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의 키스

인어와의 키스

철썩, 철썩

파도가 조용하게 돌에 부딪힌다 .

오늘도 어김없이 절벽에 울퉁불퉁한 돌들은 내 쉼터 ,

이자 피난처이다 .

바보같이 오늘도 울고 ,

내일도 울고 ,

매일 운다 .

솔직히 이제는 내가 왜 우는지도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

항상 눈 뜨고 식사를 하고 나서 정신차려보면 여기 와서 울고 있는 내 모습 .

부모님은 있는지 , 아니 애초에 가족이 있는지 ,

혼자 살고 혼자 말하고 혼자 우는 것에 지쳐버린지 오래다 .

하루가 가고 ,

이틀이 가고 ,

몇 년이 흘러 ,

과거의 일은 기억도 안 나는 나인데 ,

꼭 선명하게 생각나는 ,

그 기억 .

나는 잠을 자고 있었을 뿐이고 ,

그 남자 , 그 남자는 누군가를 때리고 있었다 .

나는 방문을 열었고 ,

그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

도저히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는 그 눈빛 .

그 남자는 나를 향해 돌진해왔고 ,

맞고 있던 여자는 필사적으로 막았다 .

두 사람 모두 피투성이었고 ,

몇 살인지도 모르겠는 나는 울면서 뛰쳐나왔다 .

그리고 달렸고 , 또 달렸다 .

내가 그 이후로 기억나는 거는 ,

내가 도망쳐서 혼자 살 때 들렸던 그 사람들의 목소리 .

" 쟤는 엄마아빠도 없대 "

" 아빠가 엄마랑 애를 학대했다면서 ? 쯧쯧 "

사랑받기보다 미움을 먼저 받았고 ,

친구들과 뛰며 놀아야할 평범한 학생은

학교도 다니지 못하는 그런 사람도 못한 존재가 되었다 .

그렇게 눈물 한 방울 ,

두 방울 .

바다에 퐁당 ,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

눈을 감았고 , 조용히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좋았다 .

내 눈물 방울이 멈췄다 .

그냥 숨 쉬는 게 , 살아있는 것이 행복했다 .

눈을 다시 뜨는 찰나 , 나는 뭔가 달라진 걸 느꼈다 .

내 앞에는 무슨 , 사람 같이 생긴 생물체가 있었다 .

' 나 '

.......

인어 , 민윤기 image

인어 , 민윤기

너 ,

' 나 '

ㄴ, 나요,?

인어 , 민윤기 image

인어 , 민윤기

그래 , 그럼 너 말고 여기 누가 또 있겠어 ,

' 나 '

아아, 왜... 왜요,?

인어 , 민윤기 image

인어 , 민윤기

너 왜 자꾸 우는 거야 , 매일 매일 와서 .

인어 , 민윤기 image

인어 , 민윤기

니 눈물이 바다에 떨어질 때마다 정신을 못 차리겠잖아 ,

' 나 '

ㅈ, 죄송합니다,

' 나 '

근데 초면에 반말은, 좀 너무하지 않나,,? 그쪽이 나보다 어려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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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 민윤기

푸흐 , 웃기는 인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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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 민윤기

너 내가 몇 살 인지는 아는 거야?

인어 , 민윤기 image

인어 , 민윤기

아니아니, 너 내가 뭔지는 아는거야?

' 나 '

사, 사람아닌가

' 나 '

,,요,,?

눈빛에는 날카로움이 새겨져있었고 ,

동안이었지만 왠지 모를 무서움에 쉽사리 반말이 나오지 않았다 .

인어 , 민윤기 image

인어 , 민윤기

너, 진짜 모르는 거야?

인어 , 민윤기 image

인어 , 민윤기

그러면서 여기 와서 왜 우는 거지?

' 나 '

그, 그건 나도 모르겠어요 .

' 나 '

눈만 뜨면 여기로 와있어요 , 나도 모르게 .

인어 , 민윤기 image

인어 , 민윤기

후 , 잘 들어 .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 그 남자는 한숨을 쉬더니 찬찬히 설명했다 .

인어 , 민윤기 image

인어 , 민윤기

일단 니가 서있는 이 곳은 인어의 절벽이고 ,

인어 , 민윤기 image

인어 , 민윤기

한때는 사람이 붐비던 곳이었어 .

인어 , 민윤기 image

인어 , 민윤기

소원을 들어주는 인어 , 뭐 그딴거로 .

인어 , 민윤기 image

인어 , 민윤기

근데 지금은 보다시피 사람이 없어 ,

' 나 '

뻔하네요 뭐 -

인어 , 민윤기 image

인어 , 민윤기

뭐가 뻔해 ,

' 나 '

세상에 인어가 어딨어요 ?

' 나 '

당연히 거짓말인게 들통나서 발길이 끊겼겠죠 ,

인어 , 민윤기 image

인어 , 민윤기

허 , 인어는 실제로 존재해 .

인어 , 민윤기 image

인어 , 민윤기

하지만 하찮은 인간의 소원을 들어주러 나오지 않는 것 뿐이지 .

인어 , 민윤기 image

인어 , 민윤기

그리고 여기에 사람이 없는 이유는 , 저길 봐 .

그리고 그는 고개를 돌려 표지판을 가르켰다 .

' 나 '

주의 , 절벽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많았음으로 이 주변에는 출입을 금지한다,,,?

인어 , 민윤기 image

인어 , 민윤기

그래 , 이상하게도 여기만 오면 사람들이 추락사했고 ,

인어 , 민윤기 image

인어 , 민윤기

이상한 소문도 돌았지 .

인어 , 민윤기 image

인어 , 민윤기

모두 다 인어에 홀려서 뛰어내렸다 , 라고 .

' 나 '

에이 , 뭔 그런 . 인어가 세상에 어디 있다고 .

인어 , 민윤기 image

인어 , 민윤기

지금 , 바로 니 눈앞에 있잖아 .

' 나 '

네,? 당신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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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 민윤기

너 , 내가 누군지 모른다고 했지?

인어 , 민윤기 image

인어 , 민윤기

나는 인간들이 말하는 그 인어고 , 민윤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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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 민윤기

푸흐 , 놀란 것 같네 . 나이는 니가 생각할 수도 없을 만큼 많고 .

' 나 '

그, 그럼 당신이 인간을 홀린다는 인, 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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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 민윤기

워워 , 내가 홀린 적 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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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 민윤기

그 사람들한테 경고만 하려고 나왔는데 , 나를 쫓아오겠다면서 뛰어들은 것 뿐이야 .

' 나 '

그 , 그게 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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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 민윤기

아무튼 , 니가 흘려대는 그 눈물 ,

인어 , 민윤기 image

인어 , 민윤기

그 눈물이 나를 반응시켜 . 다른 인어들도 많은데 오직 나만을 .

인어 , 민윤기 image

인어 , 민윤기

그래서 오랜만에 나와본거고 ,

' 나 '

내 , 내가 뭘 했다고 당신을 불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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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 민윤기

너 , 무슨 사연 있어?

인어 , 민윤기 image

인어 , 민윤기

소문만큼 멋지진 않지만 널 만족시켜줄 순 있어 .

' 나 '

나 사실 , 기억이 없어요 . 가지고 있는 과거의 기억은 다 최악이고 .

' 나 '

근데도 이상하게 여기만큼은 기억이 나 .

' 나 '

여기서 운 기억은 모조리 있어 .

' 나 '

나도 , 그 전 기억들 잃고 새로 시작하고 싶어요 .

' 나 '

푸 , 역시 못 도와주겠죠?

' 나 '

됐어요 , 기대한 적도 없어 .

인어 , 민윤기 image

인어 , 민윤기

그래서였나 ,

' 나 '

응, 뭐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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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 민윤기

니 눈물이 날 부른 것 말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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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 민윤기

난 기억을 잃게 할 수 있단 말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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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 민윤기

니 소원이 눈물을 통해 나에게 전해진 모양이다 .

' 나 '

그, 그럼 도와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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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 민윤기

후 , 당연하지 .

' 나 '

오, 어떻게 해야하는건데요 ,

인어 , 민윤기 image

인어 , 민윤기

그게 , 나랑 키스하면 돼 .

' 나 '

네? 키스요?

인어 , 민윤기 image

인어 , 민윤기

응 , 니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 대신 넌 나랑 키스해야 해 .

' 나 '

그, 그런게 어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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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 민윤기

하기 싫음 말고 , 그럼 난 갈거니까 귀찮게 자꾸 울지 마 .

' 나 '

아, 아니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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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 민윤기

어?

' 나 '

가, 가지 말고 . 이리 와봐요

인어 , 민윤기 image

인어 , 민윤기

웃기네 , 이런 인간 처음이야 . 3900년 살면서 .

' 나 '

삼, 삼천 구백년이라니 .

인어 , 민윤기 image

인어 , 민윤기

푸 , 놀랐나?

마침 석양빛을 받아서 보이는 민윤기 , 그 인어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

' 나 '

와 ,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홀렸는지 알 것 같아요 .

인어 , 민윤기 image

인어 , 민윤기

허 , 그래서 너도 나를 따라오게 ?

' 나 '

아니요 , 눈 감을테니까 , 빨리 해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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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 민윤기

뭘,

' 나 '

키스요 , 나 키스 안 해봤어요 . 당신이 어떻게 좀 해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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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 민윤기

가지가지하네 , 눈 꼭 감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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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 민윤기

다시 눈을 뜨게 되는 순간 , 난 니가 잊고 싶은 기억들은 다 잊고 새 시작을 하게 될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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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 민윤기

나라는 존재는 뭐 , 어렴풋이 기억이 나겠지 . 하지만 넌 여길 다신 찾아오지 못해 .

' 나 '

아 , 그건 아쉽네요 . 마지막으로 한 번 봐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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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 민윤기

후회 , 안 해?

' 나 '

당연하죠 , 자 다 봤으니까 나 눈 감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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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 민윤기

그래 , 부디 행복하길 빈다 .

난 눈을 감았고 , 무언가 내 입술을 감쌌고 ,

또 이상한 야릿한 기분이 들었다 .

그 기분이 뭔지 알기도 전에 , 난 기억을 잃어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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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 민윤기

연약한 인간이라 그런지 , 쉽게 끝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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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 민윤기

넌 내 말 못 듣겠지 , 어짜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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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 민윤기

... 잠깐이었지만 , 니가 다 포기하고 , 지금처럼 이야기하며 지내기를 바란 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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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 민윤기

그건 내 너무 큰 소원이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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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 민윤기

내 욕심이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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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 민윤기

부디 행복하게 살아라 , 아주 평범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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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 민윤기

내가 널 언제나 지켜볼테니까 .

인어와의 키스는 기억을 잃게 해준다고 알려져있어 ,

바보같은 인간은 찾아가서 그에게 몸을 맡겼고 ,

그녀가 바라던 행복하고 평범한 삶을 얻었지 .

하지만 그 인어는 인간을 사랑해버렸고 ,

자신을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

한 인간만을 바라보다 인간이 죽던 날 ,

영원히 살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인간의 곁으로 떠났대 .

딱 한 번 , 그 짧은 시간에 사랑에 빠져 ,

인간 뒤를 쫓은 그 인어는 아직도 인어들 사이에서 유명하대 ,

인간들 여럿과 인어들을 홀린 그 인어 ,

그 인어는 아무것도 없던 소녀를 사랑해서 ,

동화처럼 물거품으로 사라져서 뒤를 쫓았대 .

민윤기 , 그 인어 말이야 .

<인어의 키스는 기억을 잃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