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V 그룹 외동딸은 조직원
꽤 예뻐요.



박지민
강슬기..대충 신원은 파악해 놨다. RV 그룹 회장의 외동딸이라며?


김태형
그렇습니다.


박지민
그럼 너와도 적지 않은 관계가 있겠군.


김태형
안 좋게 말하자면..제가 그녀에게 약점을 잡힌 것이지요.


박지민
..난 약점 따위 왜 잡히는지 모르겠어.


김태형
하지만 사람이라면 제각기 약점이나 단점이 있기 마련 아닙니까?


박지민
쯧쯧, 그러니까 그걸 들켰을 때는 상대와 딜을 해야지.


김태형
..딜요?


박지민
순진한 새끼. 내가 이래서 널 처음에 안 들이려고 한 거야.


김태형
..보스. 죄송합니다.


박지민
찌질해, 넌. 물론 너도 알고 있겠다마는.


김태형
.....


박지민
그러니 내가 널 대신해 널 보호하려고 한다.


김태형
네?


박지민
강슬기. 입막음은 시켜야지. 이대로 너희 아버지 직장에서 잘리게 하고 싶나? 그럼 너도 폭삭 망할 텐데.


김태형
아..


박지민
강슬기 말야. 내가 봤을 때 널 그냥 놔둘 놈은 아냐. 그러니까..딜을 해야지, 딜을.


김태형
어떻게 하실 계획입니까?


박지민
..똑같이 약점을 파고들어줘야겠지.

딜이라며요? 거래 아니었습니까? 물음표로 한가득 눈을 채운 태형의 궁금증을 알아차렸는지 지민이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박지민
이래서 내가 널 순진하다고 하는 거야. 바보같은 새끼. 딜은 단순히 거래만을 뜻하는게 아냐. 꼭 그렇게 정의한다 쳐도 딜은 현명하게 해야지.


김태형
딜을..현명하게요?


박지민
딜이라기 보다는..그래, 쌤쌤이로 하자고 치부해버리는 거야. 넌 나에게 이 점이 잡혔고 난 너에게 이 점이 잡혀버렸으니, 쌤쌤이로 그냥 넘기자고 권유하는 거지.

권유. 인정사정 없는 킬러가 과연 상대방에게 권유 따윌 할까. 권유가 아니라 협박이겠지.


강슬기
내게 하려는 말이..뭐야.


박지민
아가씨, 우리 딜을 하자.


강슬기
딜이라면..거래? 내가 너 같은 조폭 새끼랑 거래할 것 같아?


박지민
난 네가 원하는 것을 알아.


강슬기
..내가 뭘 원하는데.


박지민
넌 그저 그 생활이 지루하고, 따분하기 그지없다고 생각하는 거잖아. 내 말이 틀렸나?


강슬기
..딱히 틀렸다고 보긴 어렵지만, 핵심이 안 나왔어.


박지민
그래서 넌 그 따분한 생활을 벗어나고자 하는 거지. 그리고 그 해결책을 우리 조직에서 찾아주려는 거고.


강슬기
그럼 그 해결책, 내놔 봐.


박지민
오늘부로 강슬기는 우리 조직의 부원입니다.


강슬기
....!


박지민
어떤가? 이런 해결책은. 더군다나 김태형도 있는데 말이야.


강슬기
..김태형을 이용하여 날 선동하려 들지 마. 그 새끼는 내게 있어서 아무 존재도 아니니까.


박지민
글쎄, 딱히 그렇게 물은 적도 없다만.

박지민이 씩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 저 새끼..존나 싸가지없네.


박지민
강슬기, 꽤 예쁘네.

아니..저 새끼가 방금 뭐랬냐. 꽤..예쁘다고? ..여자 많이 낚아봤나 보네. 어장남인가? 근데 쟤 직업이 조직 보스잖아! 아 근데..여자 많이 홀리게 생겼긴 했네.


박지민
앞으로 기대해도 되겠나, 재벌 아가씨.


강슬기
..정말 날 조직원으로 들일 셈이야?


박지민
으흥-뭐 어때. 아가씨가 원한다면. 어차피 우리 측에서도 내건 조건이니까.

박지민이 얕게 콧소리를 내며 씩 웃고는 내 귓가로 자신의 얼굴을 가져다 대고는 작게 속삭였다.


박지민
무엇보다 아가씨, 이건 우리들의 '딜'이잖아?

놀라 눈이 커지는 나를 뒤로한 채 박지민이 방 안에서 빠져나갔다.


강슬기
김태형 너 진짜..그래서 요즘 회의에도 자주 안 보이는 거였어?


김태형
딱히 할 말이 있겠냐.


강슬기
언제부터 발 들였는데. 어떻게?


김태형
꽤 오래됐어. 이번 년도까지 합치면 한 3년쯤 됐나.


강슬기
뭐? 그럼 너..중학생 때부터 했단 말이잖아!


김태형
그럼 셈이지. 네가 몰라서 그런데 이 생활. 부잣집 아가씨 노릇보다 몇 만배는 더 재밌어.


강슬기
다치면 어떡해.


김태형
뭐 어때. 그러니까 내가 배운 교훈이 '다치치 않으려면 다치게 하라'라는 거지.


강슬기
..마음에 드네.


김태형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요, 아가씨.


강슬기
요즘 병원도 자주 다니나 싶었다. ..긴급 회의에 입고 온 와이셔츠에 피가 묻어 있질 않나.


김태형
..아..진짜?


강슬기
나만 봤어. 아무도 눈치 못 챈 눈치더라.


김태형
근데, 너도 이런 생활 꿈꿔왔지 않나? 비밀 같은 거 좋아하잖아.


강슬기
유치하게?


김태형
그게 너야. 내가 어릴 적부터 봐왔던 너의 진짜 모습.


강슬기
..한심하다. 그나저나 너 이 짓거리 하고 다니는 거 부회장님도 알아? 뭐 알면..넌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겠지.


김태형
어른 되면 본격적으로 이 일 시작하려고.


강슬기
뭐?


김태형
다들 내가 부회장을 물려받을 거라 거의 확신하고 있지만..난 그게 진짜로 싫은걸.


강슬기
그래도..어떻게 변명할래?


김태형
변명할 방도도 없는데 그냥 다 죽여버릴까.


강슬기
하? 이 새끼가 진짜.


김태형
아아, 죄송. 아까 건 장난이었던 거 알지?


강슬기
진짜였음 넌 벌써 대가리 날아갔어.


김태형
ㅋㅋㅋㅋㅋ


강슬기
..박지민..네 보스란 사람이 나랑 딜을 하자던데.


김태형
말만 딜이지. 협박이야.


강슬기
웃전에 대한 충성심 따위는 어디로 말아먹은 거야?


김태형
충성심? 웃전? 지하세계에서는 그딴 거 없어. 그런 눈물겨운 상황은 절대. 몇 분 전에 자신의 밑에서 빌빌 기던 사람이 몇 분 만에 날 자신의 밑에 무릎 꿇리고 있다 해도 전혀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아. 하지만 그룹 내에서는 아니잖아.


강슬기
갑질과 아첨 뿐인데, 뭘 그리 새삼스레.


김태형
그래도, 적어도 충성심 따윈 있는 곳이니까. 충성심 따위 개나 줘 라는 이곳 룰하고는 확연히 다르긴 다르지.


강슬기
그래서 딜을..했는데, 나보고 여기서 일하래. 조직원이 되래.


김태형
..잘 됐네. 나랑 같이 잘 해보자. 아님 나중에 부회장이랑 회장 둘이서 그룹을 아예 조직으로 만들어버라는 거야 ㅋㅋ


강슬기
그거 괜찮네. 근데 이만 가 봐야 하지 않나? 시간대가 어떻게 되는 거야.


김태형
지금 오후 8시. 같이 가자.


강슬기
만약 내가 여기 조직원이 되면 우리 둘이 같이 갔다 같이 올 수 있는 거야?


김태형
원한다면 그렇게 해도 상관은 없지. 오해받기에 충분한 소재긴 하다만.


강슬기
스캔들? 그딴 걸로 뒤덮으면 더 편하지 않아?


김태형
그런가. 어쨌든 지금 가자. 보스한테 인사드리고.


강슬기
..야, 김태형.


김태형
왜?

가까이서 보니 너.


김태형
.....?


강슬기
좀 생겼다?

강슬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