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지 못하는 시간들 속 우리
여섯번째 페이지 | 성숙해진다는 게



성숙해진다는 게 뭘까.


도대체 성숙해진다는 건 뭐고, 어떻게 성숙해지는 걸까.

성숙한 눈으로 세상을 보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일까?

아마 그건 아닐 것 같아.

내가 아무리 성숙해진 눈으로 무엇을 본다고 해도

너로 인해 내 삐뚤어진 마음과 눈으로는 성숙해지긴 어려울 것 같아.

지금의 넌 아무런 걸림돌 없이 성숙해졌어?

그럼 나 좀 알려주라.


널 잊고 한 발자국 앞에 서서 성숙해지는 게 뭔지.





정여주
야 정호석


정여주
너 연애 엄청 많이 해봤지.



정호석
당연한 거 아니니.


정호석
이 오빠가 들어줄게, 뭔데.


정호석
뭔 고민이야.



정선우
쟤한테 물어본다고?


정선우
쟤한테 물어볼 바엔 나한테 물어보는 게 낫다.


정여주
넌 발 닦고 잠이나 자.


정선우
…짜증나게 하네.



정호석
말해봐.


정여주
…아까 집 앞에 강서준이 왔었어.



정호석
강서준?


정선우
그 미친놈이 여길 왜.


정선우
어디라고 와.


정여주
몰라, 지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까 나한테 왔나봐.


정여주
아무튼, 강서준 보기 전에 아까 그 밖에서 잠깐 본 애랑 집에 같이 왔다가


정여주
집 거의 다 왔길래 걔를 보냈거든?



정여주
…근데,


정여주
강서준이 나한테 남친은 있냐고 물어보자마자


정여주
걔가 나타나서 자기가 남자친구라고 하면서 내 어깨에 팔 둘렀어.


정여주
어떻게 온 걸까...



정선우
너 많이 좋아하나봐_


정호석
그건 좀 멋있네.


정호석
근데, 그렇게 너 구해주고나서 걔가 뭐래.


정여주
자기는 관심 없는 여자한테 밥 같이 먹어달라고 하고, 집에 데려다주고, 처음 보는 사람한테 내가 자기 여자친구라고 하지도 않는대.


정여주
그래서 날 많이 좋아한대.



정선우
…멋있다.



정호석
그래서,


정호석
너도 걔 좋아해?


정호석
고백 받아줄 거야?



정여주
…아직 잘 모르겠어.


정여주
분명 나도 좋아하는 것 같긴 한데, 뭔지 모를 불안함 같은 게 있는 것 같아.



정호석
그럼 좀 더 지켜봐_


정선우
내 생각도 그래, 아직 반반인데 받아주기에는 좀 그렇다.


정선우
만난지는 얼마나 됐는데?


정여주
한 달 가까이...?


정선우
좀 애매하다_


정선우
한 달이면 좋아하기에는 충분하긴 한데.


정선우
일단 니 마음이 정리가 되면 그때 또 얘기하자_


정선우
지금은 일단 먹어.



정호석
하여튼 니 전 남친 때문이야.


정호석
원래 충분히 연애하고 행복했어야 할 애가 이런 고민을 하니까.


정호석
그냥 걔한테 솔직하게 말해, 니 지금 생각.


정호석
그리고나서 걔 답변이 니 마음에 든다_하면 받아줘.



정여주
…알았어.


내가 원래 살면서 잠을 못잔 날은 거의 없었는데, 그날 밤은 너 때문에 자지도 못하고 계속 니 생각만 한 것 같아.



_

_




김석진
왔냐.


전정국
아주 지 집이지?


전정국
곧 녹아내리겠다?


정국이 집에 들어왔을때 보이는 건, 쇼파에 늘어져 있는 석진 뿐이었다.



김석진
그나저나 양유진이랑은 진짜 별일 없었어?


전정국
없었어.



전정국
혹시 강서준이라고 알아?



김석진
강서준_


김석진
몇살인데.


전정국
몰라.


김석진
나도 몰라, 강서준이 누군데.



전정국
앞으로 내가 가장 싫어할 사람.



김석진
혹시 뭐 니가 좋아하는 여자분 전 남자친구라거나 뭐 그래?



전정국
너 내 스토킹도 하냐.


김석진
내가 널 너무 아까잖니_


김석진
이 형을 집에 있게 해주고, 알바도 열심히 해서 돈도 벌어오고_


김석진
가끔 누가 형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난 니가 좋다ㅎ



전정국
진짜 최악이다.



김석진
아낀다_




_

_





정여주
전정국 -



전정국
뭐야, 왜 안들어가고 기다리고 있어요?


정여주
…너 기다렸는데?



전정국
그런 말 그렇게 얼굴 빨개지면서 할 거면 하지 말지_


전정국
그렇게 부끄러우면서 용기내서 해준 건 고맙네요ㅎ


정여주
…어쩌라고.


전정국
조용히 하고 들어가자고요ㅎ


정여주
너 점점 내 말투 따라한다_




전정국
원래 사랑하면 닮는다고 하지 않나?



정여주
...조용히해.



전정국
진짜 3초 반응이네요, 얼굴 빨개지는 거.


정여주
시끄러워.





정여주
안녕하세요_

김매니저
좋은 아침은 아니지만 좋은 아침 -


점장님
내 멘트인데, 그거.



전정국
두분 다 못살리셔서 탈락.


김매니저
아쉽네.



정여주
영혼 좀 담아서 말씀해주시죠_


점장님
일 합시다 -

점장님
오늘도 행복한 하루가 되길 바래요_




전정국
이거 누나 앞치마죠?


정여주
어_ 고마워.



전정국
아, 저번에 나 때문에 찢어진 앞치마에서 아직 안바꿨네요?


정여주
응. 굳이 바꿀 필요 없잖아_


정여주
이것도 추억이라고 해두자.



전정국
…내가 다친 게 좋은 추억인가.


정여주
그럼 나도 나쁜 추억으로 담아놔야 돼?


전정국
당연하죠.


정여주
아쉽게도 싫어.


전정국
아쉽네요_





정여주
정국아, 그거 컵 나한테 줘.


전정국
아니에요. 제가 할게요_


정여주
아니야, 빨리 줘


정여주
너 힘들잖아, 내가 할게.



전정국
누나가 힘든 것보단 내가 힘든 게 나아요_


전정국
전에는 내가 누나 좋아하는 거 누나는 몰랐으니까 그냥 조금씩만 도와줬는데,


전정국
지금은 누나가 아니까 내가 다 해줄래요.


전정국
누나가 전에 연하는 애로 보인다면서요_


전정국
저 어른인 거 인정해줄때까지 누나 힘들 만한 거 내가 다 할 거예요.



정여주
…너 알아서 해.



전정국
또 3초 반응이다ㅎ


전정국
진짜 이 정도면 로봇 아닌가.


김매니저
저기.

김매니저
연애 좀 그냥 하지?

김매니저
그냥 해라 좀.



전정국
저는 하려고 하는데, 옆 사람이 계속 도망가요_


김매니저
좀 받아줘요_ 꽤 오래됐는데.


정여주
…매니저님은 매니저님 일하세요_


김매니저
네에_




전정국
누나 내가 비밀 하나 더 알려줄까요?


정여주
뭔데?


전정국
나 사실 알바 이번 달까지만 하고 그만두려고 했는데,



전정국
누나 오고나서 더 하는 거예요.



전정국
여기서 내가 그만두면 누나 놓치잖아요.



정여주
…그런 얘기 하지마.


정여주
나 진짜 도망간다.



전정국
아아, 안돼요.


정여주
그럼, 일 열심히 해.


전정국
네_





전정국
주문하시겠어요?

손님
커피 한 잔.


전정국
아, 저희 카페에는 워낙 커피 종류가 많아서요_ 커피라고 말씀해주시면 만들어 드릴 수가 없습니다.


손님
원래 이렇게 말이 많아요?

손님
그냥 커피라고 했으면 커피를 만들어주면 되지, 왜 이렇게 따져.



전정국
커피도 여러종류가 있어서요, 아메리카노로 해드릴까요?

손님
아, 네, 뭐 그걸로 해주시던지.



전정국
…네, 계산 해드리겠습니다_


전정국
현금 결제신가요?


탁 -

정국의 물음에 눈도 마주치지 않고 카드를 툭 던져버리는 손님.



전정국
결제 되셨습니다ㅎ


손님
제대로 결제한 거 맞아요?

손님
결제문자가 안오는데.


전정국
아, 그거는ㅇ…


정여주
저기요, 손님.


정여주
진짜 지켜보다가 안되겠어서 말씀드리는데요.



정여주
카페를 처음 오시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큰 카페에 오셔서 그냥 커피라고 말씀해주시면 뭘 어떻게 만들어요_

손님
…뭐?

손님
아니, 그래서 나중에 아메리카노라고 말했잖아.


정여주
네, 그래도 그거 결정하는데 저희 직원이 겨우 손님께 여쭤보고 정하신거고요,


정여주
요새 결제기가 너무 좋아져서 그런가_ 결제 한 후에 한 10분 후에 문자가 가더라고요ㅎ


정여주
근데, 결제하시기 전에 카드 던지셨죠.


정여주
요새 세상이 무서워져서 뭐 하나만 잘못해도 경찰서 가는 세상인데, 서로 조심해서 살면 나쁠 거 없잖아요_


띵 -


정여주
손님 결제 문자 오셨나봐요ㅎ


정여주
그럼 자리에 앉아계시면 아메리카노 맛있게 만들어서 가져다 드릴게요_


정여주
원래는 본인이 직접 가져가셔야 되는데, 워낙 본인을 아끼시는 것 같아서ㅎ


손님
…이 카페 진짜 별로네.

손님
그냥 갈게요.



정여주
안녕히 가세요 -




정여주
야 너 잠깐 따라와봐.


손님이 나가자마자 정국의 손을 잡고 휴게실로 가는 여주.




전정국
…고맙다고 해야되죠?


정여주
그건 됐고, 너 손 뭐야.


정여주
아까 그 손님이 이랬지.


아까 손님이 던진 카드 날에 정국의 손이 스쳐 약간의 피가 난 정국.



전정국
아, 이거 괜찮아요.


전정국
저 원래 상처 잘 생겨요ㅎ



정여주
…웃지 마.


정여주
앞으로는 그런 사람 있으면 져주지 말고 할 말 다 해.


정여주
왜 맨날 져줘.



전정국
내가 계속 뭐라고 하면 그 사람이 나중에는 누나한테까지 피해줄까봐요.


전정국
누나한테 피해가 가면 안되니까 내 선에서 최대한 어긋나지 않게 한 건데...



정여주
나한테 피해 와도 되니까, 너무 내 생각만 하지 말고


정여주
니 생각도 좀 해_



전정국
…근데,



전정국
누나 지금 내 걱정하는 거죠.





내가 요새 매일 듣는 노래가 있는데,

그 노래를 들으면 계속 니 생각만 나더라고.


근데 그렇게 슬프지는 않은 것 같아.

어쩌면, 이렇게라도 널 보고싶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해.


지금 이 노래가 끝나면 우리가 행복했던 그때로 돌아가있으면 좋겠다.


진짜 난 널 잊고 성숙해지긴 틀린 것 같아.

어떻게 해도 널 잊을 방법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