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실 걔,

Episode 03. 두번째 만남

띠띠띠띠띠띠 -

띠리리 -

한여주

으아 힘들다.....

나는 책가방을 바닥에 내동댕이쳐놓고 바로 쇼파에 드러누웠다.

편안한 자세로 휴식을 취하고 있던 그 순간,

" 어? 왔네? "

" 어? 왔네? "

부엌쪽에서 누군가 아는 척을 했다.

분명 부모님은 늦게 퇴근하신다고 했는데 뭐지...?

난 겁에 가득 질린 얼굴울 한 채 부엌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여주

.......

한여주

....어..?

한여주

김태형?

김태형

아이.., 배고파죽겠는데 왜 이렇게 늦게와~

날 겁에 질리게 했던 사람은 바로 김태형, 사촌동생이었다.

근처에 살아서 학교도 같고 가끔 우리집에 놀러오곤 했다.

한여주

뭐야, 갑자기 왜 왔어?

김태형

몰라? 엄마가 이모집 가있으랬는데.

김태형

아 됐고.. 누나 나 라면끓여줘. 배가 등가죽에 달라붙었어ㅠㅠ

한여주

뭐래... 갑자기 쳐들어와놓고선 무슨 라면이야!

한여주

나 오늘은 진짜 피곤하니까 귀찮게 하지마..

김태형

아 그럼 라면 어딨는지만 알려줘. 누나 없을동안 라면 찾고있었단 말이야..

한여주

으휴..., 맨 오른쪽 선반 위에 있으니까 더이상 말걸지마!

김태형

칫.. 한입만 하기만 해봐라;

내 휴식에 걸림돌이 될 것 같은 태형이를 빠르게 처리하고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니 정신이 희미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30초 후면 곧 잠에 들 것 같았지만 …

한여주

.......

한여주

......맛있는 냄새..

태형이가 끓인 라면이 자꾸 내 코를 자극했다. 꿀잠으로 이어지기 직전인 내 휴식이 라면으로 인해 틀어져버렸다.

다시 정신을 붙잡고 잠을 청하려 했지만 한번 틀어지고 나니 아까 그 편안함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짜증이 확 나긴 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겸 라면이나 뺏어먹으려고 쇼파에서 일어났다.

한여주

아오 진짜 김태형!

한여주

아오 진짜 김태형!

( 맛있게 먹방중 )

김태형

안먹는다고 큰소리 칠 땐 언제고...

김태형

누나 이럴줄 알고 라면 2개끓였다? 잘했지ㅋ

한여주

어어, 땡큐;

태형이가 끓인 라면으로 배를 든든하게 채운 후 고마운 마음에 딸기라떼를 만들어줬다.

태형이는 내가 만들어준 딸기라떼를 맛있게 먹으며 학교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김태형

딸기라떼 먹으니까 그거 생각난다.

김태형

우리반에 어떤 여자애가 나한테 딸기라떼 주면서 고백했다?

김태형

완전 부럽지, 누나는 못해보는거~

한여주

이게 진짜.. 하나도 안부럽거든?

한여주

그래서? 받아줬어?

김태형

노노, 걔 남미새라 안받아줬어.

김태형

근데 딸기라떼 받은 애는 내가 처음이래.

김태형

내가 진짜 잘생기긴 했나봐~

한여주

어이구 염병....

잘생기긴 진짜 잘생겼다. 주변에 얘 소개해달라는 애만 10명이 넘었다. 그치만 내 이상형은 아니었기에 좋다고 달려드는 애들이 조금은 이해가 안됐다.

김태형

참 누나는 이상해..

김태형

내가 못생겼다고 생각해?

한여주

그건 아닌데 난 너 같은 스타일은 별로.

한여주

귀엽게 생긴사람이 좋아.

김태형

나 정도면 귀여운데....

김태형

이상형 말해봐, 주변에 있으면 소개시켜줄게.

한여주

일단 눈은 무쌍이어야 되고,

한여주

피부가 하얗고 좋아야되고,

한여주

키는 많이 안컸으면 좋겠고…

한여주

입술이 앵두같았으면 좋겠고........

한여주

.......하하...

아무리 생각해도 선생님과 내 이상형은 곂치는 부분이 정말 많았다. 단순 아까 일이 창피해서가 아니라 잘생겨서 자꾸 떠오르는 것 같기도 했다.

김태형

흠.. 딱 한명 있긴 한데.

김태형

걘 너무 잘생겨서 누나한테 소개시켜주긴 좀 그렇다 ㅎㅎ

한여주

.......

한여주

.....하아..

김태형

..뭐야 왤케 힘이 빠졌어.

김태형

난 걍 장난친건데..

김태형

미안..?

한여주

.....

한여주

야, 너네 교생쌤 오셨냐?

김태형

갑자기 교생은 왜?

한여주

아니, 오셨는지 아닌지만 말해.

김태형

오셨는데?

한여주

.....그렇군..

한여주

교생쌤 어때?

김태형

음.. 쫌 생겼어.

김태형

인기 엄청많아 교생쌤.

김태형

나도 교생쌤 좋아ㅎ

하긴.. 그 얼굴이면 인기가 없을수가 없긴 하다. 얼마나 잘생겼으면 남자도 좋다하는지….

한여주

쌤 이름은 뭔데?

한여주

과목은?

한여주

착하셔? 화 많이 없으시고?

한여주

무슨 교무실에 계셔?

김태형

.....왜이래..?

김태형

이름이랑 교무실은 모르겠고..

김태형

과목은 과학, 엄청 착하셔.

김태형

그 얼굴에 공부도 잘하고 착하기까지 하시다니.. 부럽다....

한여주

이름이랑 교무실 가장 중요한 걸 모르냐...

한여주

으휴 도움 안되는 놈!

김태형

? 너무하네?

김태형

아 내일 알아올게; 왜 승질이야..

한여주

됐어..., 나 잠깐 바람 좀 쐐고 온다?

김태형

그러든지.....

김태형

........

김태형

아 설거지는 하고가야지!!

김태형

아 설거지는 하고가야지!!

배도 부르니 소화라도 시킬 겸 집 앞 놀이터로 나와 그네를 탔다.

한여주

.....

한여주

인기가 많다라......

한여주

그래.., 없을 수가 없지..

한여주

교생쌤은 원래 애들이 다 좋아하니까….

괜히 인기가 많다는 말이 걸렸다. 약간 나만 알고 싶은 사람이었는데 유명해서 아쉽달까?

모르겠다 나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나도 왜 이러는지….

왠지 속상한 마음에 고개를 푹 숙였다.

.

. .

. . .

. . . .

. . . . .

한여주

.....

한여주

아으..., 목 아파라..

한여주

나도 늙었나보네.. 온 몸이 다 쑤ㅅ...

한여주

......어라.?

한여주

교생쌤....?

목 뒤가 땡기길래 주무르며 고개를 들었는데 저 멀리서 교생쌤이 걸어가시는 게 보였다.

난 필사적으로 그네에서 내려 교생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한여주

선생님....! 쌤!!

근처로 가 큰 소리로 불러보았지만 대답을 하지 않으셨다.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놓치긴 아쉬워서 어쩔 수 없이 선생님 앞을 가로막았다.

한여주

하아 쌤.., 잠시만요.....

한여주

계속 불렀는데 왜 못들으세요.. 하 힘들어..

교생선생님

.....?

교생선생님

저요...?

교생선생님

무슨...

한여주

그 다른건 아니고.....

한여주

.......

한여주

(허리를 숙이며) 죄송합니다..!

한여주

(허리를 숙이며) 죄송합니다..!

교생선생님

....?

교생선생님

......?

통성명도 없이 갑자기 사과를 해대니… 많이 당황하신 듯 보였다. 아무런 말이 없으셔서 되게 민망해졌다.

한여주

.....///

한여주

그.., 저는 2학년 한여주고요..

한여주

아까 창고에서... 폐를 끼쳐드려서.. 너무 죄송해서요....

한여주

사과 제대로 드렸어야 됐는데 저도 너무 놀라서 도망가버렸어요 진짜 죄송합니다....

한여주

그리고 훔쳐보려고 본건 아니고요.., 춤 너무 잘추시길래 멋져서..! 계속 보게 되더라고요..

한여주

제가 너무 예의가 없었죠..?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어요.., 죄송합니다아...

교생선생님

......?

교생선생님은 아무말없이 오랫동안 고민을 하시는 것 같았다. 갑작스런 상황에 쌤도 정신이 없으셨겠지.. 날 기억을 못하시는 건 아니겠지?

차라리 기억을 못하는 게 나을 뻔 했지만.., 잠시 뒤 선생님은 상황파악을 하셨는지 내 사과에 답을 해주셨다.

교생선생님

아..., 아하하...

교생선생님

아까 그 친구구나..?

교생선생님

사과는 안해도 돼, 멋지다고 해줘서 고마워..ㅎ

세상에, 이렇게 착하고 천사같을 수가 있나. 선생님의 용서에 하늘을 날아갈 정도로 기분이 좋아졌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금방 해결이 돼서 너무 행복했다. 이렇게 된 김에 선생님과 친분이라도 더 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한여주

진짜 감사해요.., 그리고 쌤 완전 잘생기셨어요! 목소리도 좋으시고....

한여주

아이돌하셔도 될 것 같아요ㅎ

이게 내 전문이다. 아부떨기. 그치만 이 선생님한테 만큼은 아부가 아니라 100% 진심이었다.

교생선생님

아.. 고마워..ㅎ

교생선생님

이름이 여주라고 그랬나?

한여주

네네, 맞아요! 2학년 5반 한여주라고 합니다.!

교생선생님

그래그래.., 종종 만나면 인사하면서 지내자.

교생선생님

선생님..은 가볼게, 내일 보자~

한여주

넵! 안녕히가세요~!

마지막 인사까지 완벽하게 해드렸다. 이정도면 합격이겠지?

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놀이터 한바퀴를 돌았다. 집으로 귀가하시는 선생님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오늘 하루종일 걱정했던 일이 완만하게 잘 해결이 돼서 무지무지 신났다. 집 가서 발 뻗고 편안하게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내일부턴 아무런 사건사고없이 잘 지낼 수 있겠지?ㅎ

내일부턴 아무런 사건사고없이 잘 지낼 수 있겠지?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