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지 못하는 시간들 속 우리
열두번째 페이지 | 무슨 일이 일어날 것처럼.



아마 그 일이 시작이었던 것 같다.

우리 둘 다 예상하고 있었지만, 우린 그렇지 않겠지.

생각하며 넘어갔었다.

그게 문제가 됐다.



전정국
누나 혹시 불편해요?


전정국
혹시라도 불편하면 말해요_ 오늘 하루만 오전타임 해요.


정여주
내가 왜.


정여주
금방 하고 나가겠지_ 이런 일로 땡땡이는 아닌 것 같은데.


전정국
아, 그래도. 불편하면 당장 나가서 데이트 해요.


정여주
…너 그냥 데이트가 목적이지.


전정국
아니, 뭐,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정여주
정신차려_ 우리 알바생이야, 사장 아니고.


정여주
마음대로 나갈 수 있는 게 아니다_


김매니저
여주씨, 잠시만 도와주세요.


김매니저
일단 옷부터 환복해주세요.


양유진
아, 근데 탈의실이 어디예요?

김매니저
그건 이 분이 알려주실 거예요.


정여주
아, 안녕하세요.

전정국 전 여친, 예쁘긴 예쁘네


정여주
우선 저 따라오실까요?




정여주
여기서 갈아입고 나오시면 돼요.


정여주
나오시는 건 혼자 나오실 수 있으시죠?


정여주
그럼 저는 이만.


양유진
예쁘시네요.


정여주
…네?

이미 나 누군지 알고 있을 텐데. 저렇게 처음 보는 것처럼 얘기하네.


정여주
아, 감사합니다.


양유진
잘해줘요?

저번이랑 똑같은 질문하는 거 보니까 나를 기억을 못 하나


정여주
…네? 누가요?


양유진
아실 텐데, 내가 누굴 말하는지.


양유진
전정국이요.


양유진
전정국한테 들으셨죠? 제가 누군지.


정여주
아…뭐, 대충은요.


양유진
직접 보니까 어때요?


정여주
그냥 그렇죠_ 전 여자친구분이라고 했지만,


정여주
정국이가 좋아하는 사람은 저니까.


정여주
유진씨한테는 별생각 없어요.



정여주
저, 죄송한데요_ 제가 여기 손님이 아니라 저도 알바하러 온 거라서요.


정여주
저도 바쁜데.


정여주
나가봐도 되죠?


양유진
아, 네ㅎ




정여주
진짜 모르는 건가, 아님 모르는 척하는 건가.

분명 나랑 여기서 봤었는데.


정여주
…모르는 척해봤자 그닥 뭐 없을 거 같은데.


전정국
뭐가요?


정여주
아니, 양유ㅈ,


정여주
뭐야, 너 언제부터 있었어?


전정국
저기서 누나가 걸어보는 거까지 다 봤는데.


전정국
…왜요, 양유진이 누나한테 뭐라고 했어요?


정여주
아니_ 그냥 나를 모르는 것 같길래.


정여주
분명 저번에 여기서 봤었거든.


전정국
에이, 신경쓰지 마요_


전정국
우리 이따 뭐 먹을까요?


정여주
우리 그냥 시켜먹을래?


전정국
어디서요?


정여주
집에서.


전정국
누나 집?


정여주
아니, 너네 집.




김석진
- 여보세요_


전정국
- 형, 오늘만 형 집에서 자라.


김석진
- 뭐래, 나 집 가서 자면 내일 출근은 어떻게 해.


전정국
- 그건 나도 모르지.


김석진
- 헛소리 할 거면 끊는다_


전정국
- …오늘 집에 여자친구 갈 수도 있어.


김석진
- 그래? 그래서.


김석진
- 난 오히려 좋은데.


전정국
- 아니. 내가 싫어.


전정국
- 오늘만 너네 집 가서 자라_ 제발.


김석진
- 아, 안돼, 나 오늘 민윤기랑 약속 있어.


전정국
- 그럼 윤기형 집에서 자고 와.


김석진
- 끊는다_



김석진
양유진도 한번을 안 데리고 오더니.


김석진
아주 사랑꾼이네, 사랑꾼이야.

그래, 차라리 사랑이 없는 것보다는 낫지. 하며 윤기를 만나러 집 밖으로 나가는 석진.




전정국
저기, 누나


전정국
집에 사촌 형이 있을 수도 있는데 괜찮아요?


정여주
나는 상관없는데? 뭐 사람도 많고 좋네ㅎ


전정국
…나만 불편한 거야...?


정여주
넌 형이 불편해?


전정국
아니, 그게 아니라_ 형이 누나한테 관심 가지려고 하면 어떡하나 - 싶어서요.


정여주
뭔 소리야, 형도 내가 니 여자친구인 거 아실 텐데. 그럴리도 없고, 말도 안되니까 일이나 해.


전정국
…사람 일은 모르는 거죠 -


정여주
계속 말도 안되는 소리 할 거면 나 그냥 안 간다?


전정국
아, 진짜.


정여주
일 하라고_



김매니저
곧 점장님 오신다니까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양유진
네_



정여주
아, 달라고_


전정국
잡아봐요_ 손 닿지도 못하면서ㅎ


정여주
야, 키 공격은 상당히 너무한 거야.


전정국
아, 알겠어요_ 미안해요.


정여주
빨리 줘.


전정국
여기.



양유진
좋아보이네.


전정국
…누나 먼저 가 있을래요?



전정국
누나 먼저 가서 정리하고 있어요_ 나 금방 갈게요. 같이 마무리 해요.


정여주
아, 어, 알겠어.



전정국
굳이 여기로 왔었어야 돼?


전정국
내 생각에는 여기는 피했어도 될 것 같은데.


양유진
넌 내가 아직도 불편해?


전정국
아니, 불편하다기 보다


전정국
그냥 보기가 싫지.


전정국
이렇게까지 해서 누나 불편하게 하고 싶었던 거면, 그냥 포기해.


전정국
니가 안 나가면 우리가 나갈 거니까.


양유진
…여전하구나.


양유진
너 나한테는 한번도 웃어준적 없잖아.


전정국
나도 너한테 웃어줄 수 있었어. 근데 니가 먼저 간 거야.


전정국
나한테 한 마디도 없이.


양유진
그건 내가 다 사정이 있었어. 내가 설명할게.


전정국
솔직히 예전에는 니가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엄청 궁금했고, 듣고 싶었는데


전정국
이제는 하나도 안궁금해.


전정국
이제 나한테는 너보다 누나가 더 중요해.


전정국
그러니까 우리 예쁘게 연애하는데 신경쓰이게 하지 마.


전정국
니가 아무리 관심 끌어도 난 너한테 아무런 관심 없으니까.



양유진
…그건 일단 해봐야 아는 거지_



전정국
아, 그거 나 줘요_


전정국
또 접시 깨뜨릴라.


정여주
어떻게 됐어? 잘 끝냈어?


전정국
뭘 끝내요_ 끝낼 게 남아있지도 않은데.


정여주
그래도, 다시는 이런 일 없어야지.


정여주
그렇게 인상 쓰고 말하면 주름 진다.

아까 정국이 인상을 팍 쓰며 말하는 걸 본 여주는 돌아온 정국의 미간을 꾹꾹 눌러준다.


전정국
…그런다고 펴지긴 해?


정여주
뭐… 생각하기 나름..?


전정국
됐어요_ 이제 인상 쓸 일 없어.


전정국
퇴근까지 2시간 남았다.


전정국
이따 치킨 시켜먹을까요?


정여주
오, 좋다ㅎ



점장님
양유진씨죠?


양유진
아, 안녕하세요_

점장님
반가워요_ 일단 마감까지 2시간밖에 시간이 없어서, 좀 빨리빨리 진행할까요?


양유진
네ㅎ

점장님
그럼 일단 커피부터.


점장님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뭐예요?


양유진
음_ 저 카페라떼?

점장님
그럼 일단 제일 기본인 아메리카노랑, 카페라떼 해보죠.


양유진
아, 네, 알겠습니다ㅎ

점장님
유진씨는 원래 그렇게 잘 웃어요?


양유진
아니요_ 저 원래 웃음 많은 편은 아닌데.

점장님
웃는 거 예쁘네요.


양유진
감사합니다_


점장님
이 면접 보기 전에 다른 곳에서 알바해본적 있어요?


양유진
아, 제가 학생 때 유학을 갔었는데, 거기서 아주 잠깐 했었어요.

점장님
오, 그럼 경력도 좀 있는 거네요?


양유진
아무래도 조금은 있죠.

점장님
우리 가게는 커피도 하면서 동시에 칵테일바도 하고 있거든요.

점장님
혹시 칵테일도 만들 줄 알아요?


양유진
음_ 칵테일도 아주 간단한 것만 만들 수 있어요.


양유진
그래도 한번 배우면 잘하는 편이에요ㅎ

점장님
그럼 커피 끝나고 칵테일도 한번 해봐요.

점장님
아, 마티니는 빼고_


양유진
네, 커피 금방 마무리 할게요.



양유진
다 됐어요_

점장님
음_ 향은 괜찮네요?

점장님
맛도 먹을만하네_ 잘하는데요?

점장님
그럼 이제 칵테일 쪽으로 갈까요?


양유진
네ㅎ



양유진
로브로이 한 잔 드릴까요?

점장님
로브로이 좋죠_ 언제 배웠어요?


양유진
아니요_ 독학했어요.

점장님
다른 것도 만들 줄 알아요?


양유진
저는 로브로이랑, 마티니, 싱가포르 슬링만 만들 줄 알아요.

점장님
어쩌다가 독학을 했어요?


양유진
그냥 워낙 마시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가끔 뭘 잊고 싶을 때 술을 찾는 편인데


양유진
직접 만들어서 마셔보자_ 싶어서 혼자 해봤었어요.

점장님
칵테일은 혼자 하기 쉽지 않을 텐데_


양유진
금방 하죠_


점장님
유진씨는 연애 해봤어요?


양유진
저 딱 한 번이요.


양유진
근데 안좋게 끝났어요.


양유진
그 사람한테는 내가 나쁜사람이겠지만, 저한테는 그 사람이 나쁜사람이거든요.


양유진
근데 최근에 마주쳤어요_ 우연은 아니고, 제가 그 사람 일하는 곳으로 찾아갔어요.

점장님
여자친구 있대요?


양유진
얼마 전에 생긴 것 같더라고요.


양유진
근데, 그 여자보다는 제가 나은 것 같기도 하고ㅎ

점장님
그래도 뺏지는 마요_ 그 남자가 유진씨 다음으로 사랑에 빠진 여자일 텐데.


양유진
뺏을 기회가 오면 뺏겠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_


양유진
그냥 자연스레 헤어지겠죠.



양유진
칵테일 다 됐어요.

점장님
아, 마감 할 시간이네_ 제가 마셔보고 결과는 따로 연락드릴게요.

점장님
일단 들어가보세요_


양유진
아_ 감사합니다.


김매니저
로브로이죠?

점장님
악당_

김매니저
네?

점장님
악당이라는 뜻이라고요. 로브로이.





"내가 행복하지 않아서 그래. 요새 널 만나면서 한번도 웃은 적이 없어, 정국아."




정선우
- 야, 너 진짜 괜찮겠어?


정선우
- 3개월을 거기서만 지내는 건 좀 그렇지 -


정여주
- 야, 내가 애야? 나도 일하러는 가야지.


정선우
- 그래서, 어디라고? 어제 말해줬는데 또 까먹었다.


정여주
- 그 있잖아,


정여주
- 나랑 전정국이랑 많이 갔던 바다.


정여주
- 그 동네에서 좀 쉬면서 자료 모으고 일하다가 다시 서울 갈게.


정선우
- 아 그럼 나랑 정호석만 있어야 되잖아.


정여주
- ···너네 친남매야.


정선우
- 아니야. 친남매 아니야.


정여주
- 어, 야 버스 온다. 나 일단 너네집 간다 -


정선우
- 응. 아니 근데 그 선배는 지가 사진 찍고 다니면 되지, 왜 맨날 너만 출장 시켜?


정여주
- ···정선우, 나 버스 온다고.


정선우
- 아, 미안. 빨리 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