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16 초대하지 않은 손님 (1)


***

병원에 다녀온 여주는 소파에 앉아 의문의 여성이 건네준 명함을 보며 고민한다.

소설에 많이 나오는 클리셰지.

딱 봐도 위험해 보이는 곳에 주인공이 꼭 가서 위험에 처해지는.

아무리 봐도 여주는 그런 상황에 갇힌 것 같다고 본인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고민되었다.

자신의 몸이 왜 이렇게 변해가는지 궁금했지만 가면 정말 위험하다고 직감이 말해 주고 있으니…

이여주
하…

이여주
어떻게 해야 되냐.


홍지수
병원은 잘 다녀왔어요?

이여주
네.


홍지수
음? 근데 무슨 고민 있으세요, 여주 씨?


홍지수
표정이 그리 좋지 않네요.


홍지수
혹시 결과가 나빴다던가…

이여주
그건 아니에요.

이여주
모든 수치는 정상이었어요.

이여주
그래서 의사 선생님도 원인이 뭔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구요.


홍지수
그랬군요…


홍지수
그보다 그 명함은 뭐예요?


홍지수
아까부터 계속 보고 계시던데.

이여주
아…

이여주
별거 아니에요.

이여주
그냥 뭐 우연히 부딪힌 분이 주신 거예요.

우연히 부딪힌 사람이 명함을 건네줬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이상하고 수상한 문장이다.

그럼에도 지수는 딱히 캐묻지는 않는다.

그렇게까지 알고 싶지도 않고 무엇보다 여주가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기에.


홍지수
이따 저녁에 그분 일어나시면 결과에 대해 말씀드려요.


홍지수
꽤 걱정하고 있는 것 같으니.

이여주
그분…?

이여주
아, 정한 씨.

이여주
전부터 궁금했는데 지수 씨는 왜 정한 씨가 없을 때는 그분이라고 하는 거예요?

이여주
정한 씨한테 직접적으로 말할 때는 그냥 반말하시잖아요.


홍지수
뱀파이어한테 피를 받고 살아나면 무조건 그 뱀파이어가 없는 곳에서 이름을 입에 올려선 안 돼요.


홍지수
그 뱀파이어가 눈앞에 있으면 상관없지만.

이여주
그래요?

이여주
참… 귀찮은 계약이네요.


홍지수
그렇긴 하죠.


홍지수
근데 뭐 그 정도야… 할 수 있죠.


홍지수
죽다 살아났는데 뭔들 못 하겠어요.

이여주
하긴 그렇죠.

어쩐지 지수의 표정은 여러 감정들이 복합된 듯 보인다.

***

***


이서영
…뭐야?

서영의 얼굴에는 어이없음과 짜증스러움이 가득하다.

아무래도 초대하지 않은 손님인 마냥 전혀 반갑지 않은 손님이 온 모양이다.


김민규
너무 대놓고 싫어하는 거 아닌가?


김민규
이래 봬도 나 손님으로 온 건데~

민규는 껄렁대며 어이없어하는 서영을 뒤로하고 앉는다.

그리곤 대형견같은 웃음을 지으며 서영을 올려다본다.

유사 2미터라 항상 서영을 내려다보기만 했는데, 손님으로 앉아있으니 올려다볼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광경이다.


이서영
참, 나……


김민규
여기는 뭐가 제일 맛있어요~?


이서영
손님을 담당해 줄 직원분들은 얼마든지 있으니 전 다른 손님께 가 보겠습니다.


이서영
저쪽에서 주문 받으라고 부르시네요.

서영이 서비스직 웃음을 짓는다.


김민규
왜요?


김민규
난 이서영 알바님께서 받아주시면 좋겠는데.

민규가 서영의 손목을 느슨하게 잡는다.

세게 잡은 것도 아닌데 서영은 뿌리치기가 어렵다.


이서영
우리 통성명을 했던가요?

민규는 말없이 제 가슴 쪽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든다.

그제서야 서영은 제 가슴 쪽에 이름이 박혀 있다는 걸 자각한다.


이서영
그래도 이름은 함부로 부르지 마시죠.


이서영
그쪽이랑 이름 부를 정도로 가까워지고 싶지 않으니.


김민규
왜 이렇게 날 싫어해요?


김민규
아직도 뱀파이어를 싫어하나?


이서영
……그건…

서영은 머뭇거리다 이내 그에 대한 대답은 확실하게 해 주지 않고 얼버무린다.


이서영
됐고, 전 그냥 그쪽이 싫습니다.

서영은 그대로 민규에게 등을 돌린다.


김민규
김민규예요.

뜬금없는 소리에 서영이 다시 뒤를 돌아본다.


김민규
제 이름,


김민규
김민규라구요.


김민규
기억해 주세요, 이서영 님~

왠지 모르게 자꾸 껄렁대는 민규가 서영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어쩐지 마냥 밉지만은 않았다.

미운 정도 정이라 그런가.

그래도 서영은 민규의 주문을 받지 않았다.

여전히 뱀파이어에 대한 감정이 그리 좋지는 않기에.

아무래도 사람의 마음이란 게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몇 년 동안이나 뱀파이어 자체를 혐오하며 살았는데, 그게 며칠만에 쉽게 바뀔리가 있겠는가.

세 살 적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니.

의문의 여성
여기 주문 좀 받아주세요~


이서영
아, 네.

아까 여주와 부딪혔던 그 여성.

그 여성은 어째서인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구석에 앉아 있었다.

의문의 여성
아까 그 남자랑 친한가?


이서영
네?

뜬금없이 반말부터 내뱉는 손님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당황하지 않고 서비스직 미소를 잃지 않은 채 답했다.


이서영
아까 저 손님을 말씀하신 걸까요?


이서영
친한 사이는 아닙니다.

의문의 여성
그래?

의문의 여성
내 눈에는 아닌 것 같은데.

서영은 속으로 이 사람은 뭐지, 싶었다.

지금까지 본 진상들과는 꽤 다른 진상인 것 같았다.

의문의 여성
뱀파이어 싫어하지?


이서영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정곡을 찌른 말에 서영은 당황했지만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

어색하긴 했지만.

의문의 여성
맞구나?

의문의 여성
그럼 가까이 와 봐.

중년의 여성은 서영에게 가까이 와 보라며 손짓한다.

서영은 딱히 가까이 하려는 마음은 없었지만 저도 모르게 홀린 듯 가까이 다가간다.

그러자 여성은 작게 속삭인다.

의문의 여성
뱀파이어와 닿기만 해도 죽일 수 있는 사람이 있어.

의문의 여성
그 사람을 찾아.

의문의 여성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으니까 금방 찾을 거야.


이서영
그게 무슨……

서영은 터무니없는 말에 말문이 막힌다.

그저 닿기만 해도 뱀파이어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나.

있었다면 진즉에 본인은 뱀파이어를 닿기만 해도 죽일 수 있다며 티비에도 나왔을 텐데.

의문의 여성
본인은 자각하지 못 하고 있는 모양이야.

의문의 여성
서서히 뱀파이어를 죽이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여성은 불쾌한 웃음을 짓더니 이내 서영의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

의문의 여성
너도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니?

의문의 여성
닿는 것만으로 뱀파이어를 죽이고 싶지 않아?

의문의 여성
그렇다면 이곳으로 오렴.

여성이 자켓 안쪽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건넨다.

의문의 여성
넌 꼭 오게 될 거야.

의문의 말을 남긴 채 여성은 십만원의 화폐를 남겨두곤 떠난다.


이서영
뭐야, 아무것도 드시지 않았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