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남이 되고 오히려 더 좋아보여.
19화. 늘 그랬듯이 내가 먼저 다가갈게.



왜 넌 항상 니가 먼저 다가오는 걸까.

성격이 좋은 탓인지, 아님 내가 널 바뀌게 한 건지.

싸워도, 평소에도, 서운할 때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때도

넌 니가 먼저 나에게 다가왔다.

나도 너에게 다가가고 싶은데

왜 항상 장애물은 내 앞에만 있는 걸까.




김태형
넌 그냥 가만히 있어도 돼.



태형과 통화를 마친 후, 학원으로 다시 들어온 여주.

다시 들어왔을 때, 학원은 난장판이었다.



김지연
일 좀 똑바로 하라고요.


김지연
실수를 이렇게나 많이 하는데 그림을 어떻게 가르치겠다는 건지.


김지연
진짜 마음에 안드네_


박수영
누가 누구한테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 저도 제가 가르치는 스타일이 있는거죠.


박수영
지연쌤은 그정도 배려심과 이해심도 없으신가봐요?


김지연
이봐요, 수영씨.


김지연
내가 당신보다 선배고요, 당신 나이가 몇살인지도 모르겠고, 공과 사는 지켜야죠.


박수영
지금 공과 사를 지키게 생겼어요?

박여주
저기요 -

박여주
두분 다 진정 좀 하시고요,

박여주
수영쌤, 제 생각에도 지연쌤 말씀이 맞아요.

박여주
물론, 지연쌤이 수영쌤한테 말하다가 상처받을 수 있는 말들이 있어서 욱한 건 알겠는데,

박여주
그래도 여긴 저희 직장이고, 직장에서는 선배와 후배가 존재하잖아요.

박여주
공과 사는 구분하시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박여주
선배한테 그런 막말은 좀ㅎ


박수영
아니, 막말이 아니라


박수영
여주쌤 잠깐 나가신 사이에, 제가 탕비실에 있는 지연쌤 노트에 물을 좀 쏟았는데


박수영
그거 가지고 화를 엄청 내시더라고요.


박수영
그러게, 그걸 왜 탕비실에 둬요….


김지연
하, 수영쌤이 뭘 잘 모르나본데,


김지연
그 노트, 정국씨가 선물로 준 노트고요, 거기에 사진이랑 일기랑 다 있는데


김지연
거기에 물을 쏟으면 어떡합니까?

박여주
그만.

박여주
다 알겠고요, 지연쌤은 그 노트 그냥 말리면 되고, 수영쌤은 앞으로 조심해주세요.

박여주
진짜 서로 본지도 얼마 안됐으면서 감정 상하게 하지 말죠_

박여주
일하러 가세요, 얼른.


김지연
여주쌤, 저랑 잠깐 얘기 좀 해요.





김지연
내가 봤을 땐, 쟤 여기 있으면 안돼.


김지연
쟤 너 오기 전까지 진짜 사고 많이 쳤다니까?

박여주
야, 나도 온지 얼마 안됐을땐 사고 많이 쳤어_

박여주
사람이 처음 오면 적응이 안돼서 사고 좀 칠 수도 있지.


김지연
니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상 이상으로 더 미친년이야_


김지연
아까 쟤가 한 말 있지.


김지연
실수로 물 쏟았다고 한 거.


김지연
그 앞에 뭔 일이 있었어.




_

_




박수영
여주씨 노트인가?

탕비실에 커피를 타러 온 수영은 커피포트 옆에 누군가의 노트를 보고 그 노트를 한 페이지씩 넘겼다.


박수영
전정국...?


박수영
뭐야, 김태형이랑 사귀는 거 아니었어?


박수영
바람둥이였네_ 난 그것도 모르고 그냥 순순히 번호를 안딴거고.



박수영
웃기지도 않네.


탁 -


커피포트를 끓이다 말고 뚜컹을 열어 노트에 물을 부어버린다.


그렇게 물을 붓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커피를 타는 수영.



김지연
뭐해요?


박수영
커피 타고 있잖아요_


김지연
아_


김지연
수영씨도 커피를 마실 줄은 아는구나.


박수영
네?


김지연
난 수영씨가 그림 10장 이상 쌓여있는 것도 못 들고, 일도 제대로 하는 게 없길래


김지연
아무것도 못하는 줄 알았죠.


김지연
그래도 할 줄 아는 게 있긴 있네요?


박수영
저기요, 지연쌤


박수영
아무리 제가 지연쌤보다 학원에 늦게 들어왔고, 제가 나이가 어리다고 해도


박수영
그런 말은 좀 삼가해주셨으면 좋겠네요.


김지연
됐고요, 커피나 마시다가 일하세요.


김지연
난 당신 얼굴보러 온 거 아니고, 내 물건 찾으러 온 거니까.



김지연
뭐야?


김지연
혹시 지연쌤이 여기다가 물 쏟았어요?


김지연
진짜 정신이 있는 거예요?


김지연
그리고, 물을 쏟았으면 실수를 한 거니까 나한테 말은 해줘야죠.


김지연
정국씨한테 선물 받은 노트인데, 사진이랑 글 다 번졌잖아요.


박수영
아, 죄송해요_


박수영
근데, 그거 지연쌤 거예요?


김지연
제 거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정국씨가 준 노트라고.


김지연
그나저나 물어내세요.


김지연
사진도 번지고, 일기도 다 번졌잖아요.


김지연
도대체 할 수 있는 일이 뭡니까?


김지연
할 수 있는 게 있긴 해요?


김지연
아, 수영쌤 꼬리치는 거 잘하죠?


박수영
뭐요?



박수영
지연쌤, 말 조심하세요


박수영
그렇게 날 잘 알고있으면 남자 관리 잘 하시고요.



김지연
어쩐지_ 느낌이 쎄하더라.


김지연
수영쌤이 지금 마시고 있는 커피조차 수영쌤한테는 아깝네요.




_

_




김지연
완전 개또라이.


김지연
그리고, 너 조심해.


김지연
너 안왔을 때 내가 쟤 지켜본 바로는


김지연
…쟤 태형씨한테 관심 있어.

박여주
니 얘기 들으니까 꽤 충격이긴 한데, 아직 나설 때는 아니야.

박여주
좀 더 확실해지면 다시 얘기해.





전정국
아, 괜찮습니다.


전정국
제가 혼자 할게요.


박수영
아_ 뭐, 마음대로 하세요.


박수영
근데, 저 궁금한 거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


전정국
네?


박수영
정국씨 혹시


박수영
태형씨랑 친하세요?


전정국
…아_ 뭐 그냥 그ㄹ


김지연
그걸 왜 수영쌤이 궁금해하지?


김지연
수영쌤_ 남자 소개 시켜드릴까요?


김지연
많이 외로워보이는데ㅎ


김지연
임자 있는 남자한테 말 걸지 말고_


김지연
새로운 사람 만나세요_


박수영
남자 소개는 정중히 사양하고요,


박수영
이건 지연쌤이 끼어들 대화는 아닌 것 같은데,


박수영
좀 빠져주실래요?


전정국
벌써 점심시간인가?


전정국
같이 밥 먹으러 갈까요, 지연쌤?


김지연
아…, 지금요?


김지연
네_ 뭐, 그래요.



전정국
그럼 점심 맛있게 드시고 오세요, 수영쌤.





김지연
뭐야?


김지연
밥 먹으러 가자며.


전정국
지금 4시야_


전정국
4시에 누가 점심을 먹어.


김지연
그럼, 아까 왜 밥 먹자고 한 건데_


전정국
너 구해주려고,


전정국
너 데리고 안나오면 또 싸울거잖아.


김지연
의외로 생각은 깊어, 근데


김지연
내가 뭐 싸움쟁이야?


김지연
뭘 구해 구하긴_


전정국
됐어, 말하지마.


전정국
점심 먹는다고 하고 나왔는데, 시간 많이 생겼네.



전정국
데이트 할래?


김지연
그렇게 웃으면서 그런 말하면 그냥 나 설레서 죽으라는 거지?


전정국
죽으면 안되지, 이제 안웃을게.


김지연
아니 그게 아니잖아아_


전정국
웃는 것도 예쁘네


전정국
진짜 너 만나면 내 심장이 남아돌지를 않겠는데 어떡하지.


김지연
그럼 만나지 마_


김지연
안만나면 되지.


전정국
그냥 심장이 없어져도 괜찮지 않을까.


김지연
조용히 해 -


전정국
예쁜 말이잖아_


김지연
그럼 나도 예쁜 말 하나 할까?


전정국
기대해도 돼?


김지연
응


김지연
해볼게.


김지연
너


김지연
엄청 시끄러워.


전정국
아?


김지연
도망갈래.


전정국
뛰지 말라고_ 다친다.


김지연
잡아봐 그럼.



전정국
ㅎ 너 잡고 내가 하고싶은 거 되는 거야?


김지연
진짜 도망가야겠다.


박여주
* 여보세요 -

원장쌤
* 여주쌤, 오늘 학생 정국쌤 뿐이죠?

박여주
* 네, 선생님은 저랑 지연쌤, 수영쌤 계세요.

원장쌤
* 어어_ 그럼 여주쌤이랑 수영쌤은 퇴근하세요.

원장쌤
* 학생이 1명인데 선생님은 3명이면 너무 많으니까

원장쌤
* 두 분은 퇴근하시고, 지연쌤이랑 정국쌤은 어차피 같이 퇴근하니까_

원장쌤
* 정국씨랑 지연쌤한테

원장쌤
* 학원에 CCTV있다고 전해주세요ㅎ

박여주
* 아이고_

박여주
* 알겠습니다, 들어가세요ㅎ


탁 -



박여주
수영쌤_

박여주
원장쌤이 지연쌤은 두고 저희끼리 퇴근하라고 하시네요ㅎ


박수영
아, 정말요?


박수영
여주쌤은 태형씨 보러가죠?

박여주
…아, 네ㅎ

박여주
수영쌤는요?


박수영
저는 집 가야죠ㅎ

박여주
음_ 알겠습니다, 내일 봬요.


박수영
안녕히 가세요 -





김태형
* 어디야?

박여주
* 나 지금 학원 나왔어.

박여주
* 오빠는 집이지?


김태형
* 내가 어딜 나가_ 당연히 집이야.

박여주
* 그래야지, 우리 이따 할 얘기 많지?


김태형
* 맞지이...


김태형
* 무릎 꿇고 시작해야겠지...?

박여주
* 무릎으로 되겠어?


김태형
* 어어...

박여주
* 됐어_ 이따가 얘기하자.

박여주
* 오빠 죽 사서 갈게, 아무것도 먹지 말고 기다려.


김태형
* 나 방금 과자 하나 주워먹었어.

박여주
* …혼날래?


김태형
* 어떻게 혼낼건데.

박여주
* 왜 갑자기 목소리가 달라져.

박여주
* 상당히 음흉하다?


김태형
* 나 원래 음흉해 -

박여주
* 시끄럽고, 이따 다시 전화하자


김태형
* 안돼, 나랑 계속 해.

박여주
* 안돼_ 나 지연이한테 전화해야 돼.


김태형
* 알겠어어...

박여주
* 끊는다.


탁 -


박여주
* 야


김지연
* 뭐야, 왜 전화 해?

박여주
* 어쩌라고, 나 지금 퇴근했어.

박여주
* 원장쌤이 나랑 박수영쌤 퇴근하고, 너랑 정국씨랑 같이 마감하래.


김지연
* 아_ 진짜?


김지연
* 역시 원장쌤ㅎ

박여주
* 근데

박여주
* 원장쌤이 학원에 CCTV 있으니까 까불지 말고, 허튼 짓하지 말고, 연애질하지 말고

박여주
* 일하래.


김지연
* 어어...우리 학원에 검정색 종이 있나?


김지연
* 카메라 막을까.

박여주
* 끊는다_



박여주
야채죽 하나만 포장해주세요ㅎ


띠리리리 -



김태형
* 어디야?

박여주
* 오빠 집 근처 죽 집.


김태형
* 나가있을까?

박여주
* 됐어_ 아픈 사람이 어딜 나와.


김태형
* 지금 나갈게

박여주
* 분명 말했다_

박여주
* 나와있기만 해.


김태형
* 어어_ 나간다.


뚝 -


박여주
미쳤나봐, 진짜.



주문하신 야채죽 나왔습니다_

박여주
감사합니다.


박여주
야 -


김태형
야?


김태형
야?


김태형
야라고 했어?

박여주
어, 야라고 했어.

박여주
나와있지 말라고 했지_

박여주
말은 더럽게 안들어요.


김태형
어쩌라고.

박여주
어어?

박여주
자꾸 시비 건다?

박여주
나 아직 어제 그 일 대답 안했어.


김태형
아



박수영
어?


박수영
여기서 뵙네요?


박수영
오랜...만? 맞나?



김태형
난 수영쌤이랑 밖에서 인사 나눌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박여주
…수영쌤이 여긴 무슨 일로_


박수영
아, 저도 여기 살 거든요ㅎ


박수영
근데, 태형씨


박수영
몸 안좋다고 하지 않았어요?


박수영
몸은 좀 어때요?



김태형
내가 학원에 말한 건,


김태형
그쪽 걱정 받으려고 한 말은 아닌데.


김태형
그냥 가던 길 가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박여주
수영쌤, 제가 지금 오빠랑 단둘이 할 얘기가 있어서요,

박여주
내일 봬요.


박수영
…아_ 네ㅎ


박수영
그럼 내일 봬요, 안녕히 계세요.



박여주
내가 오빠 믿어보려고 했는데, 마음이 바뀔 수도 있을 것 같아.


김태형
마음이 왜 바뀌어.

박여주
내가 박수영 꼬리 먼저 자르고, 오빠한테 갈게.


김태형
같이 자를까?

박여주
됐어, 나 혼자 해.


김태형
박여주 -



김태형
넌 그냥 가만히 있어도 돼.

박여주
정말 고마운데.

박여주
일단 집에 들어가서 죽 먹고

박여주
넌 나한테 혼나야 돼.


김태형
…아 맞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