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지 못하는 시간들 속 우리
열번째 페이지 | 반짝반짝 빛나던 우리는.



눈을 뜨면 널 보는 게 내 하루의 시작이었어.

그러다가 어느 순간, 눈을 떠도 내 옆엔 니가 없었고,

넌 이미 훨씬 앞에 서 있었어.

잡을 수도 없이 멀리 가버린 너를 잡을 용기가 없었나 봐.

근데 넌 아마 내가 널 잡아주길 기다린 것 같아.


난 그럴 용기가 없었어.

그래서 도망쳤어.




정여주
아, 깜짝이야.


정여주
뭐냐...?


정선우
어디 갔다 이제 와.


정여주
…남자친구.


정선우
뭐야, 남자친구 만난 거였어?


정선우
난 또_ 뭐 니가 12시에 밖에 혼자 나가길래.


정선우
자라_


정여주
어_ 그래.



정여주
…쟤는 뭐, 뭐 우리 엄마야 뭐야...







전정국
…진짜 난장판이다.


전정국
형은 저기서 자라_


김석진
형은 진짜 거짓말 안치고 술 다 깼어.


김석진
민윤기는 자.


전정국
거짓말 하지 말고, 너도 빨리 가서 자.



김석진
…누가 형인지.



01:04 AM

전정국
…너무 늦었나.



전정국
* 자요...?


정여주
* 아니_ 너 전화 기다렸어.


정여주
* 이제 자야겠다.


전정국
* 너무 늦어서 미안해요, 얼른 자고 내일 봐요ㅎ


정여주
* 그래_ 너도 얼른 자.


전정국
* 끊어요 -



정말 좋은 남자를 만났고, 이런 사람이 날 좋아해준다는 게 너무 행복했다.

정말 놓치면 안될 것 같았고,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았다.







전정국
…나한테는 솔직하게 말해줄 수 있었잖아.


정여주
말하면 뭐가 달라지는데.


정여주
봐, 이럴까봐 얘기를 안한 거야.


정여주
넌 그냥 너한테 얘기해주지 못한 게 답답한 거잖아.


정여주
내 걱정이 아니라.


전정국
…걱정이야.


정여주
거짓말 좀 그만해.


정여주
갈게.



우리가 서로의 마음을 말하고, 좋았던 장소에서 우린 싸웠고

더이상 다가가지도 못하게 오해가 생겼다.


난 그 오해를 풀 자신이 없었고, 너의 얼굴을 다시 볼 수가 없었다.







정여주
그래서 어제 몇시에 잤는데_


전정국
한...2시?


정여주
나랑 통화하고 훨씬 지나서네?


정여주
그동안 뭐 했길래_


정여주
잠 안오면 나한테 전화하지.


전정국
누나 잘자라고요_


전정국
나는 뭐 잘 못 자는 날도 있고, 잘 자는 날도 있어요ㅎ


전정국
오늘은 잘 자겠죠_



정여주
그럴 때는 전화해, 너 잘 때까지 전화 계속 해줄게.


전정국
오 - 좀 멋있네요?


정여주
장난해? 나 원래 멋있는 사람이야_


전정국
음_ 아니야, 누나는 멋있는 쪽보다는 귀여운 쪽이 훨씬 잘 어울려요.


정여주
아, 난 멋있는 사람하고 싶은데.


전정국
그럼 내가 멋있는 사람할게요. 누나가 귀여운 사람해요.


정여주
싫은데.


전정국
에, 왜요_ 멋있는 남자가 누나 남친이면 좋은 거 아닌가.


정여주
내 남자친구는 귀여웠으면 좋겠어_


정여주
나는 멋있었으면 좋겠어ㅎ


전정국
그럼 바꿔야죠.


전정국
내가 귀여운 사람입니다.


정여주
시끄러워, 얼른 들어가.




김매니저
여주씨_ 이것 좀 도와줘요.


전정국
아, 이런 거 저 시키세요.


전정국
여주누나 이런 거 시키면 손 다칠 수도 있잖아요_

김매니저
…드디어 사귀냐.


전정국
형이 바라는대로 이루어졌어요ㅎ

김매니저
크_ 멋있다.


정여주
…둘이 잡담 금지.


정여주
내 얘기 금지.

김매니저
축하해요ㅎ

김매니저
우리 정국이 잘 부탁해요_


정여주
염려 마세요_ 예쁘게 만나겠습니다_


정여주
그니까 얼른 일하시죠ㅎ

김매니저
아이구, 예 -





정여주
오늘은 손 베이지 마라.


전정국
에이, 손 베이는 건 흔한 일인데요.


전정국
베여도 어차피 누나가 치료해줄 거 아닌가ㅎ



정여주
잘 들어_


정여주
우리 어제부터 만나잖아.


정여주
그럼 이 손은 누구 거야.


전정국
내 손이죠...?


정여주
아니지, 이건 내 손이야.


정여주
내가 평생 잡을 손인데 상처가 나면 되겠어_ 안되겠어.


전정국
안되죠_


전정국
알았어요. 그럼 누나도 오늘 다치지 마요.


정여주
나는 너 같이 칠칠맞지는 않아.


전정국
…사실로 나 좀 그만 때립시다.


정여주
그니까 잘하라고_


전정국
당연하지, 내가 어떻게 얻은 사람인데ㅎ


정여주
…아침부터 그런 얘기하지 마.



전정국
…얼굴 또 빨개졌네.


전정국
이래서 누나가 멋있는 사람은 안된다는 거예요.


전정국
누나 얼굴 빨개지면 엄청 귀여운 거 알고 있어요?


정여주
…놀릴 거면 나 간다.


전정국
아아, 여기서 나 좀 도와줘요.


정여주
나한테 잘해라_


전정국
네에 -



점장님
잠시만 모여주세요 -

김매니저
부르셨어요?

점장님
아, 이번에 새로 알바생을 구하려고 하는데_

점장님
주변에 괜찮은 사람이 있나 해서요.


정여주
아, 저 있는데.


정여주
그 친구한테 한 번 물어볼까요?

점장님
음_ 네.

점장님
그리고_ 얼마전에 지원한 사람이 한 4명 정도 있어요.

점장님
한 번 볼래요?


김매니저
…어, 이 분 저번에 여기 오신 분인 것 같은데.


정여주
익숙한 얼굴이 하나 있긴 하네요.


정여주
반갑지는 않은 사람.



정여주
정국아, 나랑 잠깐 같이 나가자.





전정국
놀랬죠_


전정국
솔직히 놀랬죠?


정여주
아니, 그냥 그랬어.


정여주
일단 기다려봐.



정여주
* 야, 너 알바 하나 할래?


박수진
* 오랜만에 전화했길래 기대했는데_


박수진
* 내용이 좋다.


박수진
* 무슨 알바?


정여주
* 나랑 같이 카페에서 일하자.


정여주
* 내 남자친구도 같이.



박수진
* 너 남자친구 생겼어?!?


정여주
* 그렇게 놀랄 일인가.


박수진
* 당연하지_


박수진
* 그 카페 이름이 뭔데.


박수진
* 당장 면접보러 간다.


정여주
* 아, 야, 천천히 해도 돼.


정여주
* 어쨌든 온다는 거지?


박수진
* 당연하지_


박수진
* 나 요새 시험성적 떨어져서 용돈도 못 받고 있는데_


박수진
* 그렇게 해서라도 벌어야지.


박수진
* 내일 갈까?


정여주
* 일단 점장님한테 말씀드리고 알려줄게.


박수진
* 오냐 -




정여주
됐다.



정여주
양유진 떨어지게 해야지.


정여주
여기가 어디라고 면접을 봐.


전정국
멋있다 -


전정국
양유진 못 오게 막을 거예요?


정여주
당연한 거 아니야?


정여주
아니지, 이미 넌 내 남자친구니까 상관 없나.


전정국
그건 맞는데_ 그래도 우리가 불편하면 안되죠.


전정국
친구분 밀어줍시다ㅎ


정여주
좋아. 다시 들어가자ㅎ




정여주
점장님, 제 친구한테 방금 얘기를 해 봤는데,


정여주
친구가 내일 쯤 면접보고 싶다고 해서요.


정여주
내일 쯤 오라고 할까요?

점장님
아_ 네.

점장님
그럼 내일 그 분까지만 면접 보고 다같이 결정해봐요.


전정국
좋습니다.

김매니저
예쁜 사람 고르자.


정여주
그냥 여자친구를 만들고 싶은 거라고 말하세요.

김매니저
맞아.


전정국
형도 참 불쌍해요...



정여주
어쨌든 내일 우리가 결정하는 거니까


정여주
무조건 수진이 고르자.

김매니저
수진이라는 분 예뻐?


정여주
어어_ 나쁘지 않아요.


정여주
예뻐요.

김매니저
통과.

김매니저
내일 그 분 뽑자.


전정국
단순한 사람이네.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를 찾기 위해 목적지도 모르고 떠난 밤.

너한테서 온 부재중 메시지, 전화 30통,

정우와 지민에게서 온 메세지, 통화 10통.


순간순간 지나갈 때마다 외롭고 후회됐지만,

다시 너한테로 돌아가도 너에게 해줄 말은 없었어.


그래서 그냥 다 버리려고 했어.

근데 그게 안되더라.





너로부터 도망쳐서 바뀔 거라고 다짐했던 나는, 아직도 제자리인 옛날 그 바보 같은 정여주야.

그래서 후회해.

근데 막상 지금 널 다시 본다면 그때도 마찬가지로 너한테서 도망친 걸 후회한다고 말 못 할 것 같아.

너한테는 솔직해지는 게 너무 어려워.


니가 이 말을 듣는다면 날 나쁜 년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냥 그렇게 잊혀졌으면 좋겠어.



니가 나한테 잘못한 건 없어. 그냥 내가 무책임했던 거 뿐이야.


반짝반짝 빛나던 우리를 한순간에 어둠으로 덮은 건 나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