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의 상처들과 내 마음의 상처의 공통점

[제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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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진짜 사과할 생각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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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진심으로 용서 빌 생각 없냐고."

이지호는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1도 없었지만, 일이 커지면 힘들어질 거라는 것을 알기에 억지로 사과를 했다. 물론 그 사과에 영혼이 1도 없는 건 안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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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호

"미안. 난 너가 싫어할지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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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뭐?"

사과라는 말 속에 그런 문장이 들의가도 되는걸까. 차라리 변명이라도 하지. 괜히 씁쓸해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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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싫어할지 몰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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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호

"응, 몰랐다고. 사과했잖아. 이제 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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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미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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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내가 네 머리 한 대 치고 아플줄 몰랐다고 하면 되겠네. 그럼 다 끝난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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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호

"......"

이지호는 말을 멈추었다. 지민의 묵직한 팩트의 할 말을 잃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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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내가 너 복수하려고 이렇게 까지 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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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니야. 나는 너와는 다르게, 정당한 방법으로 반성하게 만들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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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거 하나 때문에 이렇게 달려왔어. 아무리 지치고 힘들어도, 이 악물고 버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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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호

"...독한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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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원래 독한 놈이 살아남는 거야. 서바이벌에서도 그렇고 지금, 이 자리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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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너같이 빽만 믿고 나대는 놈들은 절대로 날 이길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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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호

"뭐? 너 지금 말 다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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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니? 할 말 아직도 많이 남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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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왜? 예전처럼 쥐어패기라도 하게? 아직도 그 버릇 못버렸냐? 때려봐, 때려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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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호

"내가 못 때릴 것 같아? 이 새#가..."

윤기는 상을 탁- 치며 말했다. 말투부터 윤기의 화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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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판사]

"피해자, 피고인. 지금 뭐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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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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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판사님, 현재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며 반성하는 기미가 안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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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호

"야, 전정국. 아까 사과했잖아. 반성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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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제대로 반성을 했다면 사과를 그따위로 하진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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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호

"하...내가 우습지? 검사되니까 뭐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건 그냥 네 착각이야. 예전이랑 변한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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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한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이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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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지금 네 말, '개소리니 무시하세요~' 이걸로 밖에 안 들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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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호

"이런 미친 새#가. 도랏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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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그래, 나 도랏다. 또라이 중에 상또라인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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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그렇게 잘난 넌 우기지나 말고, 좋은 말로 할 때 감방에 쳐 들어가서 반성이나 하고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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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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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호

"박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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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호

"내가 존나게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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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호

"지금도 그러지만 예전에는 진짜 생각이 없었나봐. 왜그랬는지 시무치게 후회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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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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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호

"진짜 미안해... 내가 잘못했다."

어느정도 그치는 것 같았던 지민의 눈물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단순 몇 마디일 뿐이지만, 자신의 겪은 일을 다 용서할 만큼은 아니지만. 눈물이 났다.

아무리 손으로 감추고, 멈추기 위해 힘써도 그칠 줄 몰랐다. 지민이 그토록 바라던 사과 아닌가. 몇 년을 기다렸어도 듣지 못했던 말.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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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ㄴ, 너가 사과를 할 지 몰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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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말뿐이지만 그 속에서 느꼈어. 네가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는 걸. 그래서 합의..."

그때였다. 지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지호는 감출 수 없는 웃음을 지었다. 숙여진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 속 웃음꽃.

그순간, 지민은 온 몸이 굳었다. 이지호가 괴롭힐 때 항상 짓던 그 미소. 벌써 몇 년 전 일이지만 결코 잊을 수 없다. 악랄하고 비열한 그 특유의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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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지민이 경직된 채 말을 멈추자 정국은 지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걱정했다. 그리고 지민의 표정을 자세히 관찰했다.

정국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지민이 겁에 질려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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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박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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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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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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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어..."

말은 그렇게 한다만, 이미 지민은 정신줄을 놓은 것 같았다. 지민의 손이 떨렸다. 이리저리 이동하는 눈.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서 잠들어있던 두려움이 깨어났다. 이미 이성을 잃은지 오래였다.

민윤기 [판사] image

민윤기 [판사]

"박지민군? 합의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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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합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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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목소리조차 떨렸지만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 말에 이지호의 표정은 경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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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호

"지민아 갑자기 왜그래... 합의 해주는 거 아니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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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미안해. 근데 못해주겠다."

지민은 꽤 단호하게 말했고 이지호의 얼굴에는 누가봐도 '나 화났어.' 라고 쓰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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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호

"시#놈아, 왜 갑자기 안 해주는 건데. 이정도면 해줘도 되지 않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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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진심 아니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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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네가 했던 말들, 가식인 거 알고 있었다고."

이지호한테 사과를 기대한 내가 잘못이였다. 쓰레기 중에 쓰레기인 이지호를 믿은 내가 바보였다. 아, 씨#. 뭐같네.

재판은 계속 되었다. 길어지는 재판에 지친 몸을 뒤로하고 이지호와 싸웠다. 어떤 짓을 하던간에 절대 질 수 없었다. 나의 말을 듣고 우는 사람, 화가 치밀어 소리 지르는 사람, 그냥 흥미로운 듯 쳐다보는 사람.

진짜 최선을 다했다. 나의 울분을 털어내고, 그간 내가 모아두었던 증거들이 일일이 공개됬다. 이지호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길 바랬고, 사과와 반성을 얻어내길 원했다.

판사의 한 마디, 드디어 그 한마디로 운명이 결정되는 순간이 왔다.

그렇게 재판은 슬슬 마무리 지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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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판사]

"피고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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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판사]

"징역 3년을 선고합니다."

다행이였다. 무죄가 아니라는 것에 안도했다. 그에 비해 정국은 형을 너무 조금 줬다며 불만의 눈초리를 보냈다. 적다고 느낀 것은 사실이다만 유죄라는 것에 감사해야지. 불만은 잠시 넣어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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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호

"......"

지민과 상반대 되는 한 사람이 있다, 결과에 만족을 못하는 한 사람. 그의 이마의 핏줄이 곤두섰고 얼굴은 핏기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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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호

"아니야...이건 꿈이야..."

현실을 부정했다. 꿈이라며 자신 스스로를 세뇌 시켰다. 하지만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이 뭐가 있겠는가.

절대 감옥에 안 갈거라며 자신 만만해하던 그의 얼굴에서는 자신감이라고는 절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지호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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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호

'내가 버려졌구나.'

이지호의 집안은 대놓고 말하긴 그렇지만, 대단했다. 그런 집안에서 이 재판 하나를 못 막는 것은 말도 안됬다. 더군다나 자신의 아들이 감옥에 가는 걸 그냥 지켜본다니, 버려졌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이지호의 얼굴은 시간이 흐를 수록 초췌해져만 갔다. 그렇게 허무하게 망나니 왕자님의 삶은 끝이 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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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내가 너 하나 벌받게 하려고 검사까지 됬어. 진짜 죽을만큼 힘들었는데, 너한테 당한 거 생각하면 절대 포기 못하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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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얌전히 감방가서 반성이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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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호

"아니야!!! 그럴리 없다고... 뭔가 잘못된 거야, 그런 데 안 갈거야. 난 잘못한 거... 없다고... 그냥 너랑 박지민이 재밌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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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시##아, 아직도 정신 못 차렸냐. 너만 재밌었다는 거 아직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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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남이 고통받는 게 그렇게 재밌디? 이런 쓰레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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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호

"ㅁ, 미안해... 제발 살려줘. 나 감옥 못들어가. 안돼.. 제발..."

이지호는 울며 지민에게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지민의 왼쪽 다리를 붙잡으며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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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이미 늦었어."

칼같은 한마디였다. 이지호의 손에서 지민의 다리는 멀어져만 갔다. 나와 정국이가 느꼈던 기분, 당했던 것의 반의 반이라도 느끼길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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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한다 해도 없는 일이 되는 건 아니니까. 더군다나 이렇게 반성을 안하는데 어떻게 용서를 해줄 수 있겠는가. 자신이 치룬 죄값은 스스로가 똑똑히 받길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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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진짜 끝난 거구나..."

모든게 끝났다는 사실에 안도감과 허탈함.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았다. 꽉 막혔던 가슴에 구멍이 하나 뚫린 것 같았다.

이 날만 보고 살았는데 이젠 어떻게 살아야 하나,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나도 모르게 나는 웃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 기분. 이지호의 좌절따윈 들리지 않았다.

누군가의 좌절과 함께 재판은 끝이 났다.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과한다 한들, 없는 일이 되는건 아닙니다. 당신이 어떤 괴로움을 받았건, 남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 자격은 안됩니다.

*사람인지라 실수할 수 있고, 후회할 짓 할 수 있지만 사과는 합시다. 혹, 사과를 하지 않을 거라면 애초에 후회할 짓을 하지 말던가요. 아무도 이득없고 고통만 남으니까요.

*한 번 뿐인 인생 즐겁게 사는건 좋지만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곧 완결입니다... 번외편으로 찾아뵐께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