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남이 되고 오히려 더 좋아보여.
21화. 누구에게나 상처는 있다.



누구에게나 아픈 상처는 있다.

다만 그걸 들키지 않으려 감추는 것뿐.


아무리 나쁜 사람이고 성격이 안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그사람에게도 아픈 상처는 있을 것이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 그 상처가 아물기를 기다려도, 이상하게 그런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정말, 정말정말 오랜 시간이 지나야 딱지가 지고, 그 딱지가 떨어져 나간다.




박수영
여주쌤은 아직도 날 이렇게 모르네….



박수영
좀 길어질 텐데, 들어줄래요?



박여주
…기다리고 계셨네요?


박수영
아, 나 때문에 나온 건데, 얼른 찾고 다시 집에 들어가셔야죠.

박여주
...어어_ 그 목걸이 어떻게 생겼어요?



박수영
목걸이 찾았어요, 제 집 주방에서.

박여주
…네?

박여주
찾았는데 왜 저를….


박수영
나 여주쌤한테 할 얘기 있어서 부른 거예요, 태형씨랑 같이 있다고 했는데


박수영
내가 여주쌤한테 전화한 거 보면 안좋아할 수도 있고, 얘기가 길어질 것 같기도 해서


박수영
거짓말 좀 해봤어요ㅎ

박여주
…하고 싶은 말_ 뭔데요?


박수영
좀 길어질 텐데, 들어줄래요?

박여주
나 고민상담 잘해요ㅎ



박수영
태형씨랑 잠깐 그렇게 되고나서 여주쌤 아프다는 핑계로 학원 안 나왔을 때, 나 태형씨한테 진지하게 물어봤어요.


박수영
여주씨 많이 좋아하냐고.



박수영
…많이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ㅎ


박여주
그게 하고 싶은 말이에요...?


박수영
더 들어요.



박수영
나 사실 전에 되게 안좋게 헤어졌어요.


박수영
내가 정말 좋아하던 사람이, 그 당시 내 하나뿐이던 내가 사랑하던 사람이었는데,


박수영
그 사람한테는 내가 하나뿐인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었나 봐요.


박수영
자기 자취방에서 바람핀 거 들켰어요_


박수영
그날 저녁 나랑 싸우고 연락이 안됐어서, 다음날 그 사람 자취방으로 갔는데


박수영
다른 여자 목걸이가 있더라고요.



박수영
…근데 그때 그 남자 방 문이 닫혀있었고, 거실엔 아무도 없었는데


박수영
그 방문을 열고 볼 자신이 없어서 그냥 집 나왔어요.


박수영
나는 그 사람이 나한테 자기가 먼저 사실대로 얘기해주길 바랬는데 끝까지 얘기를 안하더라고ㅎ


박수영
그래서 내가 먼저 끝냈어요_



박수영
난 사랑하는 사람 놔두고 다른 사람이랑 바람을 핀다는 것도 이해를 못했고, 정말 싫어했는데,


박수영
어느 순간 내가 그 사람이랑 바람 난 여자처럼 되고 있더라고요.



박수영
물론, 태형씨는 넘어 올 사람이 아니지만.


박여주
…그랬구나.

박여주
그래서, 지금은 어때요?


박수영
뭐가요?

박여주
수영씨 마음 속 상태요_

박여주
아직도 진행중이에요?



박수영
솔직히 얘기해줄까요?


박수영
나 태형씨한테 반했었어요, 클럽에서 보고.


박수영
근데, 여자친구가 있다길래 질투가 났는데


박수영
그게 또 지수 친구분이시고, 내 직장 동료네_


박수영
이젠 놔줄 때가 된 것 같아요.



박수영
나 정말 양보하는 거예요_


박수영
원래 가지고 싶은 거 다 가져야 되는 드러운 성격인데,


박수영
나쁜 사람은 되기 싫어서ㅎ



박수영
처음엔 정말 어떻게든 뺏고 싶었고, 내 남자친구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을 버리지 못했었는데


박수영
…오늘 퇴근하고 집에서 거울을 보니까 알겠더라고요.


박수영
내가 점점 괴물이 된다는 게.



박수영
그래서 이제 그만하려고요, 가져요, 김태형.


박여주
치, 원래 제 거였고요_

박여주
나쁘지 않네, 나한테 되게 별로였던 사람이 고백하는 거 들어주는 것도.

박여주
용서해줄게요, 오빠는 해줄지 잘 모르겠는데_

박여주
이제라도 솔직해줘서 고마워요.


박여주
이젠 거울 속 괴물도 괴물 이미지 벗고 거울을 보면 그 누구보다 아름다워 보여야죠ㅎ



박수영
고맙다고 해야겠죠?

박여주
…아무래도?


박수영
고마워요, 끝까지 다 들어줘서.


박수영
내 주변엔 이런 사람 거의 없었거든요, 내 솔직한 얘기 들어주는 사람.


박수영
그래서 항상 방어하고, 벽 쌓고 살았었는데,


박수영
처음이네_ 여주씨가.


박수영
내 솔직한 얘기 잘 들어준 거.


박수영
고미워요, 이제 들어가요_ 춥다.


박여주
저기,

박여주
괜찮으면 내일 같이 출근할까요?



박수영
…뭐, 그래요.

박여주
힘내요, 수영씨는 나보다 키도 크고, 얼굴도 예쁘고 능력도 있는 여자니까.

박여주
어쩌면, 김태형보다, 그 남자보다 훨씬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어요.



박수영
…이제 내 진짜 목적을 알겠네.

박여주
네?



박수영
난 그냥 '괜찮아요, 문제 없을 거예요.' 라는 이 한 마디가 듣고 싶었나봐요.


박수영
물론, 고백하러 온 것도 맞지만.


박수영
그냥, 아무한테나 이런 말을 듣고싶었나봐요_


박수영
여주씨가 이런 말 해주니까 기분이 좋네요ㅎ.



박수영
들어가요_ 저녁 먹고요.


박여주
심심하면 연락해요, 그런 말 난 계속 해줄 수 있어요.

박여주
들어가요ㅎ




박수영
끝까지 안물어봐주네요?


박수영
왜 갑자기 내가 바뀐건지.


박여주
…왜 바뀌는데요?



박수영
좀 어이없겠지만, 내가 끼어들 자리가 아닌 것 같아요.


박수영
그리고, 둘이 서로 사랑하는 게 너무 느껴져서


박수영
이미 내가 둘을 갈라놓기엔 늦었더라고요.


박수영
그래도 조심해요, 난 정신 차렸으니 됐지만,


박수영
이 세상에 나쁜 사람들은 많아요_


박여주
…고마워요_ 들어가요ㅎ



쾅 -

박여주
다녀왔습니다아...


김태형
어디갔다와.

박여주
아, 깜짝이야...!

박여주
뭐야.


김태형
뭐가 뭐야, 어디 다녀왔어_

박여주
…잠깐 밖에.


김태형
니가 이 시간에 혼자서 밖을 나갔다고?


김태형
박여주가?


김태형
거짓말 하지 마라_


김태형
누구 만났어.


박여주
…박수영.


김태형
박수영을 니가 왜, 걔가 뭐래?

박여주
별말 안했어_ 그냥 잠깐 얘기 좀 했어.


김태형
그니까_ 무슨 얘기를 했는데.

박여주
아, 그냥 용서받고 싶어서 왔대.

박여주
그동안 미안했다고, 신경쓰이게 해서.


김태형
…지가 잘못한 건 아나봐?


김태형
왜 나는 안부르고 너만 불러_


김태형
둘이 싸운 거 아니지?!

박여주
안 싸워 -

박여주
이 나이 먹고 뭐하러 싸워.


김태형
왜, 너 아직 싸워도 될 만큼 귀여워.


김태형
아직.

박여주
그럼, 그 후에 내가 나이를 더 먹으면 안귀엽다는 거야?

박여주
어쭈_ 아주 결혼하면 예쁘다는 말도 안해주겠다?


김태형
너 나랑 결혼할 거야?

박여주
그럼, 안 해?

박여주
오빠는 나랑 안하려고 했지.


김태형
내가 어떻게 그래, 해외에서 일할 때도 계속 니 생각만 했는데.


박여주
그래? 그럼 지금 나한테 귀엽다고 말해.


김태형
지금?

박여주
왜, 못해?


김태형
못하긴,



김태형
귀여워, 너.


박여주
오...굉장히 부담스럽다_

박여주
너무 가깝게 얼굴 들이밀고 얘기하는 거 아닌가?

박여주
좀만 앞으로 오면 뭐, 입술도 닿겠다?


김태형
왜 이런 거 의식해?



김태형
박여주 은근 변태야_


띵동 -

박여주
ㅂ, 밥 왔다...!

정말 타이밍 좋게 배달음식이 도착했고, 여주는 이 상황을 빠져나가고 싶었는지 초인종이 들리자마자 달려나갔다.



김태형
…반응속도는 참 좋아.



박여주
많이 먹어_ 우리 태형이.


김태형
너 자꾸 오빠 안 붙인다.


김태형
이름만 부르지, 자꾸?


김태형
키도 엄청 작은 게.

박여주
이 정도면 중간이야_

박여주
진짠가봐_ 나랑 헤어지고 여자랑 눈도 안마주친 거?

박여주
어떻게 나한테 키가 작다고 하냐.

박여주
다른 여자들 키는 보지도 않았구만?


김태형
당연하지.

박여주
그래? 지민씨한테 확인 전화 들어가?


김태형
저 박지민 전화번호 어디서 났어.

박여주
비밀이야ㅎ


띠리리링 -


박여주
내 건 아닌데_


김태형
아, 뭐야.


김태형
너 진짜 얘기했어?

박여주
뭘_


김태형
박지민한테 전화하라고 시켰어?

박여주
아니...?

박여주
일단 받아봐.



박지민
* 늦게 받네.


김태형
* 받아준 게 어디니.


김태형
* 뭐지? 무슨 일로 전화를 다 해.



박지민
* 여주씨랑은 잘 풀린 거지?


김태형
* 빨리도 물어본다 -


김태형
* 풀린지가 언젠데.


김태형
* 여주 바꿔줄까?


박지민
* 그래ㅎ


김태형
* 웃지 마, 내 여자친구야.


박지민
* 어어_


박여주
* 뭐지_ 이 오랜만인 사람은?

박여주
* 오랜만이네요?


박지민
* 그쵸_ 언제 볼까요.


박지민
* 또 김태형 빼고 언제 한 번 만나야죠.


김태형
* 야, 다 들린다.


김태형
* 둘이 언제 만났어.


뚝 -


박여주
뭐야_ 나 지금 지민씨랑 통화중인데.


김태형
지민?


김태형
지미인 - ?


김태형
성은 왜 안불러.


김태형
성도 불러.

박여주
박! 지민씨랑 통화중이잖아.


김태형
안돼_ 너 이제 얘랑 통화하지 마.


김태형
연락도 하지 마.

박여주
왜, 그냥 집에만 박혀있으라고 하지.


김태형
그럴 수 있다면 그래.

박여주
웃기지도 않네, 몇살이야?


김태형
너보다 많아.

박여주
밥이나 먹어.


김태형
많이 먹어_ 박여주.

박여주
태형이도_


김태형
오빠도 같이.

박여주
태형이ㅎ


김태형
우리 결혼 빨리 하자, 오빠 말고 그냥 여보 듣자.

박여주
아니? 난 결혼해도 태형이야.


김태형
니 맘대로 해_

박여주
응_ 고마워.


김태형
진짜 다 지 맘대로야.

박여주
그래서, 마음에 안 들어?


김태형
너무 마음에 들어ㅎ, 사랑해.

박여주
나도.




김태형
그래서 박지민이랑 단둘이 언제 만나서, 둘이 뭐 했는데.

박여주
아_ 그만하자ㅎ

박여주
적당히 해_


김태형
아니, 언제 만났어.


김태형
왜 나 빼고 만났어.


김태형
너네 둘이 만나서 내 뒷담화 했지.


박여주
…어떻게 알았지.

박여주
천잰데?



김태형
…이 세상에 내 편은 없어.

박여주
아니야_ 내가 오빠 편이잖아.


김태형
됐어, 넌 박지민이랑 같은 편이잖아.


김태형
적이네, 적이야.

박여주
아, 오빠랑 나랑 헤어지기 전에 오빠 회사 근처에서 잠깐 봤었어_

박여주
그날 같이 밥 먹었잖아.



김태형
…몰라, 4년 전 일을 어떻게 알지.

박여주
알려줘봤자다, 진짜.

박여주
잠이나 자.


김태형
잔다고?


김태형
아직 9시야_ 일어나.


김태형
아직 안 돼.

박여주
뭐 할 건데?


김태형
내가 하고싶은 놀이중 제일 재밌는 거?

박여주
그게 뭔데.


김태형
나도 몰라ㅎ

박여주
…그렇게 응큼하게 웃지 마.


김태형
나 원래 응큼해.

박여주
내가 말했던가?

박여주
나는 응큼한 남자도 이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박여주
맞고 싶지 않으면 똑바로 놀자ㅎ



김태형
…뭐, 어쩌라고.

박여주
쫄보네.

박여주
거짓말인데.


박여주
놀자, 니가 놀고싶은 걸로ㅎ





4년 전.



박지민
태형이가 좀 바보같긴 해도 착해요_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박여주
알아요ㅎ 원래 바보들이 착하잖아요.

박여주
그런 매력에 만나는 거죠_


박여주
지민씨는 여자친구 없어요?


박지민
아쉽게도...?

박여주
아쉽게는 아니고, 안타깝게도...


박지민
…태형이랑 잘 사귀시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박여주
뭔데요?


박지민
태형이랑 말투가 비슷해요, 사람 잘 놀리고, 짜증나게 하는 거.

박여주
감사하다고 해야되죠?


박지민
진짜 약오르는 거 알죠.

박여주
네ㅎ


박지민
둘이 싸우지 말고 죽을 때까지 함께 해주세요ㅎ

박여주
그럼 결혼식 망치러 오실 건가요?


박지민
에이_ 아니요, 안 갈 거예요ㅎ

박여주
아_ 좋네요.


박지민
김태형 빨리 퇴근하고 여주씨 데리고 사라지라고 해주시면 좋겠어요.

박여주
아, 아쉽네요, 제가 폰을 먹어버렸어요_



박지민
…둘이 오래오래 가세요ㅎ



(?)
