 상관이야. 침대에는 왜 눕혀준 건데요?

윤여주

나 솔직히 작가님 가고 그래도 잘 지냈어요. 그런데 작가님이 먼저 내 앞에 나타나 놓고 왜 작가님이 가라 마라예요? 나 도저히 이해를 못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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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미안해요, 어제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셨어요.

윤여주

그러니까. 술을 왜 그렇게 많이 마셨냐고요. 무슨 일이 있으니까 그런 거잖아요. 맞죠? 최소 6개월은 걸린다면서 3개월밖에 안 지났어요. 무슨 일 있는 거죠? 전 작가님하고 잘 안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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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좀···! 다음에 다시 얘기해요···.

윤여주

···다음에는 없어요. 난 기회 준 거예요.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세요.

그러고는 작가님 집을 나왔다. 그건 내 진심이 아니었다. 끝까지 붙잡고 매달리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나도 답답했던 것 같다.

그렇게 잘 말하고 나오자마자 또다시 내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그래도 오랜만에 얘기하는 건데 여전히 나를 대하는 태도가 그대로인 작가님을 보니 짜증 났다.

어디서부터 우리가 잘못된 걸까. 정말 작가님과는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려는 그때, 이쪽으로 오는 김 큐레이터를 보았다.

윤여주

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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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큐레이터

ㅇ, 어···? 큐레이터님이 왜 여기 계세요?

윤여주

그러는 넌··· 왜 여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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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큐레이터

전··· 큐레이터님 만나러 왔죠!

윤여주

그런데 왜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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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큐레이터

그러는 큐레이터님도 여기 계시잖아요. 게다가 울고 계시는데 무슨 일 있어요?

윤여주

너···, 김석진 작가님 한국 온 거 알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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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큐레이터

아, 작가님 오셨어요? 말 없었는데.

윤여주

왜 안 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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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큐레이터

네?

윤여주

왜 안 놀라냐고. 마치 작가님을 계속 본 사람처럼 말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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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큐레이터

무슨 소리예요ㅋㅋㅋ 저도 방금 알았는데, 어제는 어땠어요. 저 그거 물어보려고 큐레이터님 만나러 왔는데. 얘기 좀 해줘요.

윤여주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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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큐레이터

그래요? 윤기 형도 좋았다고 그러던데.

윤여주

그런데···, 잘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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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큐레이터

그게 무슨 소리예요?

윤여주

작가님 보니까 또 모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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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큐레이터

그런데 작가님 오신 거는 어떻게 알았어요.

윤여주

어제 윤기 씨랑 술 먹으러 가려고 했는데 작가님 만났어. 그것도 작가님은 엄청 술에 취한 채로. 그러고 집에 갔는데 내 집 앞에서 자고 있더라. 진짜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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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큐레이터

작가님이요?!

윤여주

아무리 술에 취해도 집을 잘못 찾아가는 사람이 어딨어···. 하··· 진짜 미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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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큐레이터

작가님은 뭐라 하시는데요.

윤여주

뭐라 하긴. 그때랑 똑같이 밀어내지. 자기가 먼저 와놓고 진짜···. 짜증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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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큐레이터

그럼에도 작가님이 아직 좋은 거죠?

윤여주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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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큐레이터

솔직히 맞잖아요. 짜증 나 하면서도 작가님은 못 잊는 거잖아요.

윤여주

아니. 나도 이제 안 매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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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큐레이터

···그래요. 밥 먹으러 갈까요?

윤여주

응.

괜찮아 보였지만, 내 속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여전히 나에게 단호하고 밀어내는 작가님 때문에 힘들었지만, 애써 괜찮은 척했다. 괜찮은 척이라도 안 하면 다시 힘듦 속에 갇힐 것만 같아서.

주말이 지나고 그제야 정신이 팍 들었다. 잊고 있었던 게 있었다. 전 작가님께 메일도 드려야 하는데 지금은 그때 패기 넘치던 때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전 작가님과 김석진 작가님의 사이도 지금 정확히 모르고, 그렇기에 전 작가님께 연락드리기도 조심스럽고, 승인하실 거라는 나의 확신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머리가 하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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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Y메이

오랜만에 왔죠ㅠㅠㅠ 요즘 정신도 없고 바빠서 못 왔어요ㅠㅠ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 오늘도 보러와 주셔서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