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알바생 그녀
ep. 42 홈 데이트


07:30 PM


김여주
좋아, 완벽해!

오늘은 오래간만에 손님이 우리집에 온대!

그래서 나도 간만에 꾸며봤어


띵동- 띵동-

얼마 있지 않아 초인종이 울렸고, 나는 그 소리만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처럼 부리나케 달려갔어

문을 열자마자 손님의 얼굴이 보였어

오늘도 잘생긴 얼굴엔 잔뜩 부풀어오른 표정이 자리잡았어


김태형
진짜 오래간만이다..!

나는 손님에게 무언의 대답으로 볼에 뽀뽀를 해 주었어


김여주
배고프죠? 저녁 뭐 먹을래요?

짧은 뽀뽀를 마친 후, 가장 처음으로 한 말이었어


김태형
으음.. 오늘은 간편하게 배달 시킬까?


김여주
텔레파시 통했다!! 역시 우리 오빠야


김여주
그러면...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걸 시킬까요? 그러고 이따 영화 보면서 과자 좀 먹구..


김태형
그래! 그러면 간단하게 먹을만한게...


김태형
고급스럽게 파스-


김여주
역시 이럴땐 떡볶이죠!


김태형
으,음..? 뭐..! 떡볶이도 맛있지


김태형
떡볶이 2인분 시킬까?


김여주
떡볶이랑 순대...!


김태형
ㅋㅋㅋㅋ알았어


김태형
오빠가 시킬게?


김여주
멋있다 우리 오빠

옆에서 밥을 먹을 생각에 신난 나를 손님이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쳐다봤어

그래서 나는! 귀여워 죽겠다는 눈빛으로 보답해줬지

서로 의미심장한 눈빛 교환을 마치고, 그냥 옆에 딱 붙어 나란히 앉아있기만 했어

전에는 이런 침묵이 매우 어색해 무슨 말이라도 해야할 것 같았거든

그런데 이젠! 침묵이 부담스럽지 않아

오히려 좋기도 해

아무 말 없이 앉아 이 분위기를 만끽하는..?


김여주
아.. 지금 이 분위기에 와인 한 잔 딱 하면 최고인데


김여주
집에 소주밖에 없네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했는데 손님이 그 소리를 들었나 봐


김태형
사올까? 같이 사러 갈래?


김여주
에이, 뭐하러요


김여주
오늘은 어디 나가지 말고! 집에만 있어요


김태형
그럴까?ㅎ


김태형
그러면 오늘 예림인 안 들어오는 거지?


김여주
에? 아마 들어올걸요? 왜요?


김태형
ㅎ..


김여주
...악!! 뭐예요!!!

뒤늦게 손님의 말뜻을 알아들었어


김여주
진짜... 이 오빠 큰일날 사람이네


김태형
왜? 예림이 집에 들어오나 안 들어오나 궁금했던 거인데


김여주
그게 궁금한 것 자체가 이상하잖아요...!! 안 돼! 절대 안 돼! 예림이 안 온다 해도 오라고 할 거야


김태형
어어.. 이러면 나 섭섭해?


김여주
섭섭하긴 뭐가요...! 진짜.. 맨날 그 생각밖에 안 하지?


김태형
뭔 생각?


김여주
자꾸 순수한 척 한다!


김태형
나는 진짜 예림이 걱정 해준건데? 늦게 다니면 위험하니까~


김여주
쳇 걔는 뭐 괴한 만나도 한 손으로 때려잡고 올 애니까 걱정 말고 내 걱정이나 해요


김태형
왜? 너 어디 늦게 다녀?

앙큼한 미소를 품고 있던 얼굴이 한순간에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뀌었어


김태형
말이라도 하지...! 또 편의점 알바라도 해? 오늘도 가? 내가 데려다 줄게


김여주
아니, 아니..! 그냥 말이 그렇다구요


김여주
알바는 그거, 카페 알바밖에 안 해요


김태형
나 참.. 놀랐잖아


김여주
..히히...

어색한 웃음만을 흘리고 있었는데 참 반가운 초인종 소리가 들렸어


김여주
내가 가져올게요! 기다려!

손님이 내 손목을 잡아 밑으로 끌어내렸어


김태형
여기 있어 내가 가져올게



배달 온 음식의 그릇이 점점 비워지기 시작했어


김여주
양이 생각보다 꽤 많다, 그쵸?


김태형
그러게


김태형
이거 다 먹으면 영화 볼 땐 배불러서 뭐 못 먹겠다


김여주
에이, 아무리 배가 불러도 간식 먹을 배는 있죠


김여주
소주밖에 없지만..! 그거라도 먹어요


김태형
소주도 좋지~


김태형
그런데 너, 괜찮겠어?


김여주
응?


김태형
술 잘 못 마시잖아


김여주
으음.. 그래도..! 여긴 내 집이고, 손님도 있으니까, 괜찮을 거예요!


김여주
...괜찮겠죠?


김태형
그렇다고 너무 무리는 하지 말고




김태형
여주야 이제 너 그만 마셔라


김태형
눈에 초점이 없어


김태형
취한 것 같아


김여주
에에? 아니이 내가 또 안 취이했어.. 안 취한 사람한테에.. 취했다고오.. 하면.. 예의가 아니죠오..


김태형
으음.. 그래.. 일단 잔은 가져갈게


김여주
내가!!!


김태형
어우.. 놀래라.. 여주 왜?


김여주
내가아.. 당신 고백을 못 받아줘요오.. 다른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어..


김태형
또 무슨 말이야? 너랑 나랑 이미 사귀고 있는데


김여주
나느은.. 임자가 있어요오.. 당신이랑 못 사귀어어..


김태형
뭐라고?


김여주
이름이이.. 김태형이라고오.. 엄청 잘생기인.. 남자가 있는데에...


김태형
아ㅎㅎ 나 말하는 거였어? 깜짝 놀랐네


김여주
너 말고오.. 너는 손님이잖아아.. 김태형이라고오..


김태형
그래 그러면 태형이 많이 좋아해?


김여주
우웅..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야아.. 결혼도 할 거고.. 학교도오.. 같이 다니고 있어어..


김여주
뽀뽀도 해줄거고오.. 키스도 해줄거야.. 그러니까 넌.. 손님 너는.. 나 포기 해..


김태형
ㅋㅋㅋㅋ그래 손님은 여주 포기 할게 태형이랑 잘 살아


김태형
뽀뽀도 꼭 해주고


김여주
우우웅..


김태형
그러면 일단 여주는 여기 잠깐 있어? 병 위험하니까 치우고 올게


김여주
태형이가아.. 올 거야아.. 손님은.. 집에 가아.. 저리 가아..


김태형
아니야 태형이가 하고 가랬어


김여주
태형이느은.. 그렇게 안 나쁜데에에.. 그래도오.. 시켰다니까아.. 치우고 가아.. 돈은 안 줄거야아..


김태형
ㅋㅋㅋㅋ이거 녹음 해둬야지


김여주
누구 마음대로오.. 내 목소리를.. 태형이만 할 수 있어어..


김태형
이것도 태형이에게 부탁 받은 것


김여주
그러며언.. 빨리 해애..


김태형
응ㅋㅋㅋㅋ 일단 이것 치우고



김태형
태형이 왔다~ 손님은 갔어 여주야


김여주
...


김태형
손님 갔다니까? 치우고 집에 갔어


김태형
...여주 자는구나?

태형은 한번 씩 웃고는 여주를 향해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김태형
어쩜 자는 것도 이렇게 예뻐

바로 앞에 앉아 자는 여주의 얼굴을 보고, 흘러내린 머리카락도 귀 뒤로 넘겨주었다


김태형
술 먹어서 덥겠지만.. 이불은 덮고 자야지

태형은 자리에서 일어나 여주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가지고 나왔다

두꺼운 이불이 아닌, 담요로도 쓸 수 있는 작은 이불이었다


김태형
이거 덮고 따뜻하게 잘 자

여주의 등에 이불을 따뜻하게 덮어준 후 태형은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줬다

한참 여주의 얼굴을 보더니 이마에 가벼운 뽀뽀를 해준 후 여주의 집을 나왔다

여주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문을 닫은 후, 예림에게 이제 슬슬 집에 오라고 연락을 했다


김태형
김여주, 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